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련 2015-03-23 23:55:15
배기통이 없는 전기자동차 3000대가 올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차의 보급을 위해 정부가 이들 전기자동차 1대당 1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지방정부의 보조금까지 더하면 1대당 2000만원이 넘는 지원금이 주어진다. 정부는 3000대의 절반인 1500대를 제주도에 배정했다. 정부가 제주도를 전기자동차 보급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상당한 투자와 관심을 쏟고 있다.
3월 6일부터 열흘간 제주도에서 산업자원부 환경부 제주도의 지원 아래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열렸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다. 엑스포에는 오직 전기 동력으로 달리는 자동차, 자전거, 오토바이만 참여했다. 테슬라의 불참이 아쉬웠지만 전기자동차 분야 선두로 나선 BMW의 'i3', NISSAN의 'LEAF' 등 해외 브랜드와 기아의 '레이'와 '소울', 르노삼성의 'SM3Z.E.', GM코리아의 '스파크' 6개 차종이 올해 1500대 제주도 시장을 노리고 각축했다.
7만여명의 관객이 몰렸고, 16회에 걸쳐 열린 컨퍼런스에는 전기차 및 부품 제조업체 사람들, 교통전문가, 자동차 및 전기 엔지니어, 보험업자, 환경NGO 관계자,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공직자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학자와 전문가 및 업계 사람들이 많이 참석했다.
회의장에서 쏟아지는 이들 자동차 관계자들의 발표와 잡담을 듣노라니 전기자동차의 미래는 물론 자동차 산업에 예사롭지 않게 부는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첫째, 전기자동차 테스트베드로서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다. 제주도는 섬의 크기와 지형 및 사계절 도로 상태를 감안할 때 전기자동차 보급의 최적지로 평가하는 데 국내외 전문가들은 인색하지 않았다.
거기다 제주도 지방정부는 '탄소 없는 섬 2030비전'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37만대의 자동차를 신재생에너지로 달리게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기차 정부 보조금이 나오고 있다. BMW와 NISSAN이 제주에 관심을 기울일 만한 유혹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현대차에 대한 관심과 우려 높아
둘째, 전기자동차를 출시하지 못한 현대차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았다. 현대차는 그동안 전기차 개발은 기아에 맡기고 수소차 개발에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차세대 친환경차의 양대 주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섣불리 어느 쪽이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NISSAN과 BMW는 전기차를 먼저 출시했지만 토요타와 벤츠는 수소차를 앞세우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차에 너무 깊이 들어갔고, 기아차는 전기차이지만 개조차(엔진만 전기모터로 교체한 것) 모델이다. 현대차의 판단착오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셋째, 중국 전기자동차의 놀라운 발전이다. 중국의 BYD는 이번 엑스포에 전기차 모델 'e6'를 앞세우고 10여명의 젊은 엔지니어와 마케팅 전문가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국내 전문가와 관객들은 'e6'의 세련된 외모와 놀라운 배터리 성능에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e6' 배터리는 완전히 충전하면 3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이 150킬로미터 미만인 한국의 전기자동차에 비하면 너무 발전했다. 전문가들은 세미나에서 거침없이 말했다.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할까 걱정하는 것은 넌센스다. 중국은 너무 앞서서 보이지 않는다."
넷째, 장차 자동차는 디트로이트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는 대변화의 메시지가 국내외 전기자동차 전문가들 입에서 쏟아져나왔다. 실리콘밸리에서 등장한 테슬라는 불과 몇년 사이에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어 인터넷 기술의 최강자 구글이 안드로이드 체제를 기반으로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고, 최근 애플도 스마트폰 기술을 업고 테슬라의 기술진을 스카웃하는 등 전기차 생산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전기자동차의 눈부신 발전
휘발유 엔진이 아니라 전기모터가 자동차를 움직이는 시대의 키워드는 친환경차와 스마트카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질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무인카(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주행하는 차) 시대로 달릴 것이다. 황창규 KT회장은 최근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운전면허증이 필요 없고, 자동차는 움직이는 사무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로 볼 때 머나먼 얘기 같지가 않다.
지금 세계의 자동차산업은 대전환점에 서 있다. 친환경과 스마트카의 조합이다. 디트로이트와 실리콘밸리가 협력으로 갈지, 대결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실리콘밸리의 코드를 읽지 않고는 낙오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어쩌면 양측의 합종연횡이 활발히 일어날 수도 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도 본격적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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