2018-07-03 11:57:05 게재
최근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과 관련, 문재인 정부의 두 가지 결정이 눈에 들어왔다. 첫째는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1호기 원자로 폐쇄 결정이고, 둘째는 ‘2030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이다.
월성1호기는 1983년 가동이 시작된 우리나라 두 번째의 발전용 원자로다. 이번 결정으로 고리 1호기에 이어 2번째 폐쇄되는 원자로가 된다. 형식상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이라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탈원전 원칙을 세운 정부수뇌부의 폐쇄 결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는 월성1호기 폐쇄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이 끝나는 2013년 전에 수명 연장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의 충격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오랜 논란 끝에 2015년 7000억 원을 들여 원자로를 전면 수리하고 설계수명을 10년 늘여 2023년까지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지난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는 5년을 앞당겨 폐쇄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을 불렀다. 폐쇄결정 이유는 안전상의 문제가 아니라 가동률이 낮아 적자경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 학계 사람들은 가동률 하락의 원인과 적자의 계산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 고쳐놓은 원자로를 조기 폐쇄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가 6월 28일 내놓은 ‘2030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은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 같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2016년 12월 파리기후협정에 가입하면서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 예정치(BAU)에서 37%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내용은 국내에서 27.5%를, 해외에서 11.7%줄인다는 것이다. 해외 배출을 줄인다는 것은 배출권을 사들이거나 외국에 산림을 조성해 감축량을 차감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도 전기를 많이 쓰는 한국 산업계는 속으로 신음소리를 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천명하면서 박근혜정부의 온실가스 37%감축 약속 이행을 재확인했다.
미세먼지, 방사능 유출위험, 기후변화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안은 37% 감축은 그대로 이행하되, 여건변화로 해외 부문에서 감축이 어려우니 국내 감축을 32.5%로 늘리고 해외 감축을 4.5%로 줄인다는 것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산업계, 즉 기업에 지우겠다는 것이다.
‘월성1호기 폐쇄’와 ‘2030온실가스 로드맵 수정’은 한국의 에너지 정책과 환경정책이 직면할 심각한 딜레마를 웅변해주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큰 환경문제를 짚어보면 대략 3가지로 요약될 것 같다. 미세먼지, 방사능 누출 위험, 그리고 기후변화다.
미세먼지는 문재인정부가 맞닥뜨린 가장 긴급한 환경 현안이다. 미세먼지가 폐암과 심장질환의 원인이란 임상연구결과가 공표되고 텔레비전 일기예보에 미세먼지 농도가 따라 나오면서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너무 크다.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기 겁난다면서 이민을 생각하고,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은 안심하는 날’이라는 생각까지 한다.
원자력은 환경적으로 방사능 오염 우려를 제기한다. 우선 많이 쓸수록 많이 나오는 핵폐기물을 거의 영구적으로 관리하는 문제가 있다. 이보다 더 두려운 것은 대규모 방사능 오염 사고의 잠재적 위험성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가 공기 땅 해양을 오염시키면서 전 세계에 던진 충격이 여전히 국민 뇌리에 남아 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게 탈원전 정책이다.
기후변화는 그날그날 삶에 마음을 써야하는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당장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이 분야를 연구하는 대부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인류 문명의 존망이 걸린 환경문제로 보고 있다. 그들은 심상치 않은 미래가 달려오고 있다고 예언한다.
환경 문제와 에너지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화석연료를 많이 쓰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온실기체)가 필연적으로 나온다. 우라늄 연료를 쓰는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걱정은 적어진다. 그러나 핵폐기물이 쌓이면서 그 처리 문제가 커지고, 또한 후쿠시마원전 폭발 같은 방사능 누출 사고의 잠재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
원전의 유용성 크다는 주장도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로 볼 때, 원자력 에너지도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면 원자력과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아직 효율성 문제가 있다. 넓은 땅이 필요하고 산림을 베어내어 자연환경을 많이 파괴한다.
그 동안 정부가 제시한 에너지·환경 정책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배합의 비전과 청사진이 미흡한 것 같다.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로 주춤하고 있지만, 그 분위기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기후변화가 현존하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아 이론으로 지구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주장한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원자력발전소의 환경보전 유용성이 그 파괴성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기술은 발전한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유연한 배합은 어리석은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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