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반기문 대망론 즐기기만 해서야

구상낭 2022. 12. 24. 19:07

 

뉴스1 2016-05-25 12:56:47

 

연봉은 미화 22만 7054달러, 한화로 약 2억7000만원이 지급된다. 선출되면 만 5년 임기가 보장되고 연간 1달러를 내면 맨해튼 미드타운의 서턴플레이스에 있는 4층 공관이 주어진다.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국가 원수에 준하는 VIP예우를 받는다.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 임원 얘기가 아니다. 이렇게 탐나는 일자리는 다름 아닌 유엔 사무총장이다. 올 연말 유엔은 총회를 열어 사무총장을 새로 선출한다. 그래서 지금 유엔 주변에선 차기 사무총장을 노리는 각국 후보들 사이에 신경전이 뜨겁다. 자리가 워낙 크다보니 강대국의 이해가 엇갈리고 선거판 표 계산하듯 눈치싸움도 활발하다. 그러나 유엔 최고 수장이 되려면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전원의 지지를 얻어야한다.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의 마음에 안 들면 그 누구도 이 자리에 앉을 수 없다.

차기 유엔사무총장 후보군은 10명이나 된다. 국제사회의 변화욕구와 후보 배출의 관행이 합쳐진 결과다. 사무총장은 관행상 지역안배에 의해 선출되어 왔다. 동유럽권이 "아프리카 아랍 아시아가 한번씩 했으니 이번엔 우리차례"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뉴질랜드 전임 총리와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이 자국의 응원을 받으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미국 중국 러시아의 미움을 사지 않은 동구권 여성외무장관이나 국제기구 고위직 여성 경력자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유엔 사무총장 후임자를 놓고 세계가 보이지 않은 게임에 몰입할 때 현직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전혀 다른 게임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그는 25일 제주 평화포럼 참석을 명목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의 행적이 아니라 유력 차기대권 주자 반기문이다. 그런 만큼 그가 방한기간중 어떤 행보를 할것인가, 각 당은 그에게 어떤 구애를 할 것인가,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은 더욱 확산될 것인가, 사그러들 것인가 등등이 내내 화제가 될 것이다.

이미 한국의 차기 대통령선거는 반기문 총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게 됐다.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그는 이미 각종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톱랭킹에 1년 이상 머물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최근 여권 상황과 맞물려 더욱 많은 흥미를 낳는다. 4.13총선 결과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후보 공간은 텅 비었다. 이 공간을 반기문 대망론, 대안 부재론이 메우고 있다. 친박계의 이해도 얽혀 있다. 더구나 아직도 정치권력의 지역구도를 무시할 수 없는 대선 판도를 감안할 때 충청권을 대표하는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의 위상은 오히려 강화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가까운 시일내에 반기문 총장이 차기 대권 도전의사를 표시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의 사무총장 임기는 올해 12월31일까지다. 현직에 있으면서 정치적 야망을 드러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한국의 정치권과 언론이 군불을 때며 계속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니, 본인이나 반기문 대망론에 기댄 사람들에겐 전략적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총장직의 임기가 끝날 연말쯤에 한국은 대통령선거 이슈가 뜨거워질 때이니 말이다.

그러나 내년 말 대통령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로서 바람이 한 가지 있다. 그가 내년 대선에 나설 마음이 있는지를 빠른 시일 내에 밝혀줬으면 한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현재를 어떻게 그리고 있으며 리더십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면 좋겠다 싶다. 국민이 그를 대선후보 톱랭킹에 올린 이상 그에게도 한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할 일정량의 책무가 있다. 반총장 출마여부만 밝혀져도 한국정치 기상도는 훨씬 맑아질 것만 같다.
<뉴스1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