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갤노트7과 스페이스X의 폭발

구상낭 2023. 3. 28. 00:29

2016-09-05 12:10:27 게재

 

 

지난 주말 R&D기업의 실패와 도전을 상징하는 뉴스 2건이 터져 나왔다. 하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사고 및 전면 리콜 발표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일어난 스페이스X 로켓 폭발 사고다.

천문학적인 돈과 기업 신뢰도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며 문득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과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 일런 머스크였다. 두 사람은 사고의 기술문제의 위기를 극복할 최종 책임자들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은 8월 19일 뉴욕에서 처음 출시됐다. 홍채 인식 기능을 담은 이 스마트폰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10일 만에 10개 나라로 250만대가 공급됐다. 곧 출시될 애플 신제품과의 경쟁에서 삼성전자의 힘을 보여주면서 주가는 급등했고 기업 이미지가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매출행진이 진행되는 중에 불길한 일이 발생했다. 구매자의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고 불에 타서 망가진 스마트폰의 이미지가 SNS에 올라왔다. 폭발사고가 국내외에서 여러 건 일어나자 삼성전자는 자체 제품조사에 들어갔고 지난 1일 폭발의 원인이 배터리의 기술적 결함이라며 전면 리콜 결정을 발표했다.

리콜 발표 내용은 한국적 정서로는 놀라운 결단이었다. 10개국에서 이미 팔려나갔거나 재고량으로 남아 있는 제품을 모두 새로 제작한 제품으로 교환한다는 것이다.

협력사의 배터리 제작 기술의 흠결이 부른 삼성전자의 리콜비용에 세상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사람들은 알게 됐다. 리콜이 회사에 얼마나 아픈 상처를 주는가는 작년 벌어진 미국의 폭스바겐 리콜 사태가 말해 준다.

리콜 결정을 발표한 고동진 사장(휴대폰 부문)에게 리콜 비용이 얼마나 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이 쏟아졌다. "마음이 아플 정도로 굉장히 큰 금액입니다." 고동진 사장이 한 말이다. 그는 액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매체들이 계산해 내놓은 수치는 1조5000억~2조5000억원이다.

배터리 결함에 대한 대가 군말없이 치러

아마 이 리콜사태를 보며 마음이 아프지 않는 삼성전자 직원은 없을 것이다. 사실상 최고경영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충격이 컸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손해를 감수하고 내린 전면 리콜 결정의 마지막 승인은 이 부회장의 마음이었을 테니 말이다.

리콜 사태는 직접적인 비용뿐 아니라 회사 이미지와 신뢰도에도 큰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숨을 곳이 없는 글로벌 R&D기업이다. 리콜 조치는 이재용 부회장에겐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결연한 승부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스마트폰에서 차지하는 배터리의 비중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다. 배터리 결함에 대한 값비싼 대가를 군말없이 치름으로서 기술적으로 제품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심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을 것이다. 부수적이지만 회사 내부를 향한 강한 기술적 완벽성을 요구하는 시그널이 될 것이다.

한편 지구 반대편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는 일런 머스크의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발사를 이틀을 앞두고 폭발했다. 폭발한 팰컨9 로켓에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주커버그가 아프리카 지역에 무료 인터넷보급을 하기 위해 제작한 통신위성이 탑재되어 있었다. 팰컨9의 폭발은 21세기를 대표하는 기업가 일런 머스크와 마크 주커버그에게 뼈아픈 실패감을 맛보게 했다.

우주로켓 발사는 미항공우주국(NASA) 등만이 할 수 있는 국가의 독점적 사업이었다. 테슬라 전기차로 유명한 일런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창업해 민간기업의 우주산업 진출에 신기원을 이룩했다. 스페이스X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재정지원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로켓을 발사해 실패도 있었지만 국제우주정거장 왕복 비행에 여러 차례 성공함으로써 일런 머스크의 화성왕복 꿈의 가능성을 내다보게 했다.

머스크 도전정신에 대한 신뢰는 여전

이번 사고로 스페이스X의 로켓기술 신뢰도는 상처를 입었다. 그가 세운 테슬라와 솔라시티가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판에 어려움은 설상가상으로 커지게 됐다. 머스크가 로켓 발사 계획을 서두른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의 도전정신에 대한 미국사회의 신뢰도 아직 건재한 것 같다.

과학 기술의 역사는 기술 결함을 냉정히 극복하고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실패를 디디고 일어서는 것이 기업의 성공비결이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이었음을 말해준다. 일런 머스크는 좌절하지 않고 민간 우주산업을 개척해나가려 할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과감한 리콜조치로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넘어 인류에 희망을 주는 차세대 기술개발에 앞장서는 신형 R&D기업으로 도약하길 바란다.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