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9 11:36:09 게재
새해 아침에 눈을 비비고 보니 대통령탄핵 소용돌이로 가려졌던 나라 밖 풍경이 보다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2017년 한국을 둘러싼 국제 환경은 매우 냉엄하다.
우리의 안전과 관련된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우리가 기대고 살아갈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한중관계와 한일관계에 갈등이 불거졌다. 우선 한중관계 악화의 뇌관은 사드 배치 문제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사드 배치를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한한령(限韓令)이라는 이름으로 한류 연예인의 중국출연 금지조치에 이어 한국행 전세기 운항불허,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불허, 중국진출 유통기업 세무조사 등 한국 경제를 옥죄어 오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는 6일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외교적 강수를 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IMF 사태 같은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한일 통화스와프협정 재개 논의도 일방적으로 중단했고, 한일 고위급 경제협의회도 취소했다. 부산 소녀상은 민간단체에 의해 설치된 것으로 한국 정부 당국이 시민의 반일감정을 고려해 철거에 미온적으로 나오자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위배된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정치적 경제적 카드를 빼낸 것이다.
이제 곧 워싱턴발 '트럼프 태풍'이 밀려올 것이다. 열흘 후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하여 새로운 세계 전략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의 대외정책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말해주듯 고립주의 또는 보호무역의 기조를 담고 있다. 미국산업의 해외이전을 막고 일자리 유출을 막기 위해 자유무역협정에 부정적이다.
정초부터 한중·한일관계 악화
트럼프는 취임도 하기 전에 멕시코에 공장을 지으려는 포드자동차를 국내에 주저 앉혔다. 트럼프는 또 일본 도요타자동차에게도 엄포를 놓았다. "도요타가 멕시코에 미국수출용 코롤라 모델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는데 절대 안될 일이다.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다"라고 트위터를 통해 경고했다.
트럼프는 멕시코가 미국수출용 산업의 생산기지가 되는 것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작년 멕시코에 자동차공장을 완성한 기아자동차 등 멕시코 투자 한국 기업들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세계전략은 통상정책에 기울어져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북한 핵문제 등 트럼프정부의 한반도 안보 정책이 초미의 관심사다. 그리고 대아시아 정책, 특히 순탄치 않아 보이는 미중관계도 우려스럽다. 이미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경을 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 놓은 상태다. 미중관계가 악화할 경우 북핵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의 위상을 난처하게 만들면서 한반도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다.
흔들리는 것은 국제 정치만이 아니다. 지금 문명사적인 산업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름 하여 '제4차 산업혁명'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시대로 대변되는 제3차 산업혁명 위에 물리학, 전자공학, 생물학 분야가 상호 교류하는 기술융합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즉 제4차 산업혁명은 제3차 산업혁명에 지능이 생기는 것이다.
이 혁명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3D프린터, 나노기술, 생명공학, 에너지저장기술, 양자컴퓨터와 같은 분야에서 떠오르는 기술 도약에 의해 증폭될 것이며 인류 존재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노동의 패턴 바꿀 제4차 산업혁명
제4차 산업혁명은 미국 독일 등 기존의 기술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기술로 제3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한국의 대기업들도 제4차 산업혁명 준비에 바쁘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을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 4일 개막한 라스베이거스 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드론, 자율주행차 등의 기술을 앞세운 중국기업들이 한국기업들을 압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없애고 노동의 패턴을 바꾸게 될 것이며 또 AI 생명공학 등 기술 향유를 놓고 불평등 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부각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새로운 산업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역효과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해야 할 예지와 능력이 우리 사회에 절실히 요구된다. 흔들리는 세계에서 중심을 잡고 또 제4차 산업혁명의 기관차에 승차해야 할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통탄할 일은 잘못된 대통령을 선출했던 우리 국민의 어리석음이다. 늦었지만 오늘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다음 대통령 후보와 그 주변 세력을 꼼꼼히 관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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