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중국은 군사 초강대국으로 간다

구상낭 2022. 11. 8. 12:30

내일신문 2010-09-27 15:26:14

 

지금 중국과 일본은 동중국해에 떠 있는 조그만 무인도 몇 개의 영유권을 놓고 치열한 기(氣)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센카쿠(尖閣)열도, 그러나 중국은 이 섬들이 원래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며 이름도 댜오위다오(釣魚島)로 부른다. 분쟁의 발단은 9월 중순 일본이 이 섬 인근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한데다 그 선장의 억류 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이다. 싸움이 험악해지는 것은 섬의 영유권 분쟁에서 밀릴 수 없다는 두 나라의 국익과 체면이 걸려있어서다.

 

이 영유권 분쟁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며 어선 나포 같은 일로 티격태격한 적은 흔하다. 그럼에도 이번 갈등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중국의 국부(GDP)가 일본의 그것을 능가함으로써 중국의 힘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신감과 일본의 초조함이 갈등 진행과정에서 어떻게 표출될지 이웃 국가의 국민으로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을 추월하고 미국 GDP의 35%에 육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일본이 지난 40년간 유지해온 ‘제2경제대국’의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일본이 그 40년 동안 변변히 누려보지 못한 G-2의 명성을 순식간에 얻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전략을 구사함에 있어 중국의 동의나 묵인 없이는 아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20년간 서방의 전문가들은 빈부격차, 도농격차, 지역격차와 부패 및 소수민족 문제 등을 지적하며 중국의 성장 한계를 노상 지적했지만, 그들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중국 경제는 팽창에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가 될 줄 알았던 중국의 공산주의 정치 체제는 천안문 사태 이후 3차례나 순조로운 정권교체를 이루며 장기간 안정을 이뤘고, 그 추세는 지속될 것 같다. 이런 정치적 안정과 경제 성장이 지속된다면 10년 안에 미국의 현재 GDP를 따라잡게 될 것이다.

 

중국은 지금 2조5천억 달러어치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도 그렇지만 국가도 현금을 많이 쥐고 있으면 힘이 생긴다. 그 돈을 갖고 국내 인프라 확충과 국민복지 향상을 위해 쓸 수도 있고, 해외자원을 확보할 수도 있으며, 북한 같은 주변국에 원조를 줌으로써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특히 군사력을 키워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의 꿈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등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축적되는 국부를 어디에 쓸 것인가를 놓고 매우 민감한 것 같다. 중국의 늘어나는 국부가 결국엔 중국을 무장하는 데 투자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떠오른 국가들이 종내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길을 걸었던 세계사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은 역사학자 폴 케네디를 비롯해서 많다.

 

산업혁명으로 부를 축적한 영국은 해군을 길러서 세계를 제패했고, 1914년 영국의 생산력을 앞지른 독일도 결국 그 경제력으로 군비를 증강함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을 재촉하게 되었다. 미국은 1870년 영국의 경제력을 능가했으나 한동안 대외문제의 개입을 꺼리다가 데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20세기 초 해군력을 증강하며 군사대국의 길로 들어섰다.

 

중국은 서구 열강들의 군사력에 의해 치욕의 상처를 입었던 경험을 안고 있다. 게다가 2천년의 역사를 통해 ‘제국의 DNA’를 형성해온 나라다. 중국은 과거 냉전시대의 미소관계와는 달리 미국과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우주개발, 해군력 강화, 자원외교 등에서 미국과 라이벌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중국이 필경 갈 길도 미국 같은 군사초강국의 길일 것이다.

 

우리는 중국 역사에서 아시아 주변국의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중국이 강력한 통일 국가였을 때, 즉 한(漢)제국, 수당(陏唐), 원(元)과 청(淸) 시대가 우리를 포함한 이웃 주변국은 수난의 시대였다.

 

21세기 세계는 옛날 패권 전쟁의 시대와 크게 다르다. 글로벌 경제시대로 협력이 대결보다 더 중요하고 집단안보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된다는 공식은 없다. 북한을 끼고 이념적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고  중국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할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우리에겐 남다른 고민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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