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2012-06-07 14:45:49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환경운동, NGO, 녹색경제, 녹색성장, 녹색당, 녹색기술, 친환경, 재생에너지, 지속가능개발.
옛날에는 이런 말이 없거나 거의 쓰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말 속에 갇혀 살다시피 하고 있다.
그 ‘옛날’은 불과 20년 전이다. 지난 20년 동안 세계는 문명사적인 대변혁을 겪었다. 정치적으로는 냉전체제가 붕괴하고, 중국이 G2란 이름 아래 수백 년 만에 세계무대의 중앙으로 올라섰다. 기술적으로는 디지털통신혁명이 인간사회의 틀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모든 부문에서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사회가 곳곳에서 새로운 위기를 촉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대변되는 지구환경 위기도 이런 대변화의 범주에 속한다. 속도는 다소 느려보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위에 언급한 모든 이슈들을 한방에 집어삼키면서 인류문명을 파멸로 몰아갈 수 있는 일이다.
초비키니 수영복 패션을 탄생시킨 브라질 리우의 아름다운 해변 이파네마. 1992년 6월 이곳에서 108개국 국가원수 및 정부수반을 비롯해서 172개국 정부 대표가 모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회의를 열었다. 공식명칭은 ‘유엔환경개발회의’였으나 언론에선 지구정상회의(Earth Summit)라고 불렀다. 일부 전문가와 서유럽의 몇 개 국가에서만 거론되던 지구환경 관련 개념들이 국제사회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된 계기였다. 이 회의의 핵심적 결과물이 기후변화협약의 채택이다.
지구정상회의는 정부대표만의 회의가 아니었다. 본격적인 NGO운동 시대를 열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온갖 시민단체(NGO)가 국제문제와 관련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를 시발점으로 작년의 ‘월가를 점령하라(OWS)’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꼭 20년이 흐른 오는 6월 20일 세계의 지도자들은 다시 리우에 모인다. 이번 회의의 공식명칭은 ‘유엔지속가능개발회의’이다. 언론은 ‘리우+20’ (Rio+20)이라고 부를 것이다. 130개국에서 대통령 또는 총리가 참석하고 장관 등 정부 대표, 수많은 도시의 시장, 국제기구대표, 기업 대표들 그리고 각국 NGO대표 등 5만 명 이상이 리우에 모일 것이라고 한다. 올해는 ‘리우+20을 점령하라’는 NGO까지 등장할 모양이다.
‘리우+20’에서 논의될 핵심적 이슈는 7가지다. 첫째 환경을 지키며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릴 녹색 일자리의 창출, 둘째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확보, 셋째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번영하는 도시를 만드는 방안, 넷째 기아 인구 10억과 2050년까지 증가할 20억 인구를 먹일 수 있는 식량의 생산과 분배 문제, 담수의 부족과 오염의 심각성, 여섯째 해양의 관리 문제, 일곱째 자연재난 대비이다.
이 이슈들을 한마디로 묶어 정리하면 21세기와 그 이후를 바라보는 지속가능개발의 문제이다. 지속가능 개발의 개념은 1987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브루트란트 보고서에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미래 세대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개발 개념이다.” 말은 그럴 듯하지만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기 어려운 난제다.
20년이 지났지만 기후변화협약 실행은 더디기만 하다. 화석연료 사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는 게 개인은 물론 국가의 속성이다. 지금 그리스 사태로 세계는 EU발 금융위기에 몰려 있다. 주요 국가 원수들이 ‘리우+20’에 신경을 크게 쓸 여유가 없을지 모른다. 이런 판국에 5만 명이 모여 아우성치는 곳에서 무슨 뚜렷한 해법이 나올까. 어쩌면 시끄러운 기념 잔치란 말만 듣고 끝날지 모른다.
그러나 지속가능개발은 인류 문명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아주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가 직면할 불행일 수 있다.
이번 회의에는 정부대표는 물론 지자체 공무원들까지 대거 참석한다. NGO 대표들도 수백 명이 몰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수단 중에 비행기처럼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것은 없을 것이다. 이들은 결국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리우+20’에 참석할 것이다. 그러니 그 값을 해야 한다. 20년 전 우리나라 지도층은 이런 회의가 왜 열려야 하는지조차 몰랐고 참석할 생각도 안했다. 이번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며 무대의 중심에 선다.
인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세계 시민으로서 스스로 던져보아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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