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플라스틱 쓰레기전쟁
2018-08-20 11:58:27 게재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것도 복잡하다. 그 수많은 커피 종류를 이해하고 고르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이미 알았지만, 요즘은 커피 담을 잔을 선택하는 게 문제다. 7월까지는 1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아주는 대로 받아 마시면 됐는데, 8월부터는 ‘머그잔’이니 ‘텀블러’니 하는 용어를 알고 있어야 한다. 텀블러를 가방에 넣고 다닐 건지, 카페에서 제공하는 머그잔을 이용할지 선택해야 한다.
환경부가 지난 8월 1일부터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1회용 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이 조치가 시행된 며칠 후 프렌차이즈 커피점에 갔더니 종업원이 “안에서 드실 거예요?”라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커피를 머그잔에 담아 주었다. 옆 좌석 손님들이 모두 비슷한 컵으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노트북을 든 젊은이들이 자리를 점령한 그 카페 풍경을 보면서 1회용 플라스틱 컵 퇴출 캠페인이 빨리 정착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위반업소에 과태료를 물리고 텀블러를 갖고 오는 고객에게 음료수 값을 할인해주는 등 상벌제도가 큰 몫을 할 것이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환경교육도 받았고 플라스틱 쓰레기의 유해성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개인용 컵 사용 추세는 매우 긍정적이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에 의하면 올해 들어 지난 8월 6일까지 개인용 컵을 사용한 사람은 320만명으로 단속 이후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가 지금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편하고 값싸기 때문에 마구 생산하고 펑펑 쓰다 보니 땅과 바다가 온통 플라스틱 쓰레기로 덮이고 있다. 바다로 버려진 플라스틱 제품은 해류를 따라 지구 구석구석, 심지어 남극해와 북극해에까지 흘러들고 있다. 대양 위에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섬이 생겨났다.
프랑스 사진작가 파브리스 게린이 이달 초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섬에서 촬영한 북극곰이 검은 비닐 백을 입에 물고 있는 광경은 전 세계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스발바르 섬은 북극해 깊숙이 위치한 빙하의 섬으로 사진작가와 생태연구가들이 북극곰을 관찰하는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플라스틱 컵 퇴출 캠페인 빨리 정착될 것
게린은 곰이 사냥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보트를 타고 4시간을 관찰했다. 얼음이 녹아 없어진 바위 해변에서 곰은 어슬렁거렸으나 사냥감을 찾지 못했다. 어느 순간 배가 고픈 북극곰은 바위틈에서 검은 플라스틱 백을 물어 올렸다. 아마 플라스틱 백에서 음식냄새를 맡은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곰은 플라스틱 백을 삼키지 않았다. 사진작가는 이 사진을 통해 온난화로 얼음이 사라지는 북극의 생태계와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되는 북극 생태환경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동남아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이다. 지난 6월 태국 남부 해안에서 기진맥진한 돌고래가 발견됐는데 수의사들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며칠 만에 죽었다. 부검 결과 고래의 위에서 80장이 넘는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또 지난 2월 스페인 남동부 팔로스 해안에서도 약 10m 길이의 깡마른 향유고래 사체가 발견됐다. 부검 결과 고래의 위와 장에서는 비닐봉지와 페트병 등 소화되지 않은 플라스틱 조각 29㎏이 나왔다. 놀라운 일이다.
플라스틱 제품이 대량으로 생산된 것은 2차대전 이후다. 지난 70여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톤이며, 그 중 63억톤이 쓰레기로 폐기되었다. 지금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약 3억톤이며 그 중 재활용되는 것은 약 10%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태울 때 열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지만 공기오염 폐해가 더 심각하다.
매년 7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버려진다. 고래, 갈매기 등 바다 동물 1억마리가 해마다 플라스틱 오염에 의해 죽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람과 물결에 의해 플라스틱은 잘게 쪼개진다. 크기가 5㎜ 이하는 ‘미세플라스틱’으로 분류되며, 이를 해양생물이 먹으면서 생태계에 먹이사슬에 따라 오염이 확산된다. 그 부작용이 인간에게 어떻게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
한국은 인구 1인당 플라스틱 제품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다.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 미국(97.7kg)과 일본(66.9kg)보다 많다.
환경부의 정책실현 의지 중요
플라스틱은 자연상태에서 짧게는 50년 길게는 500년 동안 분해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쉽게 자연 분해되는 플라스틱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그게 성공을 거둘 때까지 플라스틱 오염은 인간이 제거해나가야 한다.
올해는 국민에게 환경 위기를 일깨워준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와 사상 최악의 폭염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받아줄 국가는 없으며 그 해결방법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폭염 역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고는 해결의 방안을 찾을 수 없다.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의 1회용 컵 사용 제한 정책은 플라스틱 환경오염을 줄이는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이것을 성공시켜야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50% 줄이기가 성공할 수 있다.
한국은 인구비례로 볼 때 대학생 배출이 가장 많은 나라다. 이들 젊은이들은 환경의식이 강하다. 환경부의 정책실현 의지와 디테일한 정책구현 방법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