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련

그 섬에서 벌어지는 일

구상낭 2022. 11. 8. 12:34

제주도 관련  2010-11-05 20:49:16

 

며칠 전 제주도에 있는 어느 관광호텔에 투숙했는데, 이튿날 아침을 먹으러 뷔페식당에 갔더니 온통 중국인 일색이었다. 거의 단체 관광객들인 듯했지만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들도 몇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장기적 추세로 이어질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제주도는 지금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제주도를 오가는 비행기와 유명 관광지 또는 쇼핑가게에 들어가면 중국인의 말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심지어 할인마트에도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중국 여행객들이 대형 할인마트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전기밥솥을 사기 위해서다. 20여 년 전 한국 관광객들이 일본이나 미국을 여행할 때 어김없이 일제 '코끼리'표 밥솥을 사들고 귀국하던 것을 연상하면,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보이는 해외여행 행태란 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통계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 증가 추세는 더욱 확연하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32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약 18만 명에 비해 무려 76%가 늘었다.

2박3일 일정이라고 가정하면 조그만 섬 제주도에는 하루 3천명의 중국인이 돌아다닌다는 얘기가 된다.

10여 년 전 일로 기억되는데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인의 홍콩 관광에 대해 게재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당시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어 현지 경제가 침체 위기에 있었는데, 대륙에서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관광업계가 반색을 하고 있다는 요지였다.

그 기사 내용 중에 매우 흥미로운 구절이 있었다. 그 요지는 "그 나라 상품이 몰려오고 10년이 지나면 그 나라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것이었다.

1960년대 일본 상품이 미국에 몰려오고 난 후 일본인 관광객이 미국을 찾았고, 1980년 대 한국 공산품이 미국 시장을 점령하더니 1990년대 한국인들이 대거 미국여행을 하는 모습을 예로 들면서 중국인들이 홍콩을 넘어 한국이나 일본으로 몰려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었다.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중국 제품은 세계 곳곳에서 범람하고 있다. 이렇게 수출해서 벌어들인 소득을 갖고 국가로서의 중국은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인들은 해외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가 지적한 대로 물건이 먼저 가고 사람이 뒤따라가는 패턴이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관광을 중요한 산업으로 생각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갖가지 장려책을 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지속적이고 폭발적인 증가는 주변국, 특히 한국에게 매우 소망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노력을 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중국인 관광객의 범람은 좋기만 한 일인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세상만사가 일방적으로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의 증가는 돈이 생기는 긍정적 측면이 크기도 하지만, 중국 국력의 물리적 팽창을 수반하는 국가 전략적 측면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했던 경험을 가진 한 전직 기업CEO는 중국 관광객의 범람과 이를 유치하려는 섣부른 인센티브 정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제주도가 50만 달러의 부동산투자를 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제도는 중국인에게 제주도를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우선 부동산 투자는 고용창출에 별로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땅값만 올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50만 달러면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액수로 날마다 늘어나는 부유한 중국인이 몰려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 재산이 있는 곳엔 중국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사실 그 CEO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관광지와 투자처를 찾아나서는 중국인들에게 찾아다니면서 위험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만큼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국제 관광업계는 2020년, 즉 앞으로 10년 후면 중국의 해외 여행객이 연 1억3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건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사람의 이동이다. 기업은 기회로 생각할 수 있지만,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는 덩달아 날뛸 일만은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