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칼럼그룹

중국의 우주개발 야망

구상낭 2022. 11. 11. 12:22

 

자유칼럼 2012-06-25 10:41:06

 

天宮(톈궁), 神舟(선저우).
지금 중국에서는 이 두 단어가 인구에 회자되며 인민들의 자부심을 드높이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 배경 지식이 없이 그냥 한문만 슬쩍 보면 하늘에 있는 궁전과 신선이 타고 있는 배를 뜻하는 것이니, 선계(仙界)에서 벌어지는 신화를 연상하게 됩니다.

선계의 일은 아니지만 중국이 하늘에서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신선이 탄 배가 하늘나라 궁전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3명의 우주인을 태운 우주선이 이미 쏘아올린 우주정거장과 도킹했습니다. 중국은 처음으로 도킹에 성공했다고 환호작약하고 주변 국가는 중국의 우주과학기술의 발전에 놀랍니다.

중국이 실험용 우주정거장 ‘톈궁1호’를 지구궤도에 쏘아 올린 것은 작년 9월이었습니다. 그리고 11월 무인우주선 ‘선저우8호’를 쏘아 올려 도킹에 성공했습니다. 그로부터 7개월 만인 지난 18일 중국은 3명을 태운 선저우9호를 쏘아 올려 톈궁1호와 도킹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중국은 이제 미국 러시아에 이어 3번째 우주 도킹에 성공한 나라의 반열에 오르게 됐습니다.

선저우 9호를 타고 간 3인의 우주인 중에는 34세의 여성 우주인 류양이 있습니다. 소련도 그렇고 미국도 그랬고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여성 우주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끕니다. 국가의 이미지를 홍보하거나 우주선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예산을 따내기 위해 여성 우주인이 주는 홍보효과를 노립니다. 이번에 중국도 국가 이미지와 인민의 사기진작을 생각해서 여성 우주인을 톈궁으로 올려 보낸 듯합니다.

중국은 2020년을 목표로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톈궁’이라는 이름이 붙은 우주정거장이 시리즈로 발사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21세기 들어 중국의 우주개발 프로젝트가 눈부시게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늘을 향해 로켓을 최초로 쏘아 올렸던 나라답게 천상을 향한 중국의 포부는 큰 것 같습니다.

중국이 우주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 문득 반세기 전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이 떠오릅니다. 그때 우리는 랑데부(두 우주선이 접근하는 것)와 도킹(두 우주선이 연결되어 물자와 사람이 오가는 것)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미국이 제미니 8호가 첫 도킹에 성공한 것이 1966년이고, 중국이 이제 시도하려하는 달 착륙이 이뤄진 게 1969년이며, 소련의 소유즈와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에서 만난 것이 1975년입니다.

우주개발을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선두경쟁을 하며 저만치 앞서 달리는데 혼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뒤쫓아가는 형국입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 두 슈퍼파워가 군사적 대치상태에서 우주개발에 지지 않으려고 악을 쓰던 모습과는 달리 중국인다운 속도를 유지하며 혼자 달리는 것 같습니다.

마라톤과 달리 우주개발은 결승점을 상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뒤떨어진 중국이 영원히 미국이나 러시아를 따라만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얼마나 체력을 기르며 길고 긴 장정을 할 수 있느냐가 국가 간 우주경쟁의 관건일 것입니다.

아직 국민평균 소득이 5천 달러 밖에 안 되는 나라에서 하늘에 돈을 퍼붓는 행위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국의 한 칼럼니스트는 “발사는 매번 성공하는데 식품안전 검사는 실패만?”이라는 글을 올려 보통 사람들의 생활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체력이 있는 한 우주개발에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중국은 세계에 중국인의 위대함을 과시하고 싶어합니다.

바로 중국 옆에 붙어사는 나라 국민으로서 지난 한 세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이 어떤 길을 달려왔는지를 생각해보면 격세지감도 느끼고, 중국의 저력 앞에 세계가 모두 전전긍긍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덩샤오핑은 동구권이 무너지는 등 세계가 요동치는 시점에서 중국의 대외전략에 대해 8자의 문구로 중국지도부의 행동을 암시한 적이 있습니다.
도광양회 유소작위 (韜光養晦 有所作爲)
“어둠 속에서 실력을 기르고, 때가 되면 해야 할 역할을 하라.”

국제정치학계의 거두요 40년 전 미중 수교를 텄던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그의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중국의 미래에 대한 답을 속 시원히 내놓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