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칼럼그룹 114

만주어의 운명

자유칼럼 2016-01-29 00:25:55 며칠 전 뉴욕타임스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중국의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시버(錫伯)족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중국을 거의 3백년간 지배했던 청조(淸朝)의 뿌리는 만주족입니다. 오늘날 중국을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아우르는 광대한 국가로 넓혀놓은 주인공이 만주족입니다. 서역의 사나운 유목 민족들과의 끊임없는 대결을 펼치면서 변방의 땅을 평정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과업이었습니다. 1764년 건륭제는 만주족의 일파인 시버(錫伯)족 팔기군 군사 수천 명을 소집하여 카자스탄 접경지역에 둔전병으로 파견했습니다. 이들은 가족과 마소를 이끌고 18개월이나 걸려 중앙아시아의 이리 강가 차부차얼(察布査爾) 지역에 병영을 설치했습니다. 모두들 지독한 향수..

자유칼럼그룹 2022.12.24

풍운이 몰려오는 남극 대륙

자유칼럼 2016-01-07 07:48:31 러시아가 정교회 예배당을 세웠습니다. 중국 노동자들이 장성역참(長城驛站)을 확대하여 배드민턴 코트, 150명 규모 숙소, 위성기지 보호 돔을 새로 꾸몄습니다. 인도는 134개의 화물 컨테이너를 붙여서 미래형 연구센터를 멋지게 지었습니다. 터키와 이란이 기지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위의 글은 전혀 연결이 안 되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에 딱 한 단어, 즉 ‘남극’을 넣으면 뜻이 한순간에 확연해집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남극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지 건설에 달려드는 동양권 국가들의 활동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 국제사회의 세력 판도 변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지난 세기 남극은 미국, 영국, 호주, ..

자유칼럼그룹 2022.12.24

석유의 저주

자유칼럼 2015-12-19 04:49:51 ‘자원의 저주’란 말이 있습니다. 풍부한 지하자원이 축복이 아니라 되레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때 쓰이는 말입니다. 펑펑 쏟아지는 오일 달러를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 사용한 게 아니라 권력자의 대중 영합의 수단으로 낭비하다가 국민을 ‘공짜의 덫’ 속으로 몰아넣는 경우입니다. 베네수엘라가 이런 나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 유가(油價)가 배럴당 30달러 대로 떨어졌습니다. 12월 초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감산하지 않기로 결론이 나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작년 여름 유가가 100달러 대에 머물 때 50달러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산유국들의 아우성이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규모로 볼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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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정치권으로 들어오다

자유칼럼 2015-12-01 09:27:32 “과학은 명료합니다.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더 앞서나가고 더 빨리 행동해야 합니다. 단 2도 상승해도 식량 및 수자원 안보, 경제의 안정 그리고 국제 평화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입니다. 튼튼한 기후체제를 만듭시다. 파리(총회)가 그 전환점을 찍어야 합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연설이다. 청중은 버락 오바마, 시진핑, 블라디미르 푸틴, 신조 아베, 앙겔라 메르켈, 마헨드라 모디, 프랑수와 올랑드, 데이비드 카메론 등 전 세계에서 모여든 150명의 대통령 또는 총리들이었다. 어제 파리 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개막식 광경이다. 개막 연설이 끝나자 각국 정상들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갔다. 연설 시간은 5분 내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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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파리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자유칼럼 2015-11-30 09:50:23 박근혜 대통령이 파리로 갔습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인도의 마헨드라 모디 총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캐나다의 쥬스탱 트뤼도 총리,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파리로 몰려갔습니다. 보름 전 IS 테러리스트들이 129명의 시민과 관광객을 쏘아 죽이던 광란의 도시 파리에 오늘은 그 희생자 숫자만큼의 국가 정상들이 집결합니다. 바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의장국인 프랑스의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의 상흔이 생생한데도 회의 개최를 강행했습니다. 웬만하면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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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붉은 머리 여왕

자유칼럼 2015-10-30 10:38:26 오늘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영국 방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20일 영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주석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으로 들어가는 광경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했습니다. 영국 왕실은 3대가 나서서 근위대 환영식에서부터 버킹엄 궁 안에 숙소를 마련해주까지 시진핑 부부에게 풀코스의 환대를 베풀었습니다. 영국과 중국의 관계, 과거의 눈으로 보면 침략자와 피압박자의 관계였습니다. 오늘의 눈으로 보면 시진핑은 세계 최대(最大) 사회주의 국가 원수이고 엘리자베스 2세는 원조(元祖) 자본주의 국가의 군주입니다. 영국이 이렇게 시진핑을 공들여 환대한 것은 중국이 금고에 가득 쌓아놓은 달러(외환보유고)를 활용하고 싶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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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雨中登泰山

자유칼럼 2015-10-16 07:24:23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9월 초 중국 태산(泰山)에 올라 비를 맞았다는 소식이 뒤늦게 국내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중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반 총장은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여론조사를 하면 선두를 차지하는 잠재적 대권 후보이니, 태산에 올라 비를 맞으면 운이 펴진다는 우중등태산(雨中登泰山) 속설이 증폭된 것입니다. 틈만 나면 고개를 내미는 ‘반기문 대망론’이 또 한 번 충전을 받은 형국입니다. 당송(唐宋)시대도 아닌데 태산이 왜 이리 한국의 대권 구도와 연결되어 거론되는 것일까요. 7~8년 전 봄 중국 태산에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골짜기마다 복사꽃을 비롯하여 기화요초가 만발한 게 산에 오르기에 최적의 날씨였습니다. 일기가 좋다고 찬탄하였더니 ..

자유칼럼그룹 2022.12.24

후지산, 달, 산소, 인생

자유칼럼 2015-09-24 08:53:17 8월이 끝날 무렵 일본 후지산(富士山)에 올랐습니다. 등산 첫 날 푸른 하늘에 새털구름이 수놓은 좋은 날씨를 만나서 3,250미터 하치고메(八合目) 산장까지 올라가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악천후 예보와는 달리 후지산이 나를 품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장 숙소 바닥에 드러누워 다음 날 3,760미터의 정상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즐거운 상상을 했습니다. 상상은 깨졌습니다. 자정이 가까워지며 산은 폭풍우로 굉음을 뿜어내며 요동쳤습니다. 바람소리, 고산증세, 등산객들이 뒤척이는 소리 때문에 한숨도 못 자고 아침에 밖으로 나오니 악천후가 시야를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일행은 등정(登頂)을 포기했습니다. 바람은 몸을 가누기 힘들게 휘몰아쳤고 빗방울이 뺨을 얼얼하..

자유칼럼그룹 2022.12.24

별에서 보내온 이야기

자유칼럼 2015-07-21 07:45:11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무리를 본 적이 언제입니까. 오늘은 하늘 끝 아득한 곳에 떨어져 있는 별에서 전해온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화성 운하 존재설’을 주장해서 유명해졌던 미국의 사업가이자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6)은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조선이 1882년 미국과 수호조약을 체결하고 1883년 최초의 미국 공사가 부임해오자, 고종은 그해 7월 민영익 홍영식 등 11명으로 구성된 견미사절단을 워싱턴으로 보냅니다. 사절단 일행의 고문이 되어 미국으로 안내한 사람이 당시 일본에 머물러 활동하던 로웰이었습니다. 고종은 로웰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그를 조선으로 초청하였습니다. 호기심 많고 문학적 감..

자유칼럼그룹 2022.12.24

치킨과 삼겹살의 출처

자유칼럼 2015-06-06 11:30:59 5월 중순 1박2일로 단체 남도 여행을 갔습니다. 저녁 9시가 넘어 산길을 달리다가 일행 중 누군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치킨, 이 캄캄한 산골에서 그걸 어떻게 찾을까.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더니 어둠 속 길가에 ‘치킨’이라고 쓴 조명 간판이 보였습니다. 일행이 먹을 치킨을 구우려면 한참 걸린다는 가게 주인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짓자 주인은 배달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초행길이어서 사실 숙소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인데 주인은 그곳으로 배달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가까운 거리인가 보다 하고 숙소를 찾아가는데 10킬로미터가 훨씬 넘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 후 가게 주인이 그 먼 밤길을 달려서 배달해준 덕에 일행은 즐겁게 치킨을 먹을 수 있었습..

자유칼럼그룹 202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