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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문재인, 반기문

2019-04-01 12:32:04 게재 지난 화요일(3월 26일) 제주도에서 미세먼지가 온 섬을 뒤덮은 걸 보았다. 이날 오후 방송 보도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았더니 미세먼지(PM10)가 114㎍/㎥, 초미세먼지(PM2.5)는 74㎍/㎥이었다. 가까운 건물만 보면 봄볕이 쏟아지는 맑은 날씨였으나, 멀리 바라보면 한라산도 희미하게 윤곽만 보였고, 수평선이 보이지 않았다. 서울서 미세먼지를 자주 호흡했던 터라 무덤덤하게 생각했지만, 현지 주민들은 목이 답답하다며 짜증스러워했다. 그리고 중국을 원망했다. ‘제주도와 미세먼지’는 잘 어울리는 구절이 아니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미세먼지 오염원이 아주 미미한 곳이다. 고작해야 30만여대의 자동차가 주 오염원이다. 공기는 국경도 없고 지역 경계도 없다. ..

내일신문 2024.01.02

좋은 비행기, 좋은 조종사

2019-03-19 11:49:34 게재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 대부분 여행 기분으로 들뜨지만, 가끔은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이 비행기는 안전하겠지” 하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21세기 들어 대형 항공기 사고가 줄었다. 오늘날 민간 항공기들은 고도의 자동항법시스템으로 무장되었다.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를 제외하면 조종사가 할 일은 없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비행기 조종은 자동화되어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1977년 100만회 비행 당 4건의 사고가 났던 것이 지금은 100만회 당 0.4회 꼴이다. 자동화 시스템의 발전이 가져온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다섯달 간격으로 일어난 2대의 ‘보잉737맥스8’의 추락 사고로 탑승자 346명이 사망하면서 이런 사고감소 통계는 공허한 숫자가 되어..

내일신문 2024.01.02

북한의 ‘경제 강국’ 꿈

2019-03-04 12:18:53 게재 1984년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이 채택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나라는 황폐화하고, 중국 인구 75%가 극빈상태였다. 그해 가을 중국 저장성(浙江省) 모간산(莫干山) 국립공원의 대나무 숲속에 있는 리조트에서 젊은 경제학도들이 심포지엄을 갖고 있었다. 토론 주제는 ‘중국은 서양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였다. 여러 날 밤을 새며 토론을 벌이던 이들 젊은이들은 어느 날 결론에 도달했다. “공장은 국가가 정한 할당량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지만, 잉여 생산량이 나오면 스스로 가격을 매겨 팔 수 있게 하자.” 당시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 아래서 35년을 살아왔던 중국인들로서는 경천동지할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 젊은이들이 심포지엄에서 내린 결..

내일신문 2024.01.02

로봇 간호사가 암시하는 미래

2019-02-14 11:56:49 게재 세계는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행하고 있다. 고령자는 자신의 일이기에 겁나는 일이고, 젊은이들은 어떤 방법이든 고령자를 돌보아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마음도 어깨도 가벼울 수 없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서일까. 개인의 건강을 챙기는 인공지능 로봇이 4차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에서 로봇간호사 얘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월 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삼성봇케어’가 미국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다. 센서가 부착된 로봇 간호사로서, 이를테면 노약자 옆에서 혈압?심박?호흡?수면 상태를 측정해서 정상 여부를 알려주고 약복..

내일신문 2024.01.02

대통령의 ‘수소경제’ 선언

2019-01-24 12:02:10 게재 대통령의 말이 무섭기는 무섭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지역경제 투어의 첫 방문지로 울산을 찾아가서 국가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수소로 바꾸는 ‘수소경제 시대’를 선언하자, 가장 야단법석의 반응을 보인 곳은 증권시장이다. 현대자동차를 선두로 하여 수소차와 조금만 연관성이 있는 회사의 주식 가격이 폭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뒤질세라 지방 정치인, 특히 자치단체장들이 수소경제에 관심을 쏟고 나선다. 충북지사는 대청호에 수소선박을 띄우는 아이디어를 얘기했고, 경기도는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을 구체화하겠다며 수소차 3000대 보급계획을 세웠다. 전북도는 새만금 이용과 관련지어 수소경제를 들먹인다. 이렇게 수소경제에 부산을 떠는 사람들도 있지만, 컴맹이 컴퓨터 바라보듯..

내일신문 2024.01.02

송영길·우원식 의원의 ‘탈원전’ 논쟁

2019-01-14 13:01:00 게재 탈(脫)원전 정책은 문재인정부 산업정책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 정책은 약 60여년에 걸쳐 원자력발전을 없애나가는 장기계획인데, 문재인 정부가 ‘개혁 조급증’ 때문인지 급진적 정책으로 포장한 측면이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탈원전’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고리1호기 폐로 기념식에서 연설하며 ‘탈핵시대’란 단호한 용어를 사용했다. 야당과 원자력학계 및 관련 산업계는 심한 반발을 계속했지만, 사안의 복잡성과 중요성에 비해 민주당 안에서 그동안 문제 제기가 없었다. 청와대가 가면 따라가는 종래 여당 정책 패턴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여당 안에서 탈원전 정책의 기조를 깨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인공은 송영길 의원...

내일신문 2024.01.02

‘박항세오’-한·베트남 관계의 촉매

2018-12-20 12:31:05 게재 지난 15일 제주도에서 밤늦게 택시를 탔다. 차 안이 스포츠 중계방송 소리로 요란했다. “소리 좀 낮출 수 없나요?”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베트남이 이기고 있잖아요!"기사가 흥분하며 대답했다. “베트남 축구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박항서 감독이 있잖아요!” 그날 SBS가 중계한 베트남 대 말레이시아 스즈키컵 축구 결승 2차전 시청률이 18%를 넘었다고 한다. 멀리 떨어진 하노이에서 열린 축구 경기, 한국 팀이 참가한 경기도 아닌데 이런 광적인 시청률이 나오다니 놀랍다. 베트남이 우승한 순간, 3000㎞ 거리를 두고 베트남과 한국 국민들이 동시에 환호를 질렀던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박항서 매직(魔力)’뿐인 것 같다. 박항서는 9500만 베트남인의 ..

내일신문 2024.01.02

수소차 4000대, 아직 벽은 높다

2018-12-10 12:30:00 게재 ‘노동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1990년대부터 과학기술의 발전이 초래할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데 탁월한 안목을 보여왔던 사회 사상가다. 그는 2002년 출판한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라는 책에서 수소에너지 시대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앞으로 수년 안에 컴퓨터와 통신 혁명이 수소에너지 혁명과 융합하면서 21세기와 22세기의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강력한 혼합물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10년까지 수소연료전지로 굴러가는 신세대 차량을 대량 생산해낼 수 있을 것이다. 수소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바퀴달린 발전소가 될 것이다.” 리프킨 주장을 반박한 사람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테슬라자동차' '솔..

내일신문 2024.01.02

장수시대, 일하며 건강하게 산다는 것

2018-11-26 11:41:37 게재 며칠 전 10여년 이상 다녔던 동네 단골 이발소에서 머리를 손질했다. 이발사는 일을 끝내고 요금을 받으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우리 가게 이용해줘서 고맙습니다. 문을 닫고 좀 쉬려고 합니다." 의자에 앉으면 "스타일대로 손질하겠습니다"라며 익숙하게 머리를 만지던 이발사에게 머리를 더 이상 맡길 수 없게 되니 뭔가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 젊은 이발사의 ‘쉬겠다’는 말에는 무슨 일이 있는가. 아파서 쉬려는 것일까, 아니면 남의 머리 깎는 일이 단조롭고 장래가 없다고 생각해서 접으려는 것일까.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 하는 이발사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얼마 전 외신에서 보았던 ‘107세 이발사’ 이야기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기 ..

내일신문 2024.01.02

노벨상이 응원하는 탄소세

2018-11-08 11:42:51 게재 현지 시간으로 6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의 제일 관심사는 상하 양원 선거였다. 하지만 미국의 총선거나 중간선거는 대통령, 주지사, 연방 상하 의원 등 선거직 공무원만 뽑는 행사는 아니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각 주마다 주요 정책을 주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주민발안(Proposition)제도가 있다. 예를 들면 복권을 발행하느냐 마느냐는 대표적인 주민발안 사례다. 어떤 주는 한 선거일에 10여개의 주민발안이 투표에 붙여지기도 한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관심을 끌었던 주민발안 투표의 하나가 미국 서부 워싱턴주의 ‘탄소세 부과안’이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 등에 1톤당 1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

내일신문 202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