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지방공항 활성화, 그 뒤에 숨은 위험

구상낭 2022. 12. 24. 19:06

내일신문 2016-05-22 21:00:39

 

지방의 상공인은 물론이고 주민들도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새로 만들거나 확장하고 싶어 하는 시설이 민간공항이다. 이런 주민의 여망과 각종 선거공약의 여파로 거점 지방 도시엔 민간공항이 건설되었다. 거의 모두 공군비행장 시설과 붙어 있어 추가 건설비만 투자하면 됐다. 민간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은 뭔가 현대 도시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 같아 주민들의 자존심이 충족되는 게 사실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방공항에 항로를 열었다. 달갑지 않았을 것이지만 정치권력과 행정력에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승객이 없어 비행기가 하루 몇 차례 뜨지 않는 개문휴업의 공항이 많았다. 청주, 무안, 군산, 원주, 양양, 사천 공항이 그 본보기였다. 세금이 줄줄 새었다. 주민들이 세금을 내어 그 적자를 감당했다면 아마 폐쇄하자는 소리가 빗발쳤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지방공항에 볕이 들었다. 비행기 이착륙으로 붐벼서 즐겁다.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LCC로 불리는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의 출현과 중국관광객 증가가 지방공항을 살렸다. 저비용항공사의 마케팅이 내국인 항공수요를 창출했고, 중국인 관광객유치에 불을 붙였다. 인천, 김포, 제주, 김해공항 이착륙이 붐비거나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들 낮잠 자던 지방공항들이 기지개를 켜고 국제공항의 역할도 하기 시작했다.

 

저비용항공에 의한 지방공항의 기사회생 소식은 듣기에 반갑다. 지방경제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세계화 시대에 공항의 활성화는 지방주민들의 심리를 긍정적으로 고무시킬 것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은 지방도시에 본사를 두거나 지방공항에 국제선 루트를 집중함으로써 지방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에어부산은 부산에 본사를 두고 김해공항에 국제노선을 집중한다. 또 부산 경남 지역 출신을 직원채용에 우대한다. 이스타항공은 군산에 본사를 두고, 티웨이는 대구를 중심으로 운항한다.

 

그런데 지방공항 활성화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바로 안전 문제다. 지난 3 18일 밤 10 12분 청주공항에선 아찔한 준()사고가 발생했다. 승무원 포함 137명의 승객을 태우고 제주를 출발한 대한항공 보잉737기가 랜딩기어를 내리고 시속 150킬로미터로 활주로를 질주해가던 순간 느닷없이 불쑥 다른 비행기가 활주로에 머리를 내밀었다. 탑승자 90명을 태운 중국 남방항공소속 에어버스319기였다. 대한항공 기장은 황급히 기수를 왼쪽으로 틀었고, 남방항공 기장도 급정거를 함으로써 충돌을 모면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대한항공 기장의 순간적인 조종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며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사고는 지방공항의 관제에 큰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한국 언론은 동방항공이 관제탑의 지시를 무시했거나 잘못 이해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책임이 중국 조종사에 있든 없든 사태는 심각하다. 중국의 항공수요 팽창으로 미숙한 조종사가 우리나라 하늘을 날아다닐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관제사와 조종석의 교신을 서로 오해하여 일어난 대형 참사는 과거 수없이 많았다.

 

 

공항의 항공기 관제는 보안상 베일 속에 있고 기술적으로 외부에서 들여다보기가 어렵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제주공항관제소에서 일어난 장비 오작동에 의한 관제탑과 조종석간의 교신마비로 일어난 비행기 회항 및 결항 사태는 적당히 보완해서 넘어갈 사태가 아닌 듯싶다. 관제시스템, 관제사의 직업윤리와 책임감, 기기와 장비의 관리 및 교체, 관제 매뉴얼의 준수, 관제사의 교육 및 훈련에 대한 근본적 점검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별도 예산을 확보해야 할지 모른다.

 

 

저비용항공사가 약진하면서 수반되는 안전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비용절감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비행기 안전운항 문제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드러나고 있다. 작년 12월 제주항공 국내선 비행기는 여압장치 고장으로 비행기 고도를 갑자기 낮추면서 기내에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올해 1월 진에어 국제선 비행기는 출입문을 제대로 닫지 않고 이륙했다가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저비용항공사는 자체 정비시설을 갖추지 못해 고장을 수리하려면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고쳐야 한다. 외국으로 유출되는 수리비용도 많지만 정비 불량의 항공기 운항이 늘어날 가능성이 더 우려스럽다. 한시바삐 항공정비 클러스터를 국내에 세워야 하는데, 지자체의 유치경쟁 때문에 선정하지 못한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정치가 비행기 안전을 위협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지방공항 활성화는 좋은 일이지만 그게 호사다마(好事多魔)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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