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2013-12-03 07:15:33
요즘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안에 심상찮은 불똥이 떨어진 모양이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이 불똥은 바로 정몽구 그룹 회장이 내린 ‘전기차 특명’을 말한다. 정 회장은 기아차가 개발 중인 전기차 ‘쏘울’에 총력을 집중하도록 닦달했다고 한다.
이유는 세계 자동차 제조업계에 전기차 바람이 심상찮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닛산 자동차가 2010년 야심적으로 출시한 전기차 ‘리프’의 누적 판매량이 8만대를 돌파했다. 또 한국에서 외제차 판매 선두를 달리고 있는 BMW가 혁신적인 설계와 디자인으로 무장한 전기차 ‘i3’를 공개하고 내년 봄 한국 판매에 돌입한다. 게다가 실리콘밸리를 무대로 자동차벤처로 창업한 테슬라 전기차가 주가 폭등을 일으키며 세계적 관심을 끌더니, 노르웨이에서는 일반차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를 두 궤도를 따라 진행해온 듯싶다. 기아자동차는 전기차에, 현대자동차는 수소차에 기술투자를 집중했다. 현대차는 지난 달 열린 LA오토쇼에서 투싼ix(SUV)를 선보이고 내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시판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무게중심은 기아의 '쏘울‘ 보다는 본가인 현대차의 '투싼ix'에 실려 온 것 같다. 즉 전기차보다는 수소차에 힘을 쏟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의외로 전기차 바람이 강해지는 데 대한 경계심이 발동한 듯 한 기색이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지금 세계 자동차 제조업계는 친환경차의 무게 중심을 전기차에 두느냐, 또는 수소차에 두느냐를 놓고 피 말리는 고민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토요타와 벤츠는 현대처럼 수소차에 역점을 둔 것 같고, BMW는 전기차에 승부를 거는 것 같다. 이들 메이저 자동차회사의 경쟁판도를 전기차 쪽으로 흔드는 게 닛싼과 테슬라가 아닌가 싶다. 일반차 경쟁구도에서 밀려난 닛싼은 생존전략으로, 테슬라는 태어날 때부터 전기차에 올인하고 나선 것이다.
전 세계에 굴러다니는 자동차는 약 10억 대로 추산된다. 그리고 한 해 약 8천만 대의 자동차가 새로 만들어진다. 새로 태어나는 인간의 숫자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자동차의 숫자가 더 많은 셈이다.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에 따라 자동차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자동차가 내연기관을 갖고 있고, 그 연료는 거의 화석연료, 즉 휘발유 경유 가스(LPG)다.
화석연료가 인류를 위협하는 요인은 세 가지다. 첫째 화석연료가 연소하면서 내뿜는 유해가스와 미세먼지가 도시 공기를 오염시킨다. 둘째 자동차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를 촉발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셋째 머지않아 화석연료 자원의 고갈을 불러 에너지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사람들은 머리로는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입으로는 그린 에너지를 외치지만, 손과 발로는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아직 내연 자동차 운용비가 싸고, 모든 인프라가 화석연료 위주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가 변화하기를 싫어하고, 소비자도 변화가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환경은 점점 한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사회 구석구석에서 이 문제를 느끼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환경주의자들이 거리에서 외치고,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환경정책의 변화를 얘기한다.
이제 자동차 제조업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한때 배터리와 내연기관을 병행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친환경 자동차의 조류는 ‘전기차’(EV)와 수소차(FCV)의 흐름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전기차는 엔진대신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동력으로 차체를 움직인다. 수소차는 수소연료를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킬 때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차체를 움직이는데 ‘연료전지차’로도 불린다. 두 종류 모두 내연기관이 없고, 따라서 이산화탄소와 매연 같은 공해물질을 직접 공기 중으로 내뿜지 않는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아이디어와 원리는 이미 자동차가 탄생했던 1세기 전부터 응용되었던 기술이다. 내연기관이 자동차와 결합하면서 값싼 석유에너지가 자동차문명을 주도했고, 전기차와 수소차의 원리는 특수한 분야에서만 응용되어 왔다. 21세기 들어 환경과 자원고갈문제가 대두되고, 또 기술발전이 가속화하면서 전기차와 수소차가 자동차 문명의 새 지평으로 다시 떠오른 것이다.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다.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기술적 경제적 장벽을 안고 있다. 기존의 내연엔진 자동차도 순순히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의 심리나 정부 정책도 모두 유동적이다.
친환경차로의 혼미한 패러다임의 변화과정에서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강자로 재탄생할 수는 없을까. 10년 전만해도 소니를 쫓아가던 전자산업의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혼미한 스마트폰 탄생과정에서 위대하게 떠올랐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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