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칼럼그룹

제트 기류

구상낭 2022. 11. 8. 12:39

자유칼럼 2011-02-01 10:43:31

겨울철 인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날아가면, 뉴욕에서 인천으로 날아올 때 보다 1시간 이상 비행시간이 단축됩니다. 뉴욕으로 비행할 때 제트 기류(Jet Stream)를 타면 조종석 계기 상에 표시되는 속도보다 지상에서 측정되는 비행기 속도가 훨씬 빨라지지만 인천으로 돌아올 때는 제트 기류를 거슬러 비행하기 때문에 계기상의 속도에 비해 지상에서 측정되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요즘 전례 없는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데, 기상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제트 기류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보통 북위 40도 이상의 고위도 하늘 높이 흐르던 제트 기류가 남쪽으로 굽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가 밀려 내려오기 때문에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북아메리카 그리고 유럽이 이상 한파에 갇혀 있다는 겁니다.

 

지구 상공에는 마치 바다에 해류가 흐르는 것처럼 서쪽에서 동쪽으로 매우 빨리 이동하는 공기 띠가 네 가닥 있습니다. 지금 북반구를 냉동실처럼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이 중의 하나로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 스트림(Polar Jet Stream)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제트 기류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1883년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토아 화산 대폭발로 화산재가 전 지구를 덮었고 지구 평균기온이 1.2도 떨어지는 대재앙이 발생했습니다. 기상학자들은 수년간 화산재의 이동을 관찰하면서 하늘 위에 이상한 기류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트 기류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일본 기상학자 오이시 와사부로(大石 和三郞)입니다. 그는 1920년대 기구를 띄워 고공의 공기를 관찰하던 중 후지산 상공에서 제트 기류를 발견했지만, 그의 연구 결과는 일본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차대전 중에 일본은 폭탄을 단 기구를 제트 기류에 띄워 미국 본토에 떨어뜨렸다. 비행기를 타고 제트 기류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한 사람은 미국의 비행사 와일리 포스트입니다. 그는 1934년 단독으로 대서양 횡단 고공비행을 할 때 비행시간이 단축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1939년 독일의 기상학자 자일코프가 ‘제트 기류’(Strahlstrom)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2차 대전이후 제트 기류에 대한 연구가 폭넓게 이뤄졌습니다.

 

제트 기류의 발생 원인은 지구 자전 운동과 태양 에너지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트 기류를 쉽게 상상하려면 거대한 뱀이 지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제트 기류는 고도 7,000~12,000미터 공간에서 흐릅니다.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를 가진 두께 5,000미터, 폭 수백 킬로미터의 공기 띠가 뱀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북위 30도와 60도 사이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때마다 북반구의 기상이 요동치게 됩니다. 제트 기류는 북극에서 형성된 찬 공기 덩어리와 열대지역에서 덥혀진 따뜻한 공기 덩어리를 분리하는 경계면을 이룹니다. 과학자들은 제트 기류를 마치 유조선이 누출될 때 바다에 치는 오일펜스와 같이 북극의 찬 공기 덩어리를 가두어 주는 울타리에 비유합니다.

 

지금 미국의 아열대 지역 플로리다의 드넓은 오렌지 농원은 노랗게 익은 열매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고, 영국은 100년 만의 추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한라산은 40년 만의 폭설로 2미터가 넘는 눈 속에 덮여 있습니다.

 

올해 이렇게 북반구가 춥고 눈이 많은 것은 제트 기류가 남쪽으로 구부러져 있기 때문이라고 기상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북극 지역의 기온이 과거 평균기온에 비해 섭씨 8도~11도까지 상승했고, 이로 인해 북극 대기압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제트 기류를 남쪽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북극은 더워지고 중위도 지역이 차가워지는 것은 마치 따뜻한 집안에서 냉장고 문을 열어놓은 것과 같은 이치로 설명됩니다.

 

그린랜드와 캐나다 북부 등 북극 지역에 이상 고온이 생기는 것은 21세기 들어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눈 대신 비가 오고 순록의 떼죽음이 이어집니다.

왜 이렇게 북극 지역이 더워졌을까요? 아직은 정설이 없습니다. 그나마 설득력 있는 추론은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 면적이 지구온난화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기온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얼음은 태양 광선의 80퍼센트를 반사해버리지만, 바다는 80퍼센트를 흡수하여 수온과 기온을 높입니다. 극지방의 공기를 안정시켜주던 얼음이 사라지면서 에너지 평형이 깨지고 있고, 이게 북반구 기후변화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어쨌든 전 세계가 한파에 시달리니 지구온난화 위험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여론 또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의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온난화 이론에 눌려 숨을 죽이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의 어느 상원의원은 지구온난화 이론을 일컬어 ‘지식인들의 대사기극’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반면에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지금 일어나는 혹독한 추위도 인류가 온실 기체를 너무 많이 배출하여 공기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지구온난화가 북극의 대기를 바꿔놓고, 제트 기류의 흐름을 뒤틀리게 하고, 그 제트 기류가 엘니뇨와 라니냐와도 관계가 있어 태풍의 진로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 탓이든 소빙하기 탓이든 이렇게 춥다가 여름에 불볕이 쏟아지는 변덕스러운 기후는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인간이 현대문명을 일으켜 풍요로움을 향유하고 있지만, 거대한 자연의 숨결 앞에서는 한낱 솜털과 같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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