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스마트카 시대,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운명은?

구상낭 2022. 12. 24. 19:02

뉴스1 2016-03-30 23:11:45

“여러분,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누구든 대답해보세요. 두 개의 세계적 기업이 있습니다. 애플이 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마 캘리포니아에서 제조하겠죠.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자동차를 어디서 만들까요?”

나는 전자공학과 자동차 분야의 문외한이지만, 프랑스의 자동차 산업 전문가 야닉 페레즈 교수의 질문을 듣는 순간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지금 자동차 전문가들의 머리를 꽉 채우고 있는 것은 바로 기술융합에 의한 자율주행차 또는 스마트카 시대에 대한 생각'이라는 직감에서 그랬고, 다른 하나는 '미래의 자동차 시대와 관련해서 삼성전자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놓고 세계 자동차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아서다.

페레즈 교수의 질문은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 국제전기자동차 엑스포의 워크숍 패널 토론에서 나왔고, 미국 일본 중국 한국의 자동차 전문가들이 의견을 쏟아냈다. “삼성은 자동차조립 공장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삼성은 아직 자동차 조립 계획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 협력업체들의 준비는 다되어 있다고 본다.” “중국이 전기차 시대에 앞서가고 있지만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자동차 조립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IT기업들은 알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와 IT기술이 융합할 때 돈을 버는 것은 구글과 애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전기차 시범지역인 제주도에 올해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전기자동차 4,000대가 보급된다. 연말이면 제주도에는 약 6,500대의 전기차가 돌아다니게 된다. 전기차 메이커들에겐 작지만 군침이 도는 실험장(테스트베드)이 바로 제주도이다. 이런 이유로 테슬러를 제외한 세계의 전기차 제조사들이 자사 브랜드의 전기자동차를 갖고 엑스포에 참여하고 각종 홍보이벤트를 벌였다. 국내 수많은 전기차 관련 부품업체들도 기술을 자랑하려고 참여했다.

이번 엑스포에서 전시회 못지않는 이벤트가 전기차 관련 각종 국제 회의였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자동차산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주제에 따라 최신 정보를 교환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회의가 나흘간 이어졌다. 엔지니어이자 경영학자인 현영석 교수(한남대)가 기획한 ‘세계자동차산업의 미래’ 워크숍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현 교수는 세계 5대 자동차 강국, 즉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의 자동차산업 전략과 추세를 한 자리에서 비교하며 이해할 수 있게끔 전문가를 선정하고 섭외해 성사시키는데 100일 이상 걸렸다고 털어놨다.

이 워크숍은 5시간 계속됐고 250여개의 좌석이 꽉 찼다.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대한 관련업계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느낄 수 있었다. 브레트 스미스(미국 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 야닉 페레즈(프랑스 센트럴수펠레크 대학 에너지경제학 교수), 타츠야 스즈키(나고야대 교수), 후오이트란(중국KPMG자동차부문장), 이항구박사(한국산업연구원) 등 5명의 발표자들이 그려보는 5대 자동차 강국의 미래 모습은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아도 흥미롭고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어렴풋하나마 국가 간 자동차 전략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작년 엑스포에서 간간히 소개되고 논의되던 자율주행차는 이제 자동차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흔한 용어로 등장했다. 이번 엑스포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카’라는 용어가 범람했다. 자율주행시스템, 인터넷, 인공지능이 융합된 스마트카를 떠올리는 전문가들의 머릿속에 휘발유나 디젤을 태우며 달리는 내연기관 개념은 없는 것 같았다.

스마트카 시대를 얘기하는 이들 전문가들이 현대자동차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존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았다. 이미 LG와 더불어 자동차 전장(電裝)사업에 관심을 보인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행보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의 내부에서 무슨 전략이 구상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연기관이 중심이 되어온 자동차의 시대가 흔들리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직도 상당기간 내연기관이 주류(主流)로 남겠지만 스마트카 시대를 전제로 한 전기차는 떠오르는 비주류(非主流)임이 분명하다.

2030년 누가 자동차산업을 주도할 것인가. 워크숍에서 뜨겁게 제기된 화두다. 앞으로 14년 후의 판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래 예측이 거북스러운 면도 있지만 기술융합시대에 산업의 변화를 점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된다.

인상적으로 대두된 화두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전망이다. 후오이트란(중국KPMG)은 “중국이 내연기관에서는 뒤따라갔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곧장 인프라를 깔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구의 무게, 변화의 속도, 중국 젊은이들이 추진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엑스포 워크숍 토론장에서 보면 마치 자동차 산업이 혁명전야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동차 전문가들의 질문 ‘2030년엔 누가 자동차 산업을 선도할 것인가’가 실감 있게 들린다.

아프리카나 남미나 중동에서 느닷없이 자동차산업의 선도자가 나올리는 없다. 결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이 그 후보군이다. 이들이 경쟁하고 그 중 누군가가 치고 나설 것이 아닌가.

한국이 5강에 끼였다는 것은 현재는 당연한 것이지만 과거의 눈으로 보면 기적 같은 일이다. 현대차 역할이 컸다. 기술융합의 시대에 한국자동차산업의 미래가 어찌될 것인지도 현대차에 달려 있다. 그런데 전기차엑스포 패널 토론에서 미국의 브레트 스미스의 촌평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졌다. “현대차 사람들과 만나 IT분야 회사와의 협력 여부를 물었을 때 그들은 ‘현대는 협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악어 떼가 이글거리는 산업세계에서 누구에게 손을 내밀 것인지 고민하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을지 모르지만 기술융합시대의 파트너십에 대한 인식부족을 드러낸 것이라면 심히 걱정스럽다.

현대차나 삼성전자의 운명은 경영자의 결정에 달려 있지만, 그 기업 활동의 결과는 국가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스마트카 시대를 이끄는 정책적 배려과 국민적 관심이 요구된다. <뉴스1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