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187

리튬 전쟁

내일신문 2010-09-08 20:45:56 지난 8월 말 이명박 대통령과 새까만 더벅머리의 인디언이 포옹하는 뉴스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대통령에서부터 이름도 생소한 조그만 섬나라의 총리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수많은 국가 정상이 청와대를 찾아와 한국 대통령과 회담한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주는 나라의 정상이 오면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한국에 경제 원조를 요청하거나 저 멀리 작은 나라의 정상이 오면 뉴스에 잘 나오지도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포옹하고 극진히 대접한 그 인디언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볼리비아가 남미 국가 정도로 알지만 어디쯤에 붙은 나라인지는 잘 모른다. 그 동안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고 관심을 가질 만한 이유..

내일신문 2022.11.08

Globish가 뜬다는데

2010-07-06 23:17:26 "Speak Globish?" 6월 21일자 뉴스위크가 커버스토리로 다룬 기사의 제목이다. 영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번뜩 감이 잡힐 것이다. ‘Globish’는 ‘Global’과 ‘English’의 합성어로서 글로벌 언어로서 영어의 위상을 말해주는 신조어(처음 사용된 것은 1997년이라고 함)임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뉴스위크 기사에서 얘기하는 글로비쉬는 미국인이나 영국인들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표준 영어를 뜻하지 않는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특히 제3세계 사람들이 쓰는 영어를 말한다. 인터넷과 글로벌 미디어가 출현한 후 비즈니스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접촉에서 모국어가 서로 통하지 않는 사람들끼리의 의사소통이 더욱 필요해졌고, 결국 국..

내일신문 2022.11.07

이카루스의 날개

2010-06-15 22:25:30 이카루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만들어준 밀랍 날개을 달고 크레타 섬을 탈출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무 하늘 높이 떠오르지도 말고 너무 바다에 붙어 날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카루스는 하늘로 떠오르자 그 비상에 심취한 나머지 아버지의 충고를 잊어버리고 하늘 높이 날았다. 이카루스는 태양 너무 가까이 접근했고, 밀납 날개가 녹아내리는 바람에 바다에 추락해서 죽었다. 나로호 발사 실패 소식을 들으면서 문득 그리스 신화 ‘이카루스의 날개’를 연상했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꿈과 이카루스의 밀납 날개는 숙명적인 관계인지도 모른다. 구 소련은 1957년 5월 4일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려 미국을 경악케 하면서 우주 경쟁의 테이프를 끊었..

내일신문 2022.11.07

이건희, 태양을 바라보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관계자는 ‘17일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에서 열릴 예정인 반도체라인 기공식에 이건희 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며칠 전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움직임에 대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삼성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최고 경영자가 반도체 라인 기공식에 참석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이 그 행사에 참석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두기 위함이라는 식이다. 기업 경영자가 아니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의 거동을 보도하는 기사를 닮았다. 다른 회사와는 사뭇 차별되는 삼성의 규모와 그 조직 문화를 느끼게 하는 글이었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고 나서 향후 10년 청사진을 밝혔다.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지, 발광다이오(LED), 바이..

내일신문 2022.11.07

내가 무엇을 보았다 말할 수 있으리

인간관계와 경제생활에 유용한 지혜 제공 최인철 지음/21세기북스/1만원 서울대 최인철 심리학 교수가 성인 40명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수강자들은 대부분 기업체 임직원 또는 공직자 등 사회적 지위와 식견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최 교수가 말했다. “40초짜리 아주 짧은 동영상을 준비했습니다. 6명의 사람들이 서로 공을 주고받는 공놀이 동영상입니다. 3명은 흰 옷을 입었고 3명은 검은 옷을 입었습니다. 여러분들은 흰 옷을 입은 사람이 흰 옷을 입은 사람에게 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를 정확히 세어보십시오.” 동영상이 끝나고 최 교수가 결과를 묻자 수강자들이 대답했다. “열네 번입니다.” “열세 번 아닌가요.” 최 교수가 다시 물었다. “혹시 공놀이 동영상에서 고릴라를 본 사람은 손을 들어보십시오.” 15..

내일신문 2022.11.07

똑똑해져야 하는 이유

2010-05-04 08:00:09 올봄 날씨는 유난히 변덕스럽다. 눈도 많이 왔고 벚꽃도 늦게 피었다. 아직도 길거리에 겨울옷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이상저온 현상은 급기야 봄 야채 값을 올려놓았고, '애그플레이션'의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의 진원지는 중국인 것 같다. 우리가 그나마 저렴한 식품을 소비하며 생활하게 된 것은 값싼 중국 농산물 덕택이다. 그런데 지금 이상 저온이 중국에서도 심각하다고 한다. 한국에 다량의 농산물을 공급하는 산동성 지역 등 중국 북부는 이상 저온에 시달리고 있고, 중국 남부 지역은 이상 가뭄으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다. 그게 기후변화 탓인지 일시적인 저온 현상인지 모르나 우리 서민경제 생활에 적잖은 ..

내일신문 2022.11.07

VIP 승객 신드롬

내일신문2010-04-15 오후 12:42:16 게재 며칠 전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날씨에 제주에서 김포까지 비행기를 탔다. 이륙한 비행기가 한참 동안 구름 속에서 요동했다.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면 여러 가지 기분 나쁜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은 안전을 믿는 쪽으로 기운다.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다는 기상청의 일기예보, 관제당국의 판단, 특히 조종사의 비행 능력 등이 종합되어 비행기가 뜨는 것이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펼쳐든 신문 기사 중에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이 러시아의 스몰렌스크 공항에서 발생한 폴란드 대통령 탑승 비행기의 추락사고 뉴스였다. 특히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노후한 러시아제 Tu-154 기종을 들어 기체 결함설도..

내일신문 202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