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물, 다시 생각해야 할 자원

구상낭 2022. 12. 22. 12:34

2015-04-20 11:57:00  내일신문게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는 그 별칭이 '황금의 주'(Golden State)다. 옛날 개척기의 골드러시를 상징한 별명이겠지만, 오늘날 미국 50개주 중 가장 풍요롭고 살기 좋은 주로 평가된다. 남한의 4배가 넘는 땅덩이에 3800만 명의 인구가 있고, 샌호아킨 평원의 농산물에서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업은 다 가진 지역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곧잘 농담 삼아 독립하면 7대 경제 대국이 된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의 살기 좋은 자연 여건 중 하나는 지중해성 기후, 즉 겨울에 따뜻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거의 사철 건조하다. 특히 로스엔젤리스(LA)가 있는 남부는 사막과 같다. 사막에 어떻게 정원 주택이 끝없이 펼쳐지고 꽃들이 가로변에 아름답게 피는 1800만명의 꿈같은 메가시티 LA가 생겨났을까.

그 해답은 물이다. LA를 비롯한 남 캘리포니아는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오언스밸리의 호수 물을 수로를 통해 끌어다 쓴다. 오언스호수는 캘리포니아 중앙부에 솟아있는 시에라네바다산맥에 쌓인 눈이 여름 내내 녹으면서 채워진다. 백설이 덮인 3000~4000미터 고봉이 끝없이 뻗어 있는 산맥이 시에라네바다이다. 겨울 동안 이 산맥에 내린 눈에 의해 LA가 소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바뀐 셈이다.

그런데 이 오언스호수에 큰 일이 벌어졌다. 물이 말라버린 것이다. 이유는 시에라네바다산맥의 적설량이 4년 째 급격히 감소한 때문이다. 지난 겨울의 적설량은 평소의 6%에 불과했다. 불똥은 남부 캘리포니아로 튀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4월 1일 가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내 400개의 물통제센터로 하여금 물 공급을 25% 줄이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캘리포니아 역사상 처음이다. 브라운 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물을 주며 잔디밭을 가꾼다는 생각은 흘러간 날의 얘기다." 사실 캘리포니아 물소비의 50%는 가정에서 잔디를 가꾸고 나무를 키우는 데 소비한다.

캘리포니아주의 겨울 가뭄 비상사태

브라운 지사는 이 사태가 농산물 가격에 영향은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사막에 관개해서 농사를 짓는 남 캘리포니아의 농업은 미국에서도 가장 생산성이 높은 곳이며,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캘리포니아 오렌지도 그렇게 생산된 것이다. 이 가뭄이 지속된다면 브라운 지사의 말과는 달리 전 세계에 파장이 밀려올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담수화 공장 건설에 의한 해결방안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바로 눈앞에 놓인 태평양의 바닷물을 공학기술을 이용해 담수로 만들자는 것으로 가뭄이 지속되자 담수화 공장이 건설 중이다.

올 연말 완공을 앞둔 샌디애고의 담수화 공장은 물 분자와 소금 분자를 분리하여 걸러내는 역삼투압 방식의 공법으로 하루 약 19만톤의 담수를 생산하게 된다. 그러나 부정적 시각이 만만찮다. 그 막대한 소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다시 화석연료를 써야 하고 그 결과 파생되는 기후변화로 시에라네바다산맥에는 눈이 내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담수화로 소금이 어마어마하게 쌓이게 되는데, 이 소금을 바다에 풀어놓으면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가뭄은 브라질 상파울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수백킬로미터의 수로를 통해 끌어온 물을 2000만명이 이용하는데, 상류 수원이 가뭄으로 줄어들자 일주일에 이틀만 물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현대 문명의 편리함과 안락함은 2개의 자원, 즉 전기와 수도의 덕택이다. 끝없는 공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엔지니어링의 한계가 보이는 듯하다. 기후변화라는 지구 시스템의 변화와 마주친 셈이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밀러 행성에 착륙한 주인공 쿠퍼의 우주선이 거대한 중력파도와 마주치는 형국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브라질 상파울로도 주 이틀만 물 공급

지난주 대구에서는 '제7차세계물포럼'이 열려 세계의 물 전문가와 관련 공직자들이 대거 참석해서 성공적인 국제행사를 했다고 언론이 전했다. 언론은 외국 참석자들이 한국의 수자원 기술을 칭송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런데 우리의 물 관리 시스템이라는 게 정말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짜놓은 것인지, 그 기술의 부작용은 없는 것인지, 기후변화에 의한 수자원의 변화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시중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알 수가 없다.

물 포럼의 자격루 해프닝 망신은 이참에 참 좋은 교훈이다. 준비의 허를 찌르는 일이 인간사에선 물론 자연에서도 수없이 벌어진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이 크게 벌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