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테크놀로지 - 또 하나의 미·중 전선

구상낭 2023. 10. 23. 21:23

2018-05-16 11:36:55 게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문자 한방이 미중 무역 분쟁의 와중에서 추락 직전에 있던 중국의 'ZTE'에 생명 줄을 던져줬다. 중국 언론은 쌍수를 들고 트럼프의 결정을 환영했지만, 미국 국내 여론은 혼란스러운 모양새다.

ZTE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통신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중국의 기술 회사다. 이 분야 세계 4위로 종업원이 7만5000명이다.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감시 기능 등 중국의 국가 정책에 긴밀히 협조하는 일종의 국책 기업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ZTE가 유엔의 대 북한 및 이란 제재조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고, 지난 4월 16일엔 이와 관련된 직원을 적절히 징계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미국 부품 기업과 7년간 거래를 금지시켰다.

부품 거래 금지는 ZTE에 치명적이다. ZTE가 생산하는 스마트폰에 필요한 반도체 등 부품의 84%를 미국 퀄컴사가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상무부의 제재가 내려지자 ZTE영업은 거의 중단상태에 이르렀다. 중국은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등 무역보복 조치 등에 상응한 보복을 하겠다며 큰소리는 쳤지만 물밑에선 타협점을 원하고 있었다.

ZTE는 화훼이와 함께 5세대(5G)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중국의 전략 기업이다. 중국은 미국 정부에 ZTE 구제를 강력히 요청하는 등 미중 무역 전쟁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상태였다.

이 판에 트럼프가 느닷없이 "ZTE가 다시 사업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협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문자를 트위터로 날린 것이다. 미국의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좋아하던 미국인들도 어리둥절해 한다.

중국 실업자를 걱정할 트럼프도 아닌데 뭔가 노림수가 있을 것이다. 미국 언론은 시진핑을 기분 좋게 해서 그 대가로 미국 상품을 대량 구매하게 하거나,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을 향해 신호를 보내는 게 아닌가 하고 분석한다.

트럼프 트위터 한방에 살아난 중 ZTE

역사는 말해준다. 강대국의 원천은 국부(國富), 즉 경제력이었음을 말이다. 강대국이란 주변을 제압하는 강한 군사력을 가져야 하고, 강한 군사력은 국부에서 나왔다. 달리 얘기하면 국민총생산(GDP) 규모가 강대국을 결정한다. 미국의 세계 최강의 국가로 지속해올 수 있었던 것은 첨단 테크놀로지 개발을 배경으로 한 경제력이다.

그런데 사실 미국은 지금 괴롭다. 2차세계대전 이후 초강대국으로서 세계질서를 주도해왔으나 이제 힘에 부친다. 중국의 국력이 바로 미국의 뒤꿈치를 바짝 추격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또 하나의 패권 국가인데다, 인구가 미국의 4배나 된다.

지난 40년간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국부를 축적한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기술에서 미국은 독일과 일본에 앞서 있고 중국은 그들 뒤에 있지만, 미국에게 중국은 독일이나 일본보다 무서운 존재다.

중국의 기술 습득과 개발은 전 방위적이다.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에게는 기술 이전을 요구한다. 막대한 무역흑자로 얻은 달러를 갖고 미국 등에서 활약 중인 중국계 과학자를 데려가거나, 독일 등 선진국 과학기술자를 스카우트한다.

중국의 산업스파이 행위는 한국에서도 문제가 될 정도였다. 최근에는 선진국의 기술 기업을 아예 사들이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작년 7월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세우고 2030년 인공지능 세계1위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부응하듯 인터넷 기업 바이두(百度) 총재는 지난 4월 "3년간 인공지능 인재 1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시진핑 주석은 최근 반도체 공장을 직접 방문해서 "핵심기술은 자기 손안에 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바로 미·중 무역전쟁에서 테크놀로지가 갖는 중요성을 말해준다.

중국, 10대 첨단기술에서 최강 추구

중국은 2015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제조2025'을 채택했다.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 산업로봇, 미래자동차, 항공우주, 바이오 의약, 신소재 등 10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강을 추구하는 담대한 로드맵이었다. 미국은 '중국제조2025'를 위협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기술 기업에 대한 보조금 중단과 지식재산권 침해 중단을 요구하고 고율의 보복 관세로 견제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 기술회사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규제하고 나섰다.

개인의 자유로운 창의력에 의해 좋은 기술이 나온다는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테크놀로지 개발과, 공산당과 국가가 테크놀로지 개발을 선도하는 중국식 모델을 동시에 보고 있다. 미중 테크놀로지 전쟁은 한국에 어떤 교훈을 줄 것인가.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