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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기후변화를 안보 이슈화

구상낭 2022. 12. 22. 12:36
2015-06-04 11:56:21 내일신문 게재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논의할 중심 의제는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안보 이슈일 것이다. 경제 문제 등 그밖의 공동 관심사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정치평론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특별히 박 대통령으로부터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기후변화 문제라고 말한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남은 임기 동안 할 큰일의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이라고 지적한다. 오바마는 올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작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양국 간 이산화탄소 감축계획에 합의했고, 인도의 모디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기후변화를 중요 의제로 삼았다. 그는 세계 주요국가들과의 정상외교에서 기후변화를 주요 의제로 내놓고 있다.

기후변화를 놓고 미국 정계는 의견이 팽팽히 갈린다. 민주당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 인간 활동이니 이산화탄소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고, 공화당은 기후변화는 인간과 무관한 자연현상이며 이산화탄소 감축은 경제를 옥죌 것이니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오바마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5월 20일 미국 해안경비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행한 연설이다. 그는 졸업식 연설의 주제를 기후변화로 정했다. 과학 교사처럼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덥히고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설명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일일이 적시했다. 공화당을 겨냥하는 듯 지구온난화의 과학적 사실은 논쟁의 여지가 없으며 미국 정보기관도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캘리포니아의 '4년 대가뭄'

연설과 설득의 명수인 오바마는 이 연설에서 '환경'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대신 기후변화를 미국의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당장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행동할 것을 강조했다. 사관학교 졸업생들이 맡아야 할 책무가 기후변화로 파생되는 재난에 대응하고 난민을 구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의 책무 중 가장 우선시 되는 게 국가안보다. 오바마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국가안보 문제로 격상시키고 있다. 백악관의 관심사가 국제 사회의 이슈가 되는 게 현실임을 생각할 때 올 12월 파리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전후하여 기후변화의 안보이슈화가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캘리포니아의 4년 대가뭄은 오바마의 기후변화 안보 위험론에 순풍이 될 것이다. 1200년 만에 처음 왔다는 대가뭄이 미국 사람들로 하여금 기후변화의 재앙을 느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봄 물 사용 25% 감축 명령을 내렸고, 물을 많이 쓰는 농민들이 이 명령에 버틸 수 없음을 깨닫고 농업용수 줄이기에 합의했다. 이를 신호로 미국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것이고, 전 세계 농산물 유통에 부정적 영향이 올지도 모른다.

캘리포니아가 견딜 수 있는 저수량은 약 1년 치 정도다. 1년 동안 가뭄이 풀리지 않으면 캘리포니아 농업과 도시생활이 거덜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막이 대부분인 캘리포니아는 시에라네바다산맥에 쌓였다가 녹는 눈으로 관개를 한다. 4년 전부터 적설량이 대폭 줄어들었고, 지난 겨울 적설량은 평년의 5%에 불과했다.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잔디밭에 물을 흥청망청 뿌리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 한편이 자원낭비의 문명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캘리포니아가 선도해서 자초한 기후변화의 재앙이라는 것이다.

휘발유와 전기를 마구 소비하는 자동차와 에어컨 위주의 캘리포니아 생활방식이 전 세계를 풍미하고 있으며 인구 3900만명의 캘리포니아가 인구 11억명의 아프리카 대륙보다 휘발유를 더 많이 소비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가뭄은 기후변화 요인을 선도한 가해자를 쪽집게처럼 찾아내서 보복하는 것일까.

12월 파리회의 때 기후안보 이슈 절정

이번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가 거론되든 안 되든 12월 파리회의에서 쿄토의정서를 대신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정에 한국도 참여하고 기여할 수밖에 없다. 9월 유엔에 제출할 이산화탄소배출 감축계획을 놓고 할당을 받은 한국 산업계는 경제가 망가진다고 아우성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 방안은 미래에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감축이고, 둘째 방안은 기후변화의 재난에 대한 대처이다. 모두 어려운 과제다. 한반도의 5월 폭염과 가뭄, 그리고 태평양 저편의 캘리포니아 4년 대가뭄이 매우 불길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