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마약범 극형과 아편전쟁

구상낭 2022. 12. 20. 12:25

내일신문 2014-08-18 16:07:29

 

이달 초 한국인 3명이 마약거래 죄목으로 중국 당국에 의해 사형에 처해졌다. 죽을죄를 지었느냐는 의문을 던지기에 앞서 한국인이 처형됐다는 뉴스가 쇼킹하게 느껴졌다. 충격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우선 사형집행이 거의 사라져 버린 한국사회의 시민으로서 느끼는 충격이 있다. 그리고 사실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유튜브(U-Tube)에 가끔 뜨는 중국의 마약범 총살 장면이 떠으르면서 한국인 처형과 교차되었다.

중국은 사형이 빈번히 집행되는 나라 중 하나이고 특히 마약 거래자를 극형으로 다스린다. 왜 마약사범 단속에 이렇게 극형까지 동원하는지 인권을 중시하는 서방 국가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도 중국을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 언론은 중국이 마약사범을 극형으로 다스리는 것은 아편전쟁의 역사적 상처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분명 중국 사회는 아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성싶다.

중국인들은 명나라 때부터 기호성 마약으로 아편을 좋아해서 해외에서 밀반입을 했다. 청대에 들어와서 아편의 해악을 인식한 옹정제(雍正帝)는 아편을 매매하는 사람에게는 칼 씌우기 한 달 후 강제노역에 처했고, 아편 집을 운영한 사람에게는 곤장 100대를 때리고 3천리 밖 유배형에 처했다.

그러나 부패한 관리들과 결탁한 아편 밀수는 건륭제(乾隆帝) 치세기간인 18세기 말에 번창일로에 있었고, 아편을 즐기는 인구가 황실에까지 확산될 지경에 이르렀다. 그게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아편 전매권을 획득한 때와 일치한다. 중국에서 차를 대량으로 수입하면서 대중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영국은 이 적자를 메울 방도를 아편 밀수출에서 찾았다. 19세기 들어 아편수입은 계속 늘었다.

아편 한 상자의 무게는 60킬로그램이었다. 통계에 의하면 1830년 아편 거래는 약 2만 상자(1,200톤)에 육박했고, 그 금액은 무려 1,374만 달러였다. 1938년 거래량은 4만 상자를 넘었고, 청나라 조정은 아편 엄금론으로 가득 찼다. 위기를 느낀 도광제(道光帝)가 임칙서(林則徐)를 흠차대신으로 임명하고 전권을 부여했다. 임칙서는 영국 상인들이 보유한 아편 2만 상자를 압수하고 밀매업자를 체포하는 대대적인 강경책을 썼고, 이 조치가 아편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전쟁에서 영국군은 파죽지세로 베이징의 관문인 천진으로 쳐들어갔다. 1842년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이 패전국 청나라에 요구한 배상금 총액이 2,100만 달러였다. 그 중 600만 달러는 임칙서(林則徐)가 영국 상인들로부터 몰수한 아편에 대한 배상금이었다. 게다가 청나라는 남경조약에 의해 홍콩 섬을 영국에 내주어야 했으니 그 물질적 피해는 국가적 재앙 수준이었다.

남경조약이 체결된 지 25년 후인 1867년 러시아가 알라스카를 미국에 팔아넘긴 가격은 720만 달러였다. 당시 알라스카 매입을 주도한 미국의 국무장관 윌리엄 소워드는 “재정을 파탄 낼 막대한 돈을 주고 쓸모없는 땅을 사서 어디다 쓸 것이냐? 소워드의 냉장고로나 써라.”는 국민적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중국이 물어야 하는 전쟁배상금의 규모가 얼마나 큰돈이었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아편전쟁은 청국의 패망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18세기 후반 건륭제(乾隆帝) 통치 기간 동안만 해도 중국은 현재의 티베트와 위구르자치구까지 영토를 확장한 군사적 대제국이었고, 요즘의 경제지표인 국민총생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었다. 그러나 영국과의 불평등 조약으로 홍콩이 할양되자 서구열강들은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어 청나라의 숨통을 조여 왔다. 5천년을 이어온 ‘천하 지존’ 중국 중심의 세계관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말았다.

아편은 중국인의 자존심에 치욕을 안겨준 마약인 셈이다. 일견 중국의 마약사범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극형은 인류보편적의 인권 차원에서 지나친 것이 아닐까. 국제관계에서 19세기는 야만의 시대였다.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모든 나라와 민족이 양육강식의 피해자가 되었다. 중국도 대표적인 피해자다. 형벌은 나라마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므로 다른 문화권에서 그들의 잣대를 무턱대고 들이댈 수는 없다.

하지만 마약사범에 대한 중국의 극형을 보고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인류문명의 진보에 따른 보편성에 비춰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은 G-2국가로 부상하며 각 분야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려 할 뿐 아니라 중국이 표준이 되는 세계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야만의 시대가 안겨준 트라우마를 떨치고 나와야 할 것이 아닌가.

중국 형무소에는 상당 수 한국인들이 마약거래 혐의로 수감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그들이 극형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