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4 00:12:57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이 그의 저서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는 이제 ‘기후변화 시대’에 살고 있다.
며칠 전 국립기상연구소가 “제주도에서 겨울철이 사라졌다.”고 겨울의 소멸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4계절의 징후가 뚜렷한 기후 속에서 살아온 우리는 기후 변화를 어느 정도 감지하면서도 아직도 주기적이고 규칙적으로 변하는 사계를 생각한다. 국립기상연구소가 기록을 통해 밝힌 내용이라는 점에서 한번 기후변화를 눈여겨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겨울 날씨를 정하는 기준은 평균 기온이다. 평균 기온이 섭씨 5도 이하면 겨울 날씨로 간주한다. 그러나 겨울 날씨가 하루만 생긴다고 겨울은 아니다. 평균 기온이 섭씨 5도 이하가 되는 날이 9일간 연속되어야 ‘겨울’이라는 계절 자격이 주어진다.
제주지방기상청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9년 동안 섭씨 5도 이하로 연속 9일 이상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85년 전의 제주도는 9일 연속 섭씨 5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진 일수가 36일로 한 달 이상이 추운 겨울 날씨였다는 관측결과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제주도는 21세기 들어 겨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아울러 남아 있는 세 계절의 날짜 수도 큰 변화를 보였다. 봄이 16일, 여름이 25일 늘고 가을은 5일 줄었다. 물론 이런 변화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겨울이 없어진 제주도에서는 인간의 거주 환경이 어떻게 변할까? 좋아지는 것일까, 나빠지는 것일까? 또한 제주도가 그렇게 변해간다면 한반도의 다른 지역은 조용히 있을까?
약 100년 전에 예일대학의 기후학자 엘스워스 헌팅턴은 인간의 육체 및 정신 활동에 최적의 기후 조건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보려고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그는 65명의 젊은 여성 근로자의 작업효율과 240명의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수학 성적을 기후 조건과 관련하여 분석했다. 헌팅턴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평균 기온이 섭씨 18도, 습도가 60%, 그리고 일교차와 연교차가 큰 기후 조건이 육체와 정신 활동에 이상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기후 조건을 가진 곳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같은 지대일 것으로 생각된다. 제주기상청이 밝힌 제주도의 평균 기온이 섭씨 16.3도이니 헌팅턴 교수의 최적 기후 조건에 어느 정도 근접해 있지만, 평균 습도가 73%이고 일교차도 내륙 지역에 비해 크지 않다. 그런데 제주의 열대야 일수는 85년 전에 비해 약 3배 늘어 2000~2009년에는 연중 23.5일이 열대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당시에 비해 쾌적한 기후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제주도라는 작은 섬의 기후 변화만을 놓고 이야기할 상황에 놓인 것 같지 않다. 작은 섬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지만, 그 기후 변화가 이미 한반도의 내륙지방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도 함께 깨달아야 할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이미 우리 국토 곳곳에서, 그리고 근해 바다 속에서는 생태 환경의 변화로 야단법석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 확실하다. 귤과 사과 재배지가 북상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 일이고, 바다에는 한류 어종이 사라지고 난류 어종이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와 남해안 지방에는 겨울에도 모기가 왱왱거린다.
지구정책연구소장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2008년 저서 ‘플랜B'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는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문지방‘을 넘고 있고,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자연의 마감 시간을 위반하고 있다. 자연은 일종의 시계이지만 우리는 그 시계를 보지 못한다. 기온 상승은 작물을 시들게 하는 열파, 더욱 파괴적인 폭풍, 더욱 강도 높은 가뭄, 잦아지는 산불, 그리고 빙하가 녹는 사태를 불러온다.”
겨울이 없어진 제주도, 관광객에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푸른 들판을 보며 올레길을 걸을 수도 있고, 겨울이 없으니 연중 골프를 즐길 수도 있다.
우리는 자연의 시계를 모르기 때문에 지진이 그렇듯이 또 화산 폭발이 그렇듯이 언제 화를 내며 달려들지 모른다. 그러나 기록들을 살펴보면 자연의 시계가 내는 초침 소리는 점점 커지고 또 숨 가빠지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 사태가 급박한 안보 위기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토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좀 더디지만 발자국 소리는 더 큰 위기임에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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