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김수종 칼럼] 키신저와 소로스, 누구 말이 맞을까?

구상낭 2023. 4. 20. 07:13

2017-02-08 11:19:25 게재

 

"도널드 트럼프는 경이로운 인물이며 미국을 위해, 그리고 미국의 대외관계에서 대단한 기회를 만들 것이다."

"트럼프는 사기꾼이자 잠재적 독재자다. 자기모순이 가득한 인물이며 실패할 것으로 확신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취임하기 전 이런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놀랍게도 트럼프를 경이로운 인물이라고 호평한 사람은 93세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고, 사기꾼이라고 악평을 내린 사람은 미국의 투자가 조지 소로스(86세)이다.

이제 갓 취임할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보면서, 외교관과 투자가로 성공을 거두고 세계적 명성을 얻은 두 노인의 경험과 예지를 다시 한 번 관심을 갖고 음미하게 된다. 두 사람의 엇갈린 트럼프 평가에서 왠지 중간지대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는 경이로운 인물이 되든지, 아니면 미국과 세상을 엉망으로 만든 실패한 대통령이 되든지, 둘 중 하나일 것만 같다.

취임 보름 동안 벌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대내외 정책을 보면 "미국 우선"이라는 모토 아래 세계를 정신없이 뒤흔들고 있다. 세계 모든 국가의 안보 환경과 경제 상황이 트럼프의 트위터 문자에 의해 요동치는 판이다. 한국도 그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트럼프의 신호를 기다렸다.

2일 오산 미군 공군기지 활주로에 거대한 비행기가 착륙했다. 이 비행기는 'E4-B나이트워치'라는 이름을 가진 미 공군의 공중사령지휘소다. 보잉747을 개조해 만든 이 항공기는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도 방사선 침투를 막으며 국방장관이 탑승해서 작전 지휘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은 트럼프의 부하, 바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각료 중 압도적 다수(상원100명 중 98표)의 찬성으로 상원인준 표결을 가장 먼저 통과했고, 각료 중 가장 먼저 해외 출장에 나섰는데, 그 첫 방문국이 한국인 것이다. 한국 정부 사람들은 트럼프정부가 한국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안심하는 것 같다.

"트럼프가 대단한 기회 만들 것"

특히 미국 국방장관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에 무척 만족하는 모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국방장관을 이렇게 파격적으로 빨리 한국에 보냈을까? 그의 방한은 한미동맹에 대한 트럼프정부의 강한 의지를 한국인에게 보여주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대한 한국의 확약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트럼프정부 안보팀이 북한 핵과 관련하여 한반도가 트럼프정부 초기 위험지대라는 것을 감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등 핵능력 향상에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핵무기를 실어나를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지금 대통령이 탄핵재판으로 직무가 정지되어 리더십 혼란에 빠져 있다.

북한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호언했다. 트럼프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으니 북한이 시험발사를 하는 날이면 트럼프정부의 신뢰도는 초반부터 금이 간다.

트럼프정부 안보팀은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사태가 정권 초기에 충돌의 불이 댕겨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와 달리 전통적 안보관을 갖고 있다. 리더십 공백으로 방황하는 동맹국 한국을 안심시키면서 사정을 파악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중국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 방문 목적인 셈이다.

트럼프정부 대외정책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미중 갈등이다. 매티스가 한국으로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북태평양(동북아시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소개하는 것에서 보듯 트럼프의 아시아 정책의 포커스가 중국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트럼프는 사기꾼이자 독재자"

미중 간 발화위험지점은 세곳이다. 북 핵과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하나의 중국정책'이 걸린 대만 문제, 남중국해의 난사군도 분쟁이 이들이다. 자칫 미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지점들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무역흑자와 환율조작을 그냥 두지 않을 태세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안보를 중시를 할 것인지, 경제적 이익을 위해 거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인지 그 추이가 비상한 관심거리다.

키신저는 트럼프가 선거혁명을 일으켰던 사업가적 호소력을 통해 국제관계에서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소로스는 트럼프와 그의 각료 및 보좌관들의 자기모순에 빠져 싸우다가 실패한다고 예측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해법 방식은 무엇일까. 키신저의 긍정적 평가에 기대어 본다면, 트럼프는 김정은과 담판하거나, 시진핑과 푸틴을 지렛대 삼아 김정은을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