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안철수의 미래

구상낭 2022. 12. 5. 12:31

내일신문 2013-05-06 19:39:37

그의 호칭이 '교수'에서 '의원'으로 바뀌었다. 안철수 '교수'는 작년 대선 기간 중 태풍의 눈과 같은 존재였다. 지난달 22일 보궐선거를 발판 삼아 여의도에 상륙한 안철수 '의원'은 이제 제도권 정치권에서 태풍의 눈이다. 그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작년 대선을 흔들었던 쓰나미의 잔영인가. 아니면 제도권 정치에 또 하나의 폭풍우를 예고하는 징후일까.

지금은 박근혜 정권이 돛을 올리고 항구를 막 떠난 출범기이다. 국민 대다수의 이목이 새 대통령에게 쏠려 있다. 대통령이 설정하는 의제(議題)가 국민의 관심을 독점하는 시기다. 각료인선과 경제위기의 난국에 처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의 강경노선으로 오히려 안보 의제를 독점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아무리 용을 써도 '의제 설정'에서 큰 몫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위기라고들 말하지만, 이 위기는 자연스럽게 찾아온 대선패배의 후폭풍일 뿐이다. 리턴 매치가 벌어질 날이 아득히 남아 있는데 패배한 집단의 난타 소리에 대중은 관심을 돌리지 않는다. 새로운 선거철이 되고 그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의 인물이 출현할 때야 국민은 눈을 뜨고 야당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이 정치 무대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는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에게 여전히 자석과 같은 존재임이 확인되고 있다. 외견상 그의 여의도 상륙은 성공적이다.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를 방문한 그의 이미지는 요인의 모습처럼 신문과 방송에 보도된다. 그가 반대한 법안을 놓고 분석기사와 비평기사가 나온다. 심지어 정회한 후 그 혼자 본회의장에 남아 법안을 검토하는 모습이 안방으로 들어온다.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고 안철수 의원만큼 정치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은 지금 없어 보인다.

2017년 대선후보로 연상돼

안철수 의원은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뉴스메이커의 자리를 꿰찼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뇌리에 그는 2017년 대선 후보로 연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위상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세 사람의 대통령도 그들이 초선 의원일 때 차기 대통령 후보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되지 않았다.

일단 2017년 고지를 향한 그의 스타트라인은 밝다. 마치 2008년 박근혜 의원이 맞았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그는 여당의 잠재적 2인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1야당의 중심에 있지도 않다. 단기필마의 무소속 의원이다. 그는 제도권 정치에서 완전히 아웃사이더이다.

여의도는 거대 보수여당과 복잡한 세력의 집합체인 전통야당이 대치하고 있는 곳이다. 이념의 스펙트럼으로 볼 때 안철수 의원은 앞으로 4년간 여의도 정치에서 거대한 이 양대 세력의 중간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와 같다. 피할 곳이 없다. 이 틈바구니에서 정치적 기반을 혁명적으로 확대해나가지 않으면 존재가치를 잃게 된다.

원내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원내 활동의 입지는 좁다. 여의도는 여당과 야당의 칼 부딪치는 소리만 들리는 곳이다.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도 있고, 자칫 회색으로 비치면서 십자포화를 맞을 수도 있다.

여론은 한순간에 경계선에 선 정치인을 스테레오타입으로 만들어버린다. 비교적 여론의 조명을 잘 받던 정치인이 이렇게 무대에서 미끄러져갔다. 현재로선 단기필마 안철수 의원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기존 매체든 SNS든 여론밖에 없다. 안철수 의원은 냉혹한 정치적 시험대에 올라선 것이다.

안 의원은 기존 정치권의 기득권 포기를 정치적 대의로 내걸고 국회에 뛰어들었다. 이런 자세는 새누리당과는 물론 민주당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이런 입장은 그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는 세력이다. 더구나 선거철이 아닌 평상시 원내세력이 없을 경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시들해질 수도 있다.

안 의원 편은 여론밖에 없어

여야 의원들은 안 의원의 원내 활동을 주시한다. 호의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여당은 강력한 2017년 대선후보 감인 그를 조기에 시험대로 올려놓고 흔들지 모른다.

안 의원의 정치적 베이스는 범야권에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적 성향으로도 그렇고 전략적으로도 그렇다. 민주당의 미래와 안철수 의원의 미래는 밀접히 결부되어 있다. 안 의원이 민주당으로 들어가는 공존의 방법도 있지만, 안 의원이 정치세력을 만들고 민주당을 압박하여 밀어내는 제로섬 게임도 있을 수 있다. 안 의원이 곧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인지, 외로운 늑대처럼 정치권의 아웃사이더로 방랑자가 될 것인지 판가름 날 시점이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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