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박종규식 경영철학 "종업원에게도 배당을"
구상낭
2023. 8. 22. 20:44
2018-04-17 11:33:51 게재
3월 30일 저녁 서울 하이야트 호텔에서 특이한 모임이 있었다. '바른경제동인회' 25주년 기념행사였다.
조 순 전 부총리,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장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제 및 재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이라기보다는 무슨 출정식 비슷했다.
바른경제동인회는 1993년 투명하고 정직한 경영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설립됐고 조 순 전 부총리가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회장은 박종규 전 KSS해운 회장이다. 이날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박종규 회장의 특별 강연이었다.
바른경제동인회의 설립 제안자이기도 한 박 회장은 KSS해운을 창업한 후, 이 회사를 투명하고 정직하게 경영해 강소(强小)기업으로 육성한 특이한 기업인이다.
이 회사의 2017년도 매출액은 1775억원이고, 종업원은 329명이다. 올해 83세인 박 회장은 오래 전 경영에서 손을 떼고 대주주의 지위만 유지하고 있다.
이날 박 회장의 강연 주제는 '이익 공유제'였다.
박 회장이 2014년 KSS해운 대주주의 자격으로 이익의 일부를 종업원에게 배당을 해주는 이익공유제를 제안해서 이를 정착시키기까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박 회장이 KSS에서 시행한 '이익 공유제'는 다른 표현으로 '임직원 배당'이다. 주주가 아닌 종업원에게 어떻게 배당을 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박 회장이 젊은 날부터 꿈꿔온 고용안정이 보장되고 '종업원이 사장처럼' 되는 기업철학이 맺은 열매가 아닌가 싶다.
2014년 이전 KSS의 임금체계는 다른 회사와 같이 기본급에 보너스(고정상여금)가 지급되는 시스템이었다.
당시 KSS의 보너스는 600%였다. 회사 측이 새로 만든 '임직원 배당'안은 600% 보너스 중에서 400%는 임금으로 편입하여 월급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0%는 회사 순익에 연동하는 임직원배당제로 고쳤다.
'종업원이 사장처럼' 되는 기업철학
회사가 순익을 내면 지급률에 따라 배당을 받지만 순익을 못 내면 200%가 날아가 버린다는 것을 뜻한다. 주주와 노조의 동의가 필요했다. 선원이 주류인 노조는 이 제도를 놓고 고민에 빠졌지만 회사의 설득으로 종국에는 동의했다.
비 노조 사무직원들에게는 한사람씩 개별 동의를 받았다.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예전대로 600%의 보너스를 그대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반대자가 한 사람도 없이 임직원배당제에 도장을 찍었다.
임직원배당은 과거 성과급(보너스)과는 개념이 다르다. 보너스는 추정이익에 근거하여 정기적으로 미리 지급하지만 배당은 결산 후 이익에 근거하여 지급한다.
임직원배당 제도를 도입한 후 KSS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임직원 배당액이 해마다 증가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 600%의 보너스를 기준으로 하면 2017년도 보너스가 1000%로 늘어난 셈이 되었다는 얘기다. 종업원 소득이 평균 1100만원 증가했다.
박 회장의 설명으로는 이익공유제가 임직원의 소득을 높여주는 효과가 눈에 보이지만, 그보다는 회사가 불황을 맞았을 때 30%까지 소득이 깎여도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데 큰 몫을 하게 된다.
회사에 미친 그 파급효과는 더 의미심장해 보인다. KSS 사원들의 주인 의식이 커진 것이 꼽힌다. 회사의 접대비가 30% 이상 줄었고 선체보험 사고율이 거의 제로 상태로 감소했다. 회사비용 절감이 바로 자신의 배당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의식이 정착된 것이다.
KSS 사원들 주인의식 높아져
회사 문화가 달라진 것도 큰 효과다. 직원들의 업무 중 농땡이를 부리지 않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단타 매매이다. 다른 말로, 개인용무로 시간 보내는 것을 상사가 감시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끼리 자연스럽게 감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부서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토론문화가 발전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상명하달 식 경영보다 부서원들의 아이디어가 경영에 반영되는 소통이 이루어졌다. 또한 리베이트는 사라지면서 회사 비리가 없어졌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살 만큼만 주고 일할 만큼은 주지 않는다. 그 차이를 자본가가 착취한다."
박 회장이 강연 말미에 꺼낸 칼 마르크스의 어록이다.
소련의 붕괴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경쟁은 끝났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노사갈등의 밑바닥에는 마르크스 이론이 먹혀들 틈바구니가 있다.
자본주의 안정화를 위해 이익공유제가 필요하다는 것, 이게 박 회장이 마음에 품었던 궁극적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 순 전 부총리,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장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경제 및 재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이라기보다는 무슨 출정식 비슷했다.
바른경제동인회는 1993년 투명하고 정직한 경영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설립됐고 조 순 전 부총리가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회장은 박종규 전 KSS해운 회장이다. 이날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박종규 회장의 특별 강연이었다.
바른경제동인회의 설립 제안자이기도 한 박 회장은 KSS해운을 창업한 후, 이 회사를 투명하고 정직하게 경영해 강소(强小)기업으로 육성한 특이한 기업인이다.
이 회사의 2017년도 매출액은 1775억원이고, 종업원은 329명이다. 올해 83세인 박 회장은 오래 전 경영에서 손을 떼고 대주주의 지위만 유지하고 있다.
이날 박 회장의 강연 주제는 '이익 공유제'였다.
박 회장이 2014년 KSS해운 대주주의 자격으로 이익의 일부를 종업원에게 배당을 해주는 이익공유제를 제안해서 이를 정착시키기까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박 회장이 KSS에서 시행한 '이익 공유제'는 다른 표현으로 '임직원 배당'이다. 주주가 아닌 종업원에게 어떻게 배당을 할 수 있었을까.
이것은 박 회장이 젊은 날부터 꿈꿔온 고용안정이 보장되고 '종업원이 사장처럼' 되는 기업철학이 맺은 열매가 아닌가 싶다.
2014년 이전 KSS의 임금체계는 다른 회사와 같이 기본급에 보너스(고정상여금)가 지급되는 시스템이었다.
당시 KSS의 보너스는 600%였다. 회사 측이 새로 만든 '임직원 배당'안은 600% 보너스 중에서 400%는 임금으로 편입하여 월급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0%는 회사 순익에 연동하는 임직원배당제로 고쳤다.
'종업원이 사장처럼' 되는 기업철학
회사가 순익을 내면 지급률에 따라 배당을 받지만 순익을 못 내면 200%가 날아가 버린다는 것을 뜻한다. 주주와 노조의 동의가 필요했다. 선원이 주류인 노조는 이 제도를 놓고 고민에 빠졌지만 회사의 설득으로 종국에는 동의했다.
비 노조 사무직원들에게는 한사람씩 개별 동의를 받았다.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예전대로 600%의 보너스를 그대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반대자가 한 사람도 없이 임직원배당제에 도장을 찍었다.
임직원배당은 과거 성과급(보너스)과는 개념이 다르다. 보너스는 추정이익에 근거하여 정기적으로 미리 지급하지만 배당은 결산 후 이익에 근거하여 지급한다.
임직원배당 제도를 도입한 후 KSS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임직원 배당액이 해마다 증가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 600%의 보너스를 기준으로 하면 2017년도 보너스가 1000%로 늘어난 셈이 되었다는 얘기다. 종업원 소득이 평균 1100만원 증가했다.
박 회장의 설명으로는 이익공유제가 임직원의 소득을 높여주는 효과가 눈에 보이지만, 그보다는 회사가 불황을 맞았을 때 30%까지 소득이 깎여도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데 큰 몫을 하게 된다.
회사에 미친 그 파급효과는 더 의미심장해 보인다. KSS 사원들의 주인 의식이 커진 것이 꼽힌다. 회사의 접대비가 30% 이상 줄었고 선체보험 사고율이 거의 제로 상태로 감소했다. 회사비용 절감이 바로 자신의 배당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의식이 정착된 것이다.
KSS 사원들 주인의식 높아져
회사 문화가 달라진 것도 큰 효과다. 직원들의 업무 중 농땡이를 부리지 않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주식단타 매매이다. 다른 말로, 개인용무로 시간 보내는 것을 상사가 감시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끼리 자연스럽게 감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부서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토론문화가 발전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상명하달 식 경영보다 부서원들의 아이디어가 경영에 반영되는 소통이 이루어졌다. 또한 리베이트는 사라지면서 회사 비리가 없어졌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살 만큼만 주고 일할 만큼은 주지 않는다. 그 차이를 자본가가 착취한다."
박 회장이 강연 말미에 꺼낸 칼 마르크스의 어록이다.
소련의 붕괴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경쟁은 끝났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노사갈등의 밑바닥에는 마르크스 이론이 먹혀들 틈바구니가 있다.
자본주의 안정화를 위해 이익공유제가 필요하다는 것, 이게 박 회장이 마음에 품었던 궁극적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