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현대차의 수소차 사랑
2016-09-21 11:29:19 게재
"물로 가는 자동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 석유파동으로 휘발유 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 사람들이 던지던 농담이었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다. 그런 일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나오니 여기서 나온 수소를 태워 자동차 엔진을 돌리면 이게 바로 '물로 가는 자동차'가 아닐까. 그럼 물을 분해할 때 필요한 전기는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아직 맹물로 가는 자동차는 없지만 수소 연료 운반체 기술은 오래전 나왔다. 기후변화가 세계적 이슈가 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자동차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세계의 유수한 자동차 회사들이 수소차 개발에 돈과 연구 인력을 쏟아부었다. 그 중 하나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수소차 첫 모델 투산ix를 2010년 해외 모터쇼에 선보였고 2013년 양산체제를 갖춘 후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택시와 카쉐어링 사업에 실험 보급했다. 현대차는 드디어 올해 투산ix 수소차를 국내 소비자에게 데뷔한다. 11월 울산의 택시회사에 10대를 공급하고, 이어 연말 울산과 광주에 카쉐어링 사업용으로 수십대 투입하고 이런 방식으로 전국 도시로 투산ix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차는 아직 차량 값도 비싼데다 연료충전 인프라가 거의 안 돼 있어 전기차보다 훨씬 낯선 자동차다. 택시와 카쉐어링은 이런 인프라 난점을 극복하면서 수소차를 소비자 대중에게 알리려는 현대차의 전략적 접근이다.
현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자동차의 국제적 대세는 전기차(EV)다. 테슬라가 2008년 배터리로만 구동하는 순수 전기차 로드스터에 이어 2012년 모델S를 출시한 것이 기폭제가 되었다.
중국은 "내연기관에서는 뒤졌지만 전기차 분야는 선두에 서겠다"며 전기차 보급을 국가 전략으로 삼았다. 작년부터 전기차 판매 대수에서 미국을 제쳤고 비야디(BYD)를 세계1등 전기차 메이커로 올려놓았다. 큰 내수시장과 국가정책의 결합이다. 일본의 닛산과 독일의 BMW도 전기차 개발에 무게를 실어왔다.
올해 투싼ix 국내에서 판매 개시
세계 5대 자동차 생산 국가이지만 한국은 전기차 개발과 보급에서 굼떴다. 정부는 2009년에야 전기차 보급정책을 내놓았고 기아차가 2014년 전기차 모델 '소울'을 출시했다. 현대차는 올해에야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올 내놨다.
현대차는 전기차가 세계적 관심을 끌기 전에 수소차 개발에 손을 댔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래학자들 사이엔 기후변화문제에 대비한 수소경제 논의가 활발했고 수소차를 휘발유 차의 대안으로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현대차는 토요타 벤츠와 함께 이 흐름을 탔다. 일런 머스크가 태양광 에너지와 전기차를 묶는 친환경 산업 비전을 제시하면서 전기차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닛산도 전기차에 미래를 걸고 모델 '리프'(Leaf)를 개발해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다. 무게 중심은 수소차가 아니라 전기차로 급격히 기울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기후변화 시대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안이다.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전기를 동력으로 쓰기 때문에 얼개가 비슷하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도 적고 훨씬 단순하다. 다가오는 자율주행 시대에도 부합한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경쟁 관계다. 차량제작비, 연료비, 연료 충전 인프라 그리고 1회충전시 주행거리가 경쟁 요인이다. 현재 경쟁에서는 전기차가 우위다. 수소차는 제작비가 훨씬 비싸고 수소연료 충전 인프라 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신 수소차의 큰 장점은 연료충전 시간과 주행거리다. 전기차가 충전이 몇 시간 걸리는 반면 수소차는 5분이면 가능하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국내보급 전기차의 경우 150~200킬로미터인데 전기차 투산ix는 400킬로미터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성능 경쟁
수소차 보급과 관련해 대두될 문제는 연료인 수소 공급이다. 수소는 메탄과 같은 수소화합물에서 추출하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일본이 수소차 개발에 중점을 뒀던 이유는 석유화학공업이 발달해 수소 추출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수소공급 능력도 일본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보급에서 앞서 있지만 전체 자동차 연간 판매량의 1%도 안 된다. 수소차와 전기차는 차량가격, 충전인프라 등 편의성, 연료비 등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자발적 온실가스감축 1차 목표로 설정한 2030년이면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이 변곡점을 맞을 것이다. 한국은 그때까지 감축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배출하게 될 온실가스 총량에서 37%를 줄여야 한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설 땅은 점차 지구상에서 없어질 것이다.
만약 2030년 수소차가 전 세계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친환경차로 자리매김 된다면 현대차의 수소차 선택은 빛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