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진보 정권이 보여줘야 할 환경정책

구상낭 2023. 4. 29. 12:06

2017-06-19 11:21:18 게재

 

한국 사회에 진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공직사회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에 그 바람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듯하다. 문재인정부의 환경정책에서도 진보의 강풍이 불고 있다.

미국을 보면, 공화당은 환경정책이 보수적이고 민주당은 진보적이다.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했으나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8년 동안 공을 들여 세계 195개국의 동의를 끌어내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얼마 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한국에선 두 번 진보진영에서 대통령이 나왔다. 환경문제에서 다소 진보적이기는 했지만 보수 진영과 두드러지게 대척점에 서지는 않았다. 경제성장과 국토개발이 환경 이슈를 압도했던 국민정서 때문이었다. 환경 문제에 점차 귀를 기울이는 경향이 강해졌지만 환경 이슈는 운동권의 행동 분야처럼 여겨졌다.

문재인대통령이 환경부 장관과 차관을 고른 것을 보니 세상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언론은 그녀에게 '페놀아줌마' '환경운동가'라는 인물평을 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정한 김은경 환경장관 후보자에 대한 이야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인선 배경 발표문에는 문 대통령의 환경 정책 기조가 실려 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환경문제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깊은 고찰과 식견을 보유한 인물로 기후변화 대응, 미세먼지 저감 등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고 물 관리 일원화, 4대강 재(再)자연화 등 건전한 생태계 복원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촉매는 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경부 차관에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을 임명했다. 그는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딴 환경생태 전문가인데, 실은 한국의 대표적 NGO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으로 그 이미지가 더 강하다.

'페놀 아줌마' 환경장관 내정

문재인정부를 가리켜 '운동권 정부'라고 말하는 사람을 적잖게 본다. 장관과 차관을 모두 환경운동가로 맞이한 환경부는 아마 운동권 색채가 더 짙어 보인다. 문재인정부의 환경정책의 주안점은 이미 지적한 대로 기후변화, 미세먼지, 탈(脫)원전, 신재생에너지, 4대강 생태복원으로 대강의 줄기가 나왔다. 미세먼지 문제는 지난 봄 크게 이슈가 되면서 급속히 부상했고, 4대강 생태복원은 이명박정부의 무리한 국토계획이라는 차원에서 새정부가 손을 보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맞닥뜨릴 환경 이슈와 이를 헤쳐나갈 정책기조와 지혜로운 실행 방법이 절박한 문제다.

미세먼지 등 공기오염은 국민이 더 이상 참을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잠재 위험은 언제나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기후변화는 한국에서도 열대야의 증가, 가뭄, 생물서식지의 이동 등으로 국민 건강과 농수산물 재배에 큰 변화를 부르고 있다. 지구촌 전체를 둘러보면 극지방의 빙하감소에 따른 해수면 상승, 홍수와 가뭄, 태풍, 생태계의 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미세먼지든, 강의 오염이든, 기후변화든 그 큰 원인은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과 자연의 회복 능력을 초과한 토지 이용에 있다. 그리고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드러났듯이 이것은 국경 없는 다국적 문제이기도 하다.

환경부 장관이 아무리 환경에 대한 식견이 높고 부하를 잘 통솔해도 혼자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국민이 먹고 살고 편하게 이동하는 문제를 맡고 있는 산업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환경부와는 역할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관 차관 모두 환경운동가

지금까지 환경문제가 부각되면 땜질 정책으로 소나기를 피해갔지 정부가 산업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국정 철학을 세워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문재인정부는 환경문제를 통합적으로 풀어나갈 행정 체계를 갖췄으면 싶다. 이제 환경부 장관 혼자 악을 쓰거나 전시성 사업을 하다 마는 식의 환경 정책으로는 국민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

산업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가 따로따로 갈 수 없는 실효성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서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 산업, 국토교통, 환경, 또는 보건 문제까지도 꿰어 조율된 정책의 기본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진보정권에서는 대통령직속 지속가능위원회가 있었고, 보수정권에서는 국무총리실의 녹색성장위원회가 존재했지만 효율적인 지휘자 노릇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산업과 환경의 협연(協演)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