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전기차로 미세먼지 밀어내자

구상낭 2023. 4. 26. 23:22

2017-04-05 11:26:42 게재

 

3월 17일부터 23일까지 제주 중문관광단지 여미지 식물원에서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열렸다. 엑스포가 열린 일주일간 제주도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맑았다, 흐렸다, 비가 내렸다, 바람이 부는 등 날마다 변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보이지 않았다. 반면 이 기간 중 수도권에선 미세먼지가 심했다. 엑스포에 참석한 주형환 산업자원부장관을 비롯하여 정부 고위 공직자들은 한결같이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하늘을 덮었던 미세먼지 얘기로 연설 말문을 열었다. 전기자동차와 미세먼지는 엑스포에 썩 어울리는 화제였다.

사람들은 전기자동차를 아직까지는 주로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 첨단 기술의 미래 산업쯤으로 본다. 그러나 공기오염으로 눈을 돌리고 전기자동차를 생각해보자. 전기자동차는 배기통이 없다. 수도권에서 운행되는 약 1000만대의 자동차가 전부 전기자동차라면 어떻게 될까.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등 '독가스'를 내뿜는 약 1000만개의 굴뚝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마 지금 서울의 미세먼지 걱정은 상당히 사라질 것이다.

해마다 미세먼지(PM2.5) 농도가 짙어지고 있다. 올해 3월은 사상 최악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3월 서울의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0㎍/㎥를 기록했다. 재작년에 비해 33%, 작년에 비해 25%가 더 탁해졌다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미세먼지 기준 25㎍/㎥을 훨씬 넘었다.

서울시민은 날씨방송을 들을 때 미세먼지 농도를 민감하게 본다. 특히 어린 아기를 기르는 부모와 노약자들은 외출 등 야외나들이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3월 21일부터 일주일간 미세먼지 방지 제품이 불티나듯 팔렸다는 통계가 있다. 황사마스크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0%가 늘었고, 공기청정기도 54% 판매증가를 보였다. 휴대 산소 캔 판매도 500% 늘었다.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깡통 속의 산소를 마시며 사는 세상이 됐으니 21세기 문명의 암울한 진로를 보는 것 같다.

미세먼지 큰 요인은 산업시설과 자동차

한국환경정책평가원(KEI)이 '2016년 국민환경의식조사'라는 보고서를 지난 1월 31일 발표했다. 미세먼지 수준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55.2%가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했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부족하다"는 의견을 보인 사람이 조사대상자의 53.1%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발전 수준을 평가할 때 그 기준을 무엇으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환경적 기준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27.2%로 경제적 기준의 21.3%보다 높았다. 이제 국민이 마음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또한 놀랄 만한 미세먼지 뉴스가 나왔다. 중국 칭화대, 베이징대, 미국 UC어바인,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학 등 국제공동 연구팀이 미세먼지가 세계인의 건강에 미친 영향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는데 2007년 발생한 미세먼지 질환 사망자가 345만명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한국과 일본인 3만900명이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에 숨졌다고 밝혔다. 막연히 말로만 듣던 중국 미세먼지의 폐해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는 연구결과다.

이제 정부가 큰마음 먹고 팔을 걷어부칠 때이다. 정부는 2005년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발표했고, 작년에도 같은 제목의 대책을 발표하면서 "10년 후 유럽도시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과연 공무원들은 같은 제목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얼마나 고민했을까. 정부의 대책과 실행은 따로 놀았다. 올해의 미세먼지 사태가 이를 입증해준다. 정부가 정직해져야 한다. 미세먼지는 중국에서도 오지만 국내에서 더 많이 나온다. 중국에서 핑계를 찾기 전에 국내 미세먼지 대책을 점검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GM 볼트 한번 충전으로 380km 간다

미세먼지의 큰 원인은 석탄과 석유를 쓰는 산업시설과 교통수단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려면 교통수단에 대한 국민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 내연엔진 자동차는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인 미세먼지뿐 아니라 지구환경에 치명적인 온실기체, 즉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자동차의 '탈(脫)내연기관'화에 가속도를 낼 필요가 있는 이유다. 내연기관을 빨리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로 대체해나가야 한다.

세계의 추세를 보더라도 그 길로 서둘러 가야 한다. 이제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그 중국이 전기자동차 선도국이 되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기반위에 자율주행차가 개발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 성능도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1회 충전으로 380㎞ 주행이 가능한 GM '볼트'는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끌고 있다. 한국 배터리 제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산업적으로도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면 속도를 내는 게 좋지 않을까.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