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김수종 칼럼] 대선후보들의 일자리 공약

구상낭 2023. 4. 20. 07:11

2017-01-19 11:40:18 게재

내일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백악관 입성 전 두 가지 일을 했다. 하나는 으레 해야 할 연방정부에서 일할 각료 인선을 한 것이다. 두번째는 국내외 대기업들의 손목을 비틀어 멕시코에 공장을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큰 틀에서 볼 때 트럼프가 선거에서 내걸었던 미국인 일자리 보호 공약을 실천하는 첫걸음을 이렇게 내디뎠다.

트럼프가 이렇게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지키려고 동분서주하는 노력은 일단 성공적이다. 포드와 도요타 등 거대 자동차의 멕시코 투자 계획을 바꿔 미국에 투자하도록 돌려놓았다. 일본의 손정의와 중국의 마윈을 트럼프 타워로 초청하여 환대하고 거액의 투자 약속도 이끌어냈다. 뒤늦게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미국에 31억달러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이렇게 일자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판에 한국은 탄핵 정국으로 국정의 현상유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얼마 후 대통령 선거가 끝나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면 정치 그늘에 가려졌던 민생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 그때 일자리 문제가 부각될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의 핵심을 요약하면 2017년은 '실업자 100만명, 청년실업률 10%'를 안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수치로 말하면 작년 한국의 실업자는 101만2000명이다.

청년실업률은 9.8%, 청년실업자수는 43만5000명이다.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고용통계에서 청년의 범위는 15~29세 연령대다. 10년 후 20년 후 한국 사회를 왕성하게 이끌고 나갈 인구 계층인데 열 명 중 한명이 일자리가 없어 방황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생계유지에 심각한 일이고 사회적으로는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매래의 공포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청년실업자를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취업준비생 약 62만명과 취업단념자 약 45만명은 취업률에 계상되지 않는다.

트럼프, 일자리 보호 공약 실천 첫걸음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은 국가가 풀어야 할 시급하고 지속적인 과제다. 경제 불황과 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자가 생겼고 중국의 기술력 약진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고전하는 것도 고용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경기 순환과 관계없이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는 바로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달에 따른 기계에 의한 인간노동의 대치다.

최근 공개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2015년 국내 취업자 1630만명의 일자리를 AI와 로봇에 빼앗길 수 있다"는 보고서의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현재 일자리 약 67%가 대치될 수 있다는 황당한 얘기다. 기술발전에 따라 한때 황당한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의 해이다. 탄핵으로 선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대통령이 할 일은 정치 개혁을 하는 게 우선이지만, 일자리 문제 해결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모두들 '제4차산업혁명'을 외치면서 장밋빛 미래를 그리지만 일자리 측면에서는 낙관할 수 없다. 우리는 미국처럼 첨단기술을 선도하지도 못하고, 또 거대한 시장의 힘으로 외국기업에 호통을 쳐서 투자를 유치할 수도 없다.

대선 후보들은 일자리에 대한 기본 철학과 일자리 정책을 제시하여 국민과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증할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정책에 소요되는 재원조달 방안과 그 정책의 지속성 및 역효과까지도 충분히 검증받아야 한다.

문재인 '일자리 131만개 창출' 공약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어제 발표한 '131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은 의미 있어 보인다. 그는 이 목표를 공공부문 충원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른 당이나 언론에서 빗발치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선거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논쟁을 통해 누가 집권하든 국가정책에 수렴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대통령 후보들도 일자리 공약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어제 조선대학교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유엔사무총장 경험과 인맥을 살려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지만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 반 전 총장도 문 전 대표처럼 정책팀을 구성하여 일자리에 대한 기본 철학과 포괄적인 일자리 공약을 만들어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먹고사는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일하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