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카 시대의 느낌
<내일신문 2016년 4월1일 게재>
지난 3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제주도에서 제3회국제전기차엑스포가 열렸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GM, BMW, 닛산, 파워플라자, JAC, BYD, FDG 등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했다. 현대자동차는 6월 시판에 들어갈 첫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IONIQ)을 전시부스에 올려놓아 방문객의 관심을 끌었다. 엑스포에 참여한 완성차 회사, 배터리 제조사, 부품 업체가 145개사에 이르렀다.
완성차와 부품의 전시 못지않게 전기차 관련 회의가 51회나 열렸다. 대부분 전기자동차와 관련한 국제기관, 학자, 엔지니어, 기업책임자, 관련공직자 등이 참여하는 워크숍과 세미나는 최신 정보와 지식이 교류되는 정보 시장이라 할 수 있었다. 전시 구경, 컨퍼런스 참여, 전기차 시승 등에 참여한 방문객은 약 7만 명에 이르렀다. 작은 섬이라 방문객 숫자는 예년 수준이었지만, 국제회의를 통한 전문가들의 정보와 지식의 교류는 3회 엑스포를 통해 한층 심화된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엑스포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 세 가지 정도를 피력하고 싶다.
첫째, 각종 회의장에서 쏟아지는 용어에서 ‘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란 말은 구식 용어가 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자동차 전문가들의 발표문, 연설에서는 ‘자율주행차’ ‘스마트카’란 말이 일상용어처럼 쓰였다.
연간 세계에 보급되는 자동차 중 전기차는 채 1%도 채 안 되는 비주류다. 그럼에도 이렇게 새로운 자동차 시대를 상징하는 언어가 급진전하는 이유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격변을 앞두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 또는 스마트카는 내연기관이 전기 동력으로 대체되는 것과 더불어 자동차가 단순한 운반수단이 아니라 인터넷, 인공지능, 자율주행시스템이 장착된 새로운 전자 소비제품으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마치 20년 전 모토롤라 무선전화기 기능이 지금 애플이나 삼성 스마트폰의 기능으로 엄청나게 진화한 것과 대비시켜 볼 수 있다 하겠다.
작년 엑스포에서 전문가들의 관심은 배터리 용량이었다. 그러나 올해 엑스포에서 관심의 대상은 자동차 제조기술과 전자산업의 기술융합이었다. 애플과 구글은 이미 자동차산업에 참여한다고 발표했거나 이미 자율주행차를 실험하고 있다. 그러면 기존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미래 자동차산업 발전전략과 관련한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장래 행보에 국내외 전문가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둘째, 이번 엑스포에서 전문가들의 발표나 토론에서 많이 언급된 말은 쉐어링( Sharing)이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참석한 자동차 전문가들이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 동안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한국에서도 종종 언급되었다. 자동차나 주택을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 이용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경제 활동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적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우버(Uber)택시와 에어비엔비(AirBnb)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에서도 렌터카의 한 형태인 카쉐어링(Car Sharing)이나 가게 공간을 시차를 두고 공동 사용하는 ‘마이숍온숍’이 공유경제의 한 형태로 분류되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내연기관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면서 자동차 공유는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전기차의 기능이 스마트카의 형태로 발전하면서 자동차를 빌려주고 돌려받을 때나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훨씬 편해지고, 고객의 취향에 맡는 자동차 서비스가 간편하게 공급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교통이 혼잡한 대도시 생활에서 하루 한 두 시간 밖에 쓰지 않는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욕구가 줄어들 것이란 전제에서 차량 공유제의 미래를 밝게 예측하기도 한다.
셋째, 제주도의 역할과 도전이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자연환경과 크기로 인해 국내외 전문가로부터 전기차의 테스트베드의 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환경부의 전기차 보급 쿼터 8,000대 중 절반인 4,000대를 배정받았다. 전기차 보급은 작년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신산업 정책의 일환인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제주도는 이미 ‘탄소제로섬2030’ 프로그램을 통해 2030년까지 도내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교체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전부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금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해서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일은 충전인프라를 충분히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어려운 과제지만 희망적인 점은 정부의 에너지신산업 정책목표가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 곳이 제주도라는 점이다.
제주도의 문제점은 정부와 국제사회의 호의적 시선을 재빨리 흡수하여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제때 효율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추진력 부재와 도민들의 인식 부족 상황이다. 지식산업 육성의 관건은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