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칼럼그룹

성남시 청사를 어디다 쓰지?

구상낭 2022. 11. 7. 12:29

2010-06-11 12:28:46

 

한나라당이 참패한 6․2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겁니다. 마치 리히터 규모 8의 지진파가 지나간 듯합니다.

 

그러나 놀랄 일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바다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틀림없이 쓰나미가 밀려옵니다. 지진파가 클수록 그 쓰나미의 파장도 큽니다.

 

지방선거의 진동이 선거 결과라면 쓰나미는 새로운 지방 정부가 들어서면서 몰아치는 기존의 정책 폐기와 인사 회오리입니다. 우리는 대통령 선거로 정권이 교체됐을 때 벌어지는 변화를 몇 차례 경험했습니다. 규모가 작은 지자체로 갈수록 그 쓰나미의 파장은 폭발적으로 커집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휩쓸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패배했고 많은 도지사와 시장 군수 자리를 야당에 내줬습니다. 당연히 정책과 인사의 대변화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하며, 아니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한 변화가 범벅이 되어 일어날 것입니다. 지방 권력의 큰 변화를 보며 평범한 시민들도 환희 또는  패닉을 느낍니다. 어쩌면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이 가장 많을 것도 같습니다. 

 

지방선거의 쓰나미로 흥미로운 일이 경기도 성남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성남 시장 당선자가 전임 이대엽 시장이 호화청사 논란을 빚으며 지어 놓은 신청사를 민간에 매각하고 검소한 청사를 다시 짓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선거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겁니다.

 

성남시의 신청사는 작년 준공되면서 ‘아방궁’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7만4천 평방미터의 넓은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9층으로 땅값을 포함한 건설비가 무려 3,222억 원이나 들었습니다. 더구나 건물 꼭대기 층에 학교 교실 4개를 합친 정도의 시장실 규모와 치장이 호화 논란에 휩싸였고, 현대식 유리 빌딩이 갖는 에너지 효율성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재명 시장 당선자의 계산은 야심에 찹니다. 청사 부지를 업무 및 상업시설 용지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면 자산가치가 7,000억 원이 되어 새 청사를 짓는데 2,000억 원을 쓰더라도 5,000억 원의 차익이 생겨 시민 숙원 사업의 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논리를 폅니다.

 

그러나 시장 당선자의 공약 이행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있습니다. 그의 의도대로 청사를 매각하려면 국토해양부와 경기도가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승인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중앙정부와 경기도에는 그와 정치 노선이 다른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지사가 앉아 있습니다.

 

시장 당선자는 자신의 청사 매각 공약 이행 계획에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들입니다. “뜯어 고쳐서라도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장 선거 공약으로 내놨다.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따르는 것인 만큼 정부와 경기도가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시장 당선자의 말입니다.

 

작년 호화청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것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기억합니다만 어떤 의도로 어떤 말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성남시 호화청사는 대통령도 경기지사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을 사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 국민 정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청사 매각의 행정적 정치적 의미는 매우 미묘할 것 같습니다. 새 성남 시장의 계획을 승인할 때 불어 닥칠 비슷한 사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상급 정부로서는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반대당 소속인 새 성남 시장이 내놓은 공약에 협조해주는 게 영 내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전쟁에 패배한 총사령관이 적의 일개 장수에게 고개를 숙이는 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자존심만 버리면, 대통령이 마음을 넓게 먹고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호화청사를 보면서 국민들이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을 때 대통령도 공감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방자치라는 본래의 취지에도 맞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입니다.

 

시장을 뽑을 때 표를 준 것은 어느 한 정책만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대체로 권력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이런 이치를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작년에 준공한 청사를 매각한다는 것은 신선하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문제점을 파생할 것입니다. 새로운 시장은 공약 이행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성남시의 미래를 놓고 청사를 팔 것인지, 호화청사의 오명을 씻고 청사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다른 대안이 없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성남시 청사 문제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의 협력 모델과 갈등 해소 모델로서 성숙한 지자체 시대의 수범을 보여줄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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