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핵과 미사일의 8월, 그리고 대통령

구상낭 2023. 6. 5. 23:08

2017-08-17 11:30:26 게재

 

'핵'과 '미사일'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2017년 8월이다. '괌 포위 타격'과 '화염과 분노'라는 말 폭탄이 평양과 워싱턴의 하늘을 날아다니고 언론이 쏟아내는 '서울 불바다' 시나리오를 들으면서 시민들은 마음을 졸였다.

이제 양측이 공격 수위를 낮추면서 한고비를 넘긴 듯하다. 가을이 오면 이 섬찍한 이미지들이 머리에서 사라질 것인가.

그제는 광복절이었다. 36년간의 일본제국주의 지배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지 7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8월은 해방의 환희를 느끼는 계절이다. 한편 8월은 또 다른 상념을 떠올리게 하는 달이다. 2차대전에서 일본의 항복을 불러온 2개의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던 달이다.

60대 이상의 한국인들에게 이제 이름도 변한 '핵폭탄'은 일본의 항복, 2차 대전 종전 그리고 해방으로 연결되는 광복의 전령사 이미지로 남아 있다.

"핵을 가지면 아무도 못 건드릴 텐데~" 그래서 박정희 정권시대에 핵개발 시도가 있었고, 김일성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를 추진하여 오늘의 북한 핵문제 불씨를 심어 놓았다.

핵폭탄이 처음 제조된 후 72년 동안 그 제조기술과 운반수단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인류는 수 없는 전쟁과 분쟁 그리고 냉전체제에 휘말렸지만, 핵무기는 제조된 1945년 딱 두번만 사용되었다.

가장 초보적인 핵폭탄 2개가 일으킨 화염과 방사능피폭에 의해 20여만명이 죽었고, 그 후유증은 처참했다.

핵폭탄은 '쓰지 못 하는 무기'로 불린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개발 경쟁을 벌이고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이를 사용하지 못한 것은 핵무기가 초래할 종말론적 재앙 때문이었다.

소수의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 선제공격은 바로 쌍방의 파멸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포의 균형' 수단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트럼프의 압박과 김정은의 반발 계속돼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들은 방어용임은 강조하지만 핵 선제공격을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올해 8월 핵 문제가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만드는 것은 북한의 핵무장 능력이 미국의 '전략적 인내'의 문지방을 넘어선 데다 핵 버튼을 쥔 김정은 위원장의 변덕스러운 행동 탓이다.

북한 전략사령부가 '괌 포위 미사일타격'을 언급했듯이 북한은 7월 28일 미사일 발사로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물론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핵탄두 무게도 500㎏으로 소형화해서 미사일 탑재가 가능하게 됐고, 마지막 관문인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곧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수십개의 핵탄두를 장전·배치한 북한을 놓고 벌어질 한반도와 주변 상황은 예측하기 어려운 불안정의 연속이 될 것이다. 트럼프의 압박과 김정은의 반발이 어느 지점에서 발화할지 모른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놓고 '우리가 주도하는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미국이 취할 가능성이 있는 북핵의 군사적 대응에 대해 자제를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다행히 문 대통령의 의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트럼프 정부의 장군출신 각료들과 서울을 방문한 합참의장은 군사적 조치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숨통을 텄다.

문 대통령 담대한 외교역량 기대

그러나 핵을 포기할 수 없는 북한과 북핵과 미사일을 용인할 수 없는 미국은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언제고 위험한 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

국민은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됩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반은 안심을 하면서도 반은 어떻게 북한 핵과 미사일을 포기시킬 것이냐고 묻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답해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귀국한 지난 7월 12일 국무회의에서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이를 해결할 힘이 없고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소감과 광복절 경축사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김정은 시진핑 트럼프에 통하는 대통령의 현명하고 담대한 외교역량을 기대해본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100일 전 문 대통령이 손을 들고 국민 앞에 선서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