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좋은 비행기, 좋은 조종사

구상낭 2024. 1. 2. 23:03

2019-03-19 11:49:34 게재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 대부분 여행 기분으로 들뜨지만, 가끔은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이 비행기는 안전하겠지” 하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21세기 들어 대형 항공기 사고가 줄었다. 오늘날 민간 항공기들은 고도의 자동항법시스템으로 무장되었다.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를 제외하면 조종사가 할 일은 없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비행기 조종은 자동화되어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1977년 100만회 비행 당 4건의 사고가 났던 것이 지금은 100만회 당 0.4회 꼴이다. 자동화 시스템의 발전이 가져온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다섯달 간격으로 일어난 2대의 ‘보잉737맥스8’의 추락 사고로 탑승자 346명이 사망하면서 이런 사고감소 통계는 공허한 숫자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지난해 10월 28일 인도네시아의 ‘라이언에어’ 소속 ‘보잉737맥스8’이 이륙 후 바다에 추락하여 탑승자 189명 전원이 사망했고, 이달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의 똑같은 기종이 이륙 후 추락, 역시 탑승인원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보잉사가 1967년 제작 공급하기 시작한 737모델은 50년 동안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1만대 넘게 생산됐다. 보잉사는 연료효율성과 항속거리를 크게 향상시킨 4세대 737 모델, 즉 ‘보잉737맥스’(Boeing737Max)를 2017년 전 세계 항공사에 보급했다. 물론 고도의 자동항법 소프트웨어도 탑재했다.

라이언 에어의 737맥스가 추락했을 때만 해도 보잉과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운항을 중지시킬 이유가 없다며 넘어갔고 이 기종을 보유한 세계의 항공사들도 운항을 계속했다. 그러나 두번째 에티오피아항공의 737맥스가 추락하자 중국정부를 필두로 세계 각국 정부가 이 기종의 자국 내 운항을 금지시켰다.

2대의 ‘보잉737맥스8’ 추락 사고

두번째 추락사고로 737맥스의 안전 문제가 본질적으로 제기되었다. 블랙박스 분석 등으로 두 비행기가 이륙 후 추락하기까지 비행 패턴이 비슷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최종 조사결과는 4월에 가서야 나올 모양이지만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한 사고 원인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보잉737맥스를 제작한 보잉사와 항공기 안전관리를 책임진 미국연방 항공청(FAA)의 느슨한 규제 태도가 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막강한 권한을 가진 연방항공청(FAA)이 안전 규제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

비행기는 하늘을 날다가 떨어졌다. 연방항공청 감독관이 비행기 안에서 안전운항을 점검할 수는 없었다. 조종사가 737맥스의 자동시스템을 제어하며 조종해야 한다. 결국 조종사, 즉 인간이 기계를 제어할 능력, 자동조종 시스템을 제어하는 능력을 순간적으로 잃어버렸다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인가. 보잉사와 FAA의 안이한 사고방식 때문이다.

보잉사가 737맥스를 항공사에 인도할 때 조종사들이 새 비행기의 소프트웨어를 작동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했다. 그 방법은 시뮬레이션 훈련이다. 조종사가 비행기 시동을 걸고 이륙하고 운항하는 것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시뮬레이션이다. 보잉은 이 과정을 도입하지 않았고, FAA도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동의했다. 보잉은 기존의 737모델의 소프트웨어 작동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값비싼 시뮬레이션 훈련을 생략했던 것이다. 대신 조종사에겐 교육프로그램을 담은 아이패드를 나누어주는 것으로 끝냈다.

기존 모델에 비해 엔진이 큰 737맥스는 비행하다 비행기 코가 하향하면서 감속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때 조종사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동체를 바로잡거나, 수동조종 시스템으로 변환하여 대응해야 한다. 훈련을 못 받은 조종사는 손을 쓰지 못하고, 비행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고도의 기술 발전이 초래한 부메랑에 맞는 것 같다. 고도로 자동화된 항법장치와 조종사의 훈련부족이 결합된 불상사가 737맥스 추락 사고인 셈이다.

훈련못받은 조종사, 정부 무사안일주의

737맥스 추락사고는 두가지 문제점을 던져주었다. 첫째, 거대 군산복합체이기도 한 보잉이 막강한 로비력을 바탕으로 FAA등 항공규제기관과 유착하여 안전관리를 느슨하게 하거나 생략하도록 하는 방만함이 부른 비극일 수 있다.

둘째, 조종사들이 자동화 시스템에 점점 익숙해져서 비상시에 수동으로 전환하는 데 익숙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새로 배출되는 조종사들은 더욱 자동화 시스템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세계의 비행기 여행 수요는 개발도상국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비행기는 늘어나는데 이 비행기를 운전할 조종사 배출은 이에 따르지 못한다.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 조종사들이 조종석을 채운다.

훈련을 받지 못한 파일러트, 항공기 안전을 감시해야 할 정부의 무사안일주의 관성, 이 두 요소가 고도로 자동화된 비행기와 만났을 때 하늘길은 위험해질 수 있다.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기계는 재앙임을 보잉737맥스 사고가 다시 확인시켜준다.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