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돌아간 김정은, 그의 행보에 관심 집중

구상낭 2023. 10. 23. 21:27

2018-06-15 12:31:06 게재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제정치 무대에 주역으로 등장했다. 2011년 김정일 사망으로 권력을 승계한 후 6여 년 동안 은둔 장막 속에 있다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불과 몇 달 만에 영화 스타처럼 떠오른 것이다.

북한 당국이 ‘최고 존엄’이라며 비밀에 붙여두었던 그의 스위스 유학 행적 등 권력 장악 이후 사생활도 조금씩 노출되고 있다. 뭔가 자신을 내보이는 것에 대한 자신감 같은 것이 엿보인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이다.

그의 노출은 12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있는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은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와 거의 5시간 동안 함께 했다.

김정은이 호텔에 10분 먼저 도착했다. 이것을 보고 미국 기자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2배 많은 연장자에 대한 예우를 의미하는 한국식 태도에 따른 것이라 평가했다.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트럼프에겐 좋은 인상을 주었을 것 같다. 처음 호텔 회랑에서 걸어 나와 트럼프가 먼저 내민 손을 잡을 때 김정은의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트럼프가 김정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시간이 흐른 뒤 김정은이 트럼프의 등에 손을 얹어 밀어주는 제스처를 보였으니, 이는 회담과정에서 형성된 친숙감의 반영일 것이다.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모르지만 같이 호텔 뜰을 걷는 것도 두 정상의 거리를 좁혀주는 행동이었던 것 같다.

은둔 장막에 있다 영화스타처럼 떠올라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 당사국 언론에서 다양한 평가가 쏟아져 나온다. 회담 결과를 담은 합의문을 놓고, 북핵문제에 민감한 서방국가의 언론은 대체로 트럼프는 주기만 하고 김정은이 얻기만 한 회담이었다는 논조가 강하다.

그런 평가에 고개를 끄덕일 만도 하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북한의 회담취소 엄포에 되레 회담취소를 통고하며 북한을 몰아쳐서 무릎을 꿇게 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부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하여 김정은의 친서까지 트럼프에게 전달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회담 하루 전까지 김정은의 완전한 핵폐기 결단을 촉구하는 언론공세를 퍼부었다. 이런 정황만 보았을 때는 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 선언이 김정은의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합의문에 북한 핵폐기 이슈의 핵심으로 대두된 CVID 문구는 없었다. 단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로 4·27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재확인한 수준이다. 반면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에게 큰 선물을 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중지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합의문 문맥만 보면, 미국은 진전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할 만한 이유는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 대통령이 30대 북한권력자를 만나 회담을 갖고 비핵화 합의를 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언급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와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신뢰를 표명했다. 그리고 김정은 능력을 평가하면서 “재능 있는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국가를 이끌어 나가며, 유일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북한을 부강하게 하려는 욕구 보여

또 하나 긍정적인 측면은 같은 독재 통치자들이지만 김정은이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과 다른 신세대적 통치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 서양문화에 노출되었던 이유에서일까. 경제적으로 북한을 부강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해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과 그 이전에 있었던 북미 접촉에서 이 점을 트럼프에 강조함으로서 트럼프의 신뢰를 얻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70년간 적대관계에 있던 양국 정상들이 처음 만나 5시간 동안 협상을 하고 밥을 먹고 산책까지 한다는 것은 트럼프- 김정은 조합이 아니고는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 같다. 우리나라나 국제사회에 중요한 것은 되돌릴 수 없는 북한 비핵화다.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은 톱다운(Top-down)방식의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가 이런 방식에서 성공할지 모른다.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