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드론 전쟁

구상낭 2022. 11. 11. 12:22

내일신문  2012-06-25 20:45:38

근래 신문을 보면 국제 뉴스난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얘깃거리가 있다. '드론'(drone)에 관한 기사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드론'은 꿀벌의 수컷을 뜻한다. 하지만 무인 항공기란 뜻도 있다. 무인 항공기를 UAV (unmanned aerial vehicle)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언론에선 드론이란 명칭이 일반화되어 있다.

드론은 오바마 정권 출범 이후 미국이 가장 잘 써먹는 병기가 되었다. 처음 이라크 전쟁에서 진가를 발휘한 후 탈레반과 알카에다 소탕전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었으며, 예멘에서의 알카에다 공격과 리비아 카다피 축출작전에도 드론이 동원되었다.

병기란 게 사람 죽이는 게 그 기능이지만, 드론은 주로 사람을 골라서 암살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은밀한 전쟁을 벌이는 미 중앙정보국(CIA)에겐 드론이 더없이 좋다. 드론은 조종사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먼 곳에서 컴퓨터로 비행기를 조종하며 작전을 구사한다. 위성정보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공격형 드론도 있고, 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 드론도 있다.

드론이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곳은 알카에다의 비밀활동이 활발한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지역이다. 오사마 빈라덴을 찾아내서 사살할 때 드론의 정찰 업무가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초 미국 CIA가 벌인 알카에다 제2인자인 아부 알리비 제거 작전에서도 드론은 진가를 발휘했다. CIA는 파키스탄 접경지역에서 드론을 띄워 위성정보, 이동통신도청, 무선인터넷메시지 등 모든 정밀수단을 이용하여 알리비의 활동을 포착하고 그를 사살했다.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면 드론이 뜬 것이다." "무인 항공기의 공중폭격이 두려우면 천국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처녀들과 예언자들을 생각하라." 국제 테러조직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가 근래 지하디스트(이슬람성전의 전사)로 활동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영문 지침서의 내용이라고 한다. 미국이 파키스탄과 아프간 접경에 얼마나 많은 드론을 띄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컴퓨터로 조종하는 비행기가 인명살상

오바마 정부에겐 조종사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드론 공격이 해외 작전에선 더 없이 편하다. 그러나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면서 정치적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론 공격에서 민간인과 테러조직원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드론의 공격으로 한꺼번에 몰살하는 경우도 생겼다.

런던에 본부를 둔 탐사보도 관련 민간단체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드론 공격이 260여 차례 감행됐고, 60명의 어린이를 포함하여 최소 282명 내지 최대 535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파키스탄과의 외교적 긴장을 유발했고, 유엔인권위원회로부터 윤리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조종사가 안전한 곳에 자리 잡고 비디오게임처럼 눌러대는 버튼에 이렇게 사람이 죽어갈 수 있다는 것은 오싹한 일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일상생활이 크게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는 사이, 군사적 측면에서는 싸늘한 새 전쟁기술이 태어난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7000여 대의 무인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다. 10년 전에 5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증가했는지 알 수 있다. 미 공군은 공격과 스파이 활동을 동시 수행할 있는 드론 기종인 '리퍼' 생산은 향후 10년 사이 4배 가량 늘리는 대신 사람이 조종하는 군용기는 줄여갈 방침이라고 한다. 이를 반영하는 듯 올해 조종사 훈련에서 전투기와 폭격기 조종사보다 무인항공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를 더 많이 배출할 계획을 세웠다. 이스라엘 중국 등도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만 보아도 미래의 전쟁 양상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장착된 무인 비행기에 의해 전쟁이 치러질지 모른다.

전쟁보다 이용후생에 쓰였으면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기를 날렸던 미국 오하이오주의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는 미국 최대의 시설을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배낭에 담고 다닐 수 있는 모형 크기에서부터 북한의 핵시설을 정찰하는 데 쓰이는 대당 2500억원의 '글로벌호크'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와 크기의 드론이 생산된다.

윤리적 비판과는 관계없이 발전하는 것이 기술, 특히 전쟁기술이다. 많은 근대 과학기술이 전쟁에서 개발되어 인류를 이롭게 한 경우가 많다. 드론의 미래가 전쟁보다 이용후생으로 발전하도록 인간의 통제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드론이 미래의 주력병기가 되어 핵무기나 화학무기까지 싣고 하늘을 날고 테러리스트의 병기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아닐까.

기술 진보는 막을 수 없고, 그 기술이 불러오는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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