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com'이 보여주는 인터넷의 위력
2017-11-15 11:26:08 게재
1995년 인터넷으로 '아마존'(Amazon.com)에 들어가 책을 주문했다. 보름도 되기 전에 우편으로 지구 반대편 우리 집에 책이 배달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그 때는 단순히 "인터넷이 들어오니 세상이 엄청 편해지는구나. 미국 대형 서점들 책이 덜 팔리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1964년 미국 뉴멕시코 주의 소도시 앨버커키에서 일어난 일이다. 16세 여고생 재클린 기스가 두살 위 남학생 테드 요겐슨과 데이트를 하다 임신하고 말았다. 둘은 결혼해서 남자 아이를 낳았으나, 테드는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 등 아빠노릇을 못 하는 부랑자가 되었다. 재클린은 1년 후 테드와 이혼하고 부모에 의지하여 아이를 키웠다. 아이의 이름은 제프리 요르겐손. 테드와 헤어진 4년 후 재클린이 쿠바 이민 청년 미구엘 베조스와 만나 결혼했고, 베조스는 아내가 데리고 온 아이를 양자로 받아들여 자신의 성을 붙여주었기에 그 아이는 제프리 베조스(Bezos)라고 불리게 되었다.
두 10대 고등학생들의 불장난으로 태어나 지금 미국 기업사회를 들끓게 만드는 거대 온라인 소매업 '아마존' 창업자이자 CEO인 베조스의 출생 이력은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새로운 양부모에게 입양됐었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유사하다. 출생 배경이 동기부여가 된 것일까.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창업하여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듯이, 베조스가 1994년 시애틀 귀퉁이에 문을 연 온라인 책방 '아마존'이 23년 만에 미국의 온라인 소매업을 석권하며 문어발식 확장으로 기업가치(주가총액)에서 미국기업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베조스는 아마존을 단순한 온라인 책방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책뿐 아니라 모든 상품과 문화컨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다는 데에 일찍 눈을 뜨고 유통 제국을 구축해나갔다. 베조스의 관심은 온라인 쇼핑사업뿐이 아니었다. 2015년 경영난에 빠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고, '블루 오리진'을 창업하여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나란히 우주항공 분야 선두주자로 나섰다. 이제 베조스는 인공지능 및 자율주행차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출생 배경 비슷한 베조스와 잡스
아마존은 올해 주가가 30% 이상 폭등하면서 부를 창조하는 기계로 호칭될 정도다. 아마존 주가는 올해 7월 이후 주당 10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2002년 1000달러를 아마존 주식에 투자했다면 지금 그 가치는 8만3000달러다. 이런 주가 상승은 미국자본주의 역사상 특이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마존의 주가 총액은 5000억달러가 넘고 베조스의 재산은 900억달러를 돌파했다. 21세기 미국의 최고 부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베조스의 부가 한 때 빌 게이츠를 능가했고, 주가변동에 따라 두 사람의 부자 순위가 바뀌는 형국이 되었다.
또 하나 아마존이 일으키는 특급 태풍은 제2본사(HQ2) 후보도시 공개모집이다. 제2본사는 연봉 10만 달러(1억1000만원)의 종업원 5만명이 고용되고 빌딩 등 50억달러(5조5000억원)의 건설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아마존 제2본사 유치를 신청한 도시는 238개에 이른다.
뉴욕 보스턴 토론토를 선두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좀 행세하는 도시는 전부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이들 도시는 파격적인 세제혜택, 부지 무료제공 등 온갖 특혜를 제시하고 있다.
25년 전 아마존이 생기기 전 시애틀은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먹여 살려온 도시였다. 그러다 아마존 온라인 유통업의 성장세가 폭발하자 시애틀은 아마존 도시로 변했다. 연봉 10만달러 이상 고임금 종업원 4만명이 고용되었고, 이들을 따라 5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아마존 제2본사 유치 경쟁 치열
그동안 아마존이 시애틀에 무려 380억 달러를 퍼부었으니 경제가 크게 성장했고, 젊은 고학력 종업원과 일자리 증가로 도시는 활기에 넘쳤다.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이 두배나 올랐다.
아마존은 내년 지원도시 238 곳 중에서 한 곳을 선정한다. 후보도시들은 온갖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베조스에게 아부하고 있다. 아무튼 아마존 제2본사가 들어설 도시는 종업원이 본사빌딩 근처에 몰려 살며, 걷거나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고 한다.
아마존은 인터넷 혁명이 탄생시킨 회사다. 베조스가 부자순위에서 빌 게이츠를 넘어서는 상황을 보면서 문득 빌 게이츠의 책 '생각의 속도'가 떠오른다. 빌 게이츠는 1993년 MS최고 경영자일 때 인터넷의 중요성을 5, 6번째 순위로 올려놓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런데 1년 후 베조스는 오직 인터넷으로만 거래하는 책방을 창업했다.
같은 디지털시대의 도래를 보면서도 관점(觀點)의 차이가 기업 세계에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교훈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