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2013-02-05 14:57:43
정권교체기인 2013년 새해 벽두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과 그 해결책에 대한 얘기가 부지기수로 언론에 쏟아지고 있다. 그 이슈의 목록 중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도 대두됐다. 흥미롭기도 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듯싶다.
1000만 서울 시민들이 하루 동안 먹다 남겨서 생기는 음식물 폐기물은 약 2500톤이라고 한다. 1년 동안 이렇게 버리는 음식물 폐기물을 환산해보면 서울 시민 1인당 90킬로그램 이상 된다. 연간 자기 몸무게의 1.5배에 해당하는 음식물을 쓰레기로 버리는 셈이다. 이것이 많은 양인지 적은 양인지 얼른 종잡기가 힘들다. 요즘 우리의 음식 소비문화 풍조로 보면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밥 한 톨도 아껴야 한다는 절약의 미덕을 떠 올린다면 어마어마한 분량을 낭비하는 셈이다.
그런데 음식물 폐기물을 생활환경의 문제로 접근하면 관점은 전혀 달라진다. 음식물 폐기물은 위생, 미관, 악취, 토양 및 수질 오염 등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골칫거리이다. 사료나 비료 등 재생자원으로서 활용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쓰레기 문제일 뿐이다.
올해 음식물 폐기물 문제가 갑자기 부각된 것은 지금까지 별로 들어보지 못했던 '런던협약'이라는 국제법 때문이다. 런던협약은 19세기 이후 산업이 발달하면서 생긴 각종 폐기물과 폐선 등을 의도적으로 바다에 버리게 되면서 해양오염이 심해지자 바다 생태계와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73년 영국 런던에서 체결한 국제조약이다. 한국은 1993년 이 협약에 가입함으로써 10년이 지난 올해부터 음식물 폐수를 바다에 투기할 수 없게 되었다.
서울시에서 음식물 폐기물 분리과정을 통해 나오는 폐수의 양은 하루 약 1800톤이다. 바다는 이 폐수를 버리는 데 더없이 좋은 곳이었지만, 이제 런던협약에 의해 바다투척이 금지됐으니 폐수처리공장에서 오염도를 낮춘 후 하수로 배출해야 한다.
런던협약 10년 전 가입, 예고됐던 일
이 과정에서 음식물 폐기물 처리를 맡은 민간 기업들이 비용 인상을 요구하면서 연초부터 '쓰레기대란'이 큰 이슈로 떠올랐던 것이다. 다행히 서울시가 폐수 전량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움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발상의 전환을 할 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21세기는 쓰레기의 세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넓은 의미에서 쓰레기 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의식주 생활을 포함한 문명생활을 하면서 나오는 폐기물을 쓰레기라고 한다면 21세기가 쓰레기의 세기라는 것은 자명해진다. 음식물 쓰레기뿐 아니라 가정이나 공장에서 사용하다 폐기된 물품은 모두가 쓰레기이다.
산업 폐수나 건설폐기물 같이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이 쓰레기가 아니다. 북태평양에는 한반도 몇 배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떠다니고 있다. 이 쓰레기는 아주 미세한 플라스틱 폐설물 같은 것으로 인공위성 사진으로도 포착할 수 없지만 수면에 막을 치게 됨으로서 해양생태계에 줄 폐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 기체도 보이지 않을 뿐이지 일종의 쓰레기다.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분해함으로써 인류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가 대량 대기로 배출된다.
올해처럼 추운 겨울에 우리는 원자력 발전의 덕을 크게 입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원자력발전으로 편리하게 지내는 대신 핵폐기물이라는 고약한 쓰레기가 우리 주변에 점점 많이 쌓여가고 있다. 화장실 없는 궁전에 비유되다시피 고준위 원자력폐기물은 어느 나라에서도 영구처리시설을 만들지 못한 채 양만 늘어나고 있다.
인류는 핵폐기물, 이산화탄소는 물론 일상의 쓰레기를 안전하게 담아 보관할 그릇이 한정되어 있다. 아직 대기권 밖으로 대량의 쓰레기를 내던질 능력도 없다. 쓰레기가 갈 곳은 땅 속, 바다, 대기밖에 없다.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공간이다.
인류 편의 위해 배출, 지구 포화 상태
선거에 의해 구성된 정부에게 쓰레기처리는 생색나지 않으면서 돈이 많이 들고 민원만 야기되는 일이어서 천착해서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녹색성장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과시적 계획을 추진했지만, 런던협약에 대비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방안은 주도면밀하게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음식물 폐기물만 아니라 온실기체와 핵폐기물도 쓰레기란 점을 받아들이고 이들 쓰레기는 모두 인류의 편의를 위해 배출되지만 공간이 포화상태에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정부가 환경 문제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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