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관련

기후변화, 석유 있어도 못 쓰는 시대로

구상낭 2022. 12. 24. 18:35

기고(제주도 지역 기관)2015-11-01 21:10:19

 

 

올해 2 15일 미국 국회의사당 상원 회의실에서는 기이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제임스 인호프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환경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하던 중 비닐봉지에서 큰 눈덩이를 꺼내 들었다. “의장님께 질문 하나 하겠소. 이것이 무엇입니까? 눈덩입니다. 밖이 얼마나 추운 줄 아시오. 의장님.” 이렇게 말하며 인호프 의원은 의장 단상 쪽으로 눈덩이를 던졌다.

인호프 의원은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 30일 파리에서 개막되는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정상회의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제적 합의를 도출해도 인호프와 같은 상원의원들이 득실거리는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오바마의 갈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세계 여론은 인호프 의원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 쪽으로 가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정치로 귀결되지만, 시작은 과학이다.

 

그러면 과학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9월 하순 보도된 현상 한 가지를 보자.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지구의 해양과 대기의 변화를 측정하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연구기관이다. NOAA는 인류가 지구 기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1880년 이래 지난 9월이 가장 더운 9이었다고 발표했다. NOAA는 또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간 평균 기온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앞으로 남은 3달을 감안해도 2015년 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 틀림없다고 전망했다.

 

NOAA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9월 평균 기온이 20세기 100년간 1~9월 평균 기온보다 섭씨 0.85도 높다. 소수점 이하 수치라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지 모르나 이 거대한 지구에서 섭씨 0.85도의 변화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이동이며 이에 따라 땅과 바다와 공기가 난동을 부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의 체온은 36.5도인데 0.5도만 올라도 몸살이 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렇게 세계는 매년 더워지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이렇게 올라가는 현상을 지구온난화라고 부르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기상패턴이 허물어지는 현상을 기후변화라고 한다.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을 위협할 위험한 존재로 떠오른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기상과 생태계에 이상이 생기고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에 그쳐서 충남을 비롯해 중부지방이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가뭄은 지금 지구촌을 말려버릴 듯한 가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캘리포니아는 4년 대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브라질, 호주, 에티오피아, 중동이 몇 년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온도가 올라가고 가뭄만 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가뭄, 홍수, 폭설, 태풍 등을 더욱 극단적으로 악화시키는 기상이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상의 난폭해지고 생태계의 교란이 생기면서 국제사회는 불안한 미래를 맞고 있다. 식량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몇 년째 가뭄으로 에티오피아는 수백만 명이 기아선상에 있다. 미국, 러시아, 브라질, 호주 등 식량생산 국가 작황이 안 좋으면 전 세계가 식량문제에 직면한다. 시리아 난민 1,000만 명도 오래 지속된 가뭄으로 인한 흉년이 내전을 격화시켜서 생겼다. 앞으로는 기후변화로 농업이 붕괴되면 환경난민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날 것이며, 이것은 국제분쟁, 나아가서는 전쟁이 씨앗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또 인류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모기 서식지가 확대되면서 말라리아가 창궐할 것이다. 미생물의 번식으로 어떤 보건문제가 일어날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지난 여름 한국 사회를 강타한 메르스 감염 사태를 생각한다면 기후변화와 병원균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기온에 가장 민감한 것이 얼음이다. 인류가 직면할 잠재적 재앙은 지구온난화로 고산지대와 남북극의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사태다. 북극해를 덮었던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 항로가 열렸다고 산업계가 들떠 있다. 이건 온난화의 긍정적인 면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지금 그린란드의 빙하가 급속히 녹아내리고 있다. 그린란드 빙하가 전부 녹으면 전 세계 바다 수위는 7미터 상승한다. 뉴욕, 샹하이, 런던 등 세계의 대도시는 거의 해안가에 발달해 있으니 재앙을 안고 사는 꼴이다.

남극 대륙의 빙하도 이곳저곳에서 녹아내리면서 균열이 생기는 등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남극 얼음이 다 녹으면 해수면이 70미터 상승한다.

고산빙하는 강의 수위를 유지시켜준다. 아시아의 거대 인구를 먹여 살리는 양자강, 황하, 메콩강, 간지스강 등 수많은 강과 지류는 히말라야와 티베트 고원의 빙하가 공급하는 물로 유지된다. 미국의 미시시피강과 컬럼비아강은 록키산맥의 빙하가 발원지이고, 수량이 풍부한 유럽의 강들은 알프스가 수원지이다. 세계의 산소 공장이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무성한 것은 안데스산맥의 빙하가 물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고산빙하가 줄어들면 세계 주요 강의 수량이 줄어든다. 이것은 도시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그리고 농업에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된다.

현재 추세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21세기 안에 인류는 화경 재앙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 왜 기온이 이렇게 올라가는 것일까?

이 문제를 놓고 20세기 후반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는 자연적으로 순환하는 현상이라는 진영과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진영으로 나뉘어 논란을 벌였다.

고기후학을 연구한 과학자들에 의하면 지구는 지질시대를 통해 가만히 있지 않고 격렬하게 움직여 왔다. 화산, 지진, 소행성의 충돌, 자전축 기울기의 변동, 공전궤도의 변화 등에 의해 빙하가 거의 녹아버렸다가도 바닷물이 얼어서 빙하기가 도래하기도 했다.

현재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것은 그 원인이 인간 활동에 있다는 데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어떤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킬까.

바로 인간이 산업혁명 이후 땅속에 묻힌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소위 화석연료를 끄집어내어 쓰면서 온실가스를 대기로 배출하기 때문에 공기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온실가스가 바로 이산화탄소(CO2)이다.

 

발전을 하거나 자동차 연료로 쓰기 위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연소하면 화석 연료의 구성 성분인 탄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남거나, 산림에 흡수되거나, 또는 바닷물에 녹아들어간다. 공기 중에 남은 이산화탄소는 마치 담요처럼 태양광에 의해 지표면에서 발생한 열을 빨아들여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바닷물 속으로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화학작용을 일으켜 바다를 산성화시키며 해양생태계를 망가뜨린다.

산림이 흡수한 이사화탄소만이 식물의 양분이 되고 산소를 생산하는 원료가 된다. 그래서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하는데, 돈이 안 나오는 산림에 불을 지른 후 소를 기르거나 콩을 심어 공업국가에 수출하고 있으니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줄 산림은 오히려 해마다 줄어드는 판이다.

지구과학자들은 이대로 두면 지구는 더워져서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유럽 선진국 사회의 과학자 및 지식인들이 내린 처방은 국제협정에 의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첫 단계가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기후환경회의였다.

 

리우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할 의정서(시행령)을 만드는데 나라마다 처한 입장이 달라 난항을 겪었다. 개도국은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니 선진국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고 대들고, 석유수입에 의존해 사는 중동 산유국은 석유소비가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일단 행동을 해야 한다는 선진국의 필요성에 따라 1997년 교토의정서가 합의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하면서 판이 거의 깨지고 말았다.

교토의정서 체제가 표류하는 동안 화석연료 사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 대국이 산업화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석유를 토대로 한 전기와 자동차 문명의 달콤함에 더욱 빠져들어 갔다.

 

기후변화의 위험이 눈에 띄게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기후변화 문제를 새롭게 접근했다. 지구 상 모든 국가가 자발적인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2015 9월까지 유엔에 보고하고 이를 토대로 11 30일 개막하는 파리 당사국총회(COP21)에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었다. 오바마는 2014 11월 그 정지작업으로 중국 시진핑 주석과 공동으로 감축계획을 선언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미 20차례에 걸친 당사국 회의(COP)를 통해 국제사회가 추구할 목표는 설정되었다. 그 목표는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보다 섭씨 2도 이상 올라가지 못하도록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 목표 달성이 실패한다면 기후변화는 인류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경고하고 있다.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에 비해 지구 기온은 이미 1도 가까이 상승했다. 앞으로 섭씨 1도 안에 묶어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11 30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리우환경회의에 버금하는 국제회의가 열린다. 그 하이라이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하여 전 세계 주요국가 정상이 거의 참석하는 정상회의다. 여기서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합의해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중요한 나라가 거의 자발적인 감축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면 2021년부터 교토의정서를 대신하는 신기후체제가 작동하게 된다.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주요 당사국들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보면, 미국은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2005년 기준 26~28%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 중국은 2030년부터 더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는다. EU 2030년까지 1990년 기준 40% 이상 감축한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25~30%감축한다. 일본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 줄인다. 호주는 2030년까지 2005년기준 26-28%감축한다. 스위스 2030년까지 1990년 기준 50%를 감축한다.

 

한국은 유엔에 2030년 배출전망치(BAU)를 기준해서 37%를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쉽게 설명하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지 않으면 100으로 늘어나는 데 2030년 배출량이 63이 되도록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앞으로 15년 동안 에너지 공급과 소비의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얘기다. 화석연료는 대폭 줄여야 하고 그 빈자리를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발전 분야 뿐 아니라 교통과 건축 등 산업 구조 자체가 변하게 된다. 기업들도 여기에 적응하면서 부의 대이동이 이뤄질 것이다. 요약하면 기후변화는 농업의 변화에서부터 에너지 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경제의 틀을 바꾸게 되니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에 파급을 주는 경제 문제로 귀착된다.

 

그러면 지구온난화는 어디서 멈출까.

대기중에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몇 백 년이 가도 분해되지 않는다. 이것은 온실가스 감축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난화는 계속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파급력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산업혁명 때에 비해 2도 이상 오르면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뿐이다.

기후변화의 재앙은 계속 확대될 것이 예상된다. 특히 기반시설이 취약한 개도국 사회는 태풍이나 한발에 의해 질서가 붕괴되기 쉽다. 계속되는 기상재해나 흉작은 사회불안을 유발하고 내전을 부르기 십상이다. 바로 기후변화가 현실적으로 식량문제와 자연재앙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여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해양경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기후변화는 국가안보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영국의 국방정보기관들은 10년 전부터 기후변화가 심각한 안보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기후변화에 의한 내전과 대량난민이 발생하면 주변국은 물론 세계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은 안보문제를 떠안게 된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는 지구온난화라는 문제를 지구촌에 던졌다면, 올해 파리 기후변화당사국 회의(COP21)는 기후변화가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국제사회의 큰 의제(議題)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의 정부, 기업, 국민이 화석연료와 함께 해온 단잠에서 깨어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