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칼럼그룹

위구르의 비애

구상낭 2022. 11. 9. 18:25

 

자유칼럼 2011-07-25 11:12:41

호탄(和田)은 중국 신장(新彊) 위구르자치구에 위치한 인구 30만 명의 도시입니다. 도시 규모로 치면 그 넓은 중국 땅에서 명함도 못 내밀 촌 동네에 속합니다. 그러나 호탄은 타클라마칸 사막을 넘어 서방으로 가는 두 갈래 실크로드의 남쪽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로 고대 서역을 오가는 나그네에게는 중요한 역참이었습니다. 신라 고승 혜초도 이 길을 통해 천축국(인도)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호탄이 중국에서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최고 품질의 옥(玉) 생산지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왕실과 귀족이 얼마나 옥을 귀하게 여겼는지는 ‘玉’이라는 글자의 합성어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호탄은 당나라 이전부터 옥을 둘러싸고 교역과 분쟁이 끊임없이 벌어졌던 곳입니다.

 

외신들은 지난 18일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인과 경찰이 충돌해서 여러 명이 사망하는 민족 분규가 발생했다고 전합니다.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고, 위구르자치구가 황량하고 광활한 사막과 초목지역이어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지만 소수민족 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중국 수뇌부에 비상이 걸린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작년에 실크로드 구경을 갔다가 실크로드 자체보다는 신장지역의 광대함과 위구르족의 존재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터라, 이번 사태 소식을 듣고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베이징이나 샹하이를 갈 때마다 공항 전광판에 표시된 우르무치(烏魯木齊)라는 서역도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도에서 보면 중국의 서쪽 국경 쪽에 붙어 있는 듯했지만, 신장 수도인 우르무치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00분 정도 더 날아가야 ‘카슈카르’라는 파미르 고원 인근 도시에 도착합니다. 같은 위구르자치구이지만 이렇게 지도와는 달리 광대합니다.

 

위구르자치구의 면적은 166만 평방킬로미터로 남한의 17배나 됩니다. 중국 땅의 6분의 1입니다. 호탄이 위치한 남쪽은 모래로 덮힌 타클라마칸 사막이 한반도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만년설의 텐산(天山)산맥을 경계로 북쪽은 러시아로 이어지는 광대한 초원지대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얼핏 보면 황막하기 이를 데 없으나, 땅이 워낙 넓으니 사막 주변의 오아시스 농업지대와 초원지대 일부의 비옥한 농토가 곡창지대를 이룹니다. 게다가 석유와 석탄을 비롯한 지하자원과 산림자원이 풍부합니다. 또한 중국이 핵보유국으로서 핵실험을 이곳에서 합니다.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와 긴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방위전략 상 중국에게는 너무 중요합니다.

 

옛 대제국을 재현시키고 싶어 하는 중국에게 위구르족의 독립 요구는 눈엣가시입니다. 만약 신장의 분리독립을 허용하면 중국은 날개 하나가 잘려나간 닭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티베트자치구와 네이멍구자치구에서도 민족 분규의 조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역사, 경제, 전략적으로 중국은 신장위구르족의 분리를 결코 용인하지 못할 겁니다. 그건 중국 대 해체의 서곡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리독립을 원하는 위구르족은 그들의 정체성은 중국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종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따라서 문화가 다릅니다.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중국의 색깔과 소리라고는 인민정부 청사에 걸린 오성홍기와 간판 정도입니다. 도시마다 이슬람교의 모스크가 있고, 사람들의 얼굴 모양이 아시아인의 모습이 아닙니다.

 

위구르족은 이 지역을 차지하려고 이동해온 투르크족과 흉노족 등 여러 민족의 혼혈로 생긴 종족이라고 합니다. 한 때 이 지역은 인도의 불교를 동아시아로 전하는 등 불교문화의 꽃을 피웠으나 지금은 이슬람교 문화가 지배합니다. 어떤 위구르인으로부터 “중국 사람과 한국 사람의 생김새가 다른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만큼 그들은 한족을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로 보는 것입니다.

신장 자치구에 거주하는 총 인구 2천1백만 명 중 위구르족 인구는 900만 정도로 소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공산당 집권 이후 중국의 한족 이주정책에 따라 한족 인구가 불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넓은 땅에 1천만도 안 되는 위구르인이 한족과 섞여 살고 있으니 독립의 구심점을 형성할 수도 없고, 중국 당국은 분리독립의 싹을 철저히 잘라나갑니다. 위구르족은 인근 중앙아시아 국가와 전 세계에 약 1천 만 명이 분산되어 삽니다. 따라서 서유럽지역이 분리 독립운동의 해외 근거지가 됩니다.

 

 

중국의 국력이 막강해지면서 위구르족은 더욱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같이 단일민족 국가이고 좁은 지역에 몰려 사는 나라도 지역 갈등이 심합니다. 그러니 위구르인이 중국에 동화되어 통합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백, 수천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위구르인의 분리 독립 충돌로 2009년에는 190여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져서 중국이 초긴장했던 적이 있습니다. 무장한 인민해방군을 태운 트럭이 끊임없이 대도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게 신장 자치구의 풍경인 것을 보면 화약고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지구가 좁아졌다고 하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넓고 복잡한 것이 지구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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