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박근혜의 의제- 미세먼지

구상낭 2022. 12. 24. 19:10

내일신문2016-06-08 21:40:35

지난 5월 평균 기온이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분수령을 넘으면서 월평균 최고 기온은 계속 갱신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주 동안 사람들의 기상 예보 관심사는 더위보다는 미세 먼지였다. 아침방송을 보며 미세먼지농도를 보고 외출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미세 먼지는 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이하의 먼지 입자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폐해가 커지면서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가 관심 대상이다. 이 정도의 크기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입자 상태다. 초미세먼지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대량 배출되지만, 최근 부각되고 있듯이 부엌에서 고등어를 굴 때도 대량으로 나오는 것으로 판명되면서 갑자기 고등어 소비가 줄어드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미세먼지의 의학적 폐해가 광범하게 밝혀지면서 미세먼지는 스모그라는 막연한 공해물질의 수준을 넘어 긴급한 국민건강이슈로 부각되었다. 미세먼지 입자는 숨을 쉴 때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허파를 통해 핏줄로 흡인되어 신체 각 기관에 집적되면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 미세먼지가 폐암의 원인이라는 건 상식이 되었고 면역력을 저하시킨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특히 근래 미세먼지가 고혈압등 순환기질환에 나쁘다는 것이 의학계에 의해 알려지면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민감도는 점점 높아질 일만 남았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초석을 깔아야 할 시대적 소명을 갖게 되었다고 판단한다.

지난 5월 미세먼지와 관련해서 두 가지 뉴스가 내 관심을 끌었다. 바로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의 폐해를 심각히 지적하며 특단의 조치를 주문한 것이 첫째이고, 미항공우주국(NASA)이 한국과 공동으로 동북아 미세먼지를 탐사하는 항공기를 띄운다는 소식이 둘째다.

 

대통령이 왜 현 시점에서 미세먼지를 들고 나왔는지 그 의도를 나는 모른다. 여성대통령으로서 공기 질 문제를 민감하게 느낀 때문인지, 정부 내 채널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갖고 참모진이 국민건강을 생각하는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노력의 결과인지 알 수 없다.

 

이유야 어떻든 대통령의 문제제기는 좋아보였고, 더욱이 미항공우주국이 미세먼지 탐사비행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면서 뭔가 심상치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특히 중국은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일 뿐 아니라 미세먼지 최대 배출국이기도 하다. 미국의 조사로는 연간 중국인 160만 명이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죽는다는 건데 그게 미세먼지이니 국제적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의 약 30%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라는 통계도 있는 만큼 NASA의 조치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부정책 수립을 놓고는 대통령이나 정책입안자나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은 화력발전소와 자동차가 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배기가스다. 특히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큰 진원지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의 진원지인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의 규제가 발표된 것도 박근혜대통령이 5월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문제를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화력발전소의 석탄연료나 경유사용을 줄이는 게 본질적인 해결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및 산업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이게 규제관청의 부처 발언권 게임이 벌어지게 되면 정책이 굴절되고 꼼수가 나오게 된다. 경유가격 인상을 놓고 부처 간에 벌어진 갈등도 이런 속사정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제 미세먼지 정책은 정공법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즉 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에 규제를 가해야 하며, 경유차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이미 작년 폭스바겐 사태로 경유차의 배출 문제는 세계적 이슈가 되었고 경유의 자동차연료로서의 적합성이 차질이 생겼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시대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기에 적기라고 생각한다. 세계 자동차업계와 에너지 업계는 큰 틀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바람과 태양광에서 미세먼지가 나올 리 없고 전기자동차가 경유차만큼 미세먼지를 내뿜을 리가 없다. 그리고 내연기관차는 박물관으로 사라질 날이 곧 올지 모른다.

 

산업적으로 한국은 변환기를 만들어야 절박한 상황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미세먼지를 정부 아젠더로 부각시키는 것이 산업적으로든 국민복지를 위해서든 얼마나 좋은 일인가. 임기 내에 완성할 수 있는 정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길을 닦는 일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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