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3 12:10:21 게재
한국의 소비 수준을 상징하는 것인가, 또는 산업발전을 말해주는 것인가. 브리티시오일(BP)의 분석에 의하면 작년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회원국(전체회원국은 35개국) 중 4위를 차지했다. 1위는 미국, 2위는 일본, 3위는 독일이다. 중국은 단연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지만 OECD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순위에서 제외됐다.
이산화탄소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배출되며,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1992년 리우 환경정상회의가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한 후 유엔 기구를 중심으로 감축노력이 시작됐으며, 2015년 196개국이 자발적 감축을 규정한 파리협정에 참여했다. 한국은 파리협정에 서명, 2030년까지 ‘BAU기준’ 37%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BAU는 감축노력을 하지 않고 화석연료를 소비했을 했을 경우 발생이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기후변화가 21세기 절박한 이슈인 점을 생각할 때,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4위는 국제사회에서 후진국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2017년 다른 OECD회원국의 배출량이 줄어들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2.2%가 늘어났다. 더구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OECD회원국 전체 배출량이 8.7% 줄어들었지만 한국은 24.6%가 증가했다. 독일 일본 미국의 배출량이 모두 크게 감소했지만 한국만 대폭 늘었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에너지 소비 구조가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재생에너지 개발을 게을리했고, 에너지효율화 기술개발에도 남다른 관심을 두고 투자하지 않았다.
이제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는 국제 사회에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국내에서는 성찰의 기회로 삼을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 앞에 확연히 전개되고 있는 온난화 현상 이를 웅변해주고 있다.
살인적 폭염은 ‘탄소여름’ 때문
그제 한국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을 기록했다. 서울의 수은주는 섭씨 39.6도를 찍었고, 강원도 홍천 등 여러 곳이 40도를 넘었다. 일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속출했고, 가축들이 수없이 죽었다. 올해 폭염이 8월 동안 어떤 놀라운 기록을 세울지 알 수 없다.
한국만 아니라, 온 세계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대지가 타들어 가고 있다. 그리스, 스웨덴, 미국 등은 산불로 광대한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폭염의 후유증은 농업 생산과 생태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은 기후 또는 기상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하며, 이 폭염의 원인을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아마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혼자만 이렇게 주장하는 언론을 향해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라고 윽박지르지 않을까 싶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지금 일어나는 기후변화에 ‘탄소여름’ (Carbon Summer)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가 공기 속에 누적되면서 일어나는 지구온난화를 그럴싸하게 표현한 말이다.
탄소여름, 즉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자료가 최근에 나왔다. 지난 5월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하와이 마우나로아 산 정상에서 측정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이라고 발표했다. 이산화탄소 농도야말로 기후변화를 가장 잘 대변하는 수치다.
이산화농도 410ppm은 공기를 구성하는 입자 100만 개 중에 이산화탄소가 410개 함유되어 있다는 뜻이다. 일반인들에겐 정말 미미한 숫자지만 과학자들에겐 기후변화의 대 재앙을 떠올리게 하는 수치다.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지구 기온이 상승하고, 농도가 떨어지면 하강했다.
석탄을 사용하기 전인 산업혁명 때까지 수십만 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 이상 올라간 적이 없었다. 석유가 보편적으로 사용된 1958년 이 수치는 315ppm으로 상승했고, 2000년 370ppm으로 뛰더니 2013년 과학자들이 마지노선으로 치부하던 400ppm을 돌파했다. 그 후 불과 5년 사이에 10ppm이 늘었다. 이렇게 이산화탄소 농도 수치가 급속히 상승하는 동안 벌어진 일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살인적 폭염이다.
기술이 기후문제 해결할 수 없어
문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다. 파리협정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질 전망은 밝지 않다. 선진국도 개도국도 하루하루 먹고 사는 데 필요한 화석연료 사용을 대폭 줄일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안에 450ppm을 돌파할 것이고, 500ppm도 깨질지 모른다. 기후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인류 앞에 다가 설지 가늠하기 어렵다.
410ppm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300만 년 동안 없었다는 일이다. 그때의 지구 기온은 지금보다도 섭씨 2~3도 높았고, 바닷물 수위는 20미터 높았다. 그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기후변화는 과거의 위기관리와 경제운용 패러다임으로는 통과할 수 없는 시험이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안이한 사고로 화석연료를 펑펑 쓰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국제협력에 적극 나서고 지혜를 나눠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관리는 이제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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