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이후 글

선진국 안착하려면 스타트업 왕성해야

구상낭 2022. 12. 21. 13:40

2022년 12월 20일 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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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CEO가 되고 싶다." 올해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대학생이 신문 인터뷰에서 말한 장래 희망이다. 그는 제페토 등 메타버스를 통한 수익창출 가능성도 얘기했다. 미스코리아 하면 전통적으로 배우 탤런트 방송인 등 미모를 뽐내는 직업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런 사회적 통념을 뛰어넘는 도전적 자세가 신선해 보인다.

21세기 한국이 활력이 넘치는 선진국으로 뻗어나가려면 젊은이들의 도전적인 벤처정신이 꽃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벤처에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MZ세대다. 그러나 힘든 일과 책임을 회피하고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풍조가 MZ세대에 만연하다. 머리가 우수한 대학생들이 공기업이나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몇년이고 시험에 매달리는 모습은 취업난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회적 우려를 낳는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미스코리아의 창의적 포부가 특히 Z세대(1996년 이후 출생)를 대표하는 벤처정신이기를 기대해본다.

사실 지난 10년 간 산업 각 분야에서 벤처기업의 싹이 나름 활발히 자라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벤처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작년 한해 동안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한 기업이 108개 나왔다.(내일신문 11월 22일 보도) 2020년의 62개보다 50개 늘어났고, 지난 10년 평균치의 2배에 이르는 숫자다.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이 작년에 4개가 나왔다.

스타트업 생태계, 아직 경제규모 못미쳐

'유니콘'은 아직 증권시장에 상장하지 않았지만 기업가치가 10억달러에 이른 벤처기업을 말한다. 한국에선 편의상 기업가치 1조원을 유니콘으로 쳐주기도 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올해 7개의 유니콘이 탄생했다.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도 이렇게 성장한 기업이 나왔다는 것은 한국의 벤처생태계가 나름 탄탄하게 커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리서치회사 '스타트업지놈'의 2022년 보고서에 의하면 서울의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가 놀랍게도 10위로 나왔다. 실적, 자본조달, 시장접근력, 지식, 재능 및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에서 실리콘밸리가 부동의 1위이고, 뉴욕과 런던이 공동 2위, 베이징이 5위, 텔아비브가 7위, 상하이가 8위다. 흥미롭게도 도쿄가 12위로 서울에 밀려나 있다.

조사기관에 따라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는 큰 차이가 있다. '스타트업블링크'의 2022년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국가 순위가 21위이고, 서울의 도시 순위는 25위다. 한국의 GDP 기준 경제규모가 세계 10위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숙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벤처가 크게 성공하면 유니콘이 될 수 있고, 유니콘이 많이 나와야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이 생긴다. 성공한 벤처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모여드는 대학 등 연구기관, 창의적이고 쾌적한 도시환경과 문화, 개방적인 국가정책 등이 조화롭게 연계되어야 한다. 특히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돈을 대주는 벤처투자, 소위 엔젤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스타트업 생태계가 고도로 활성화 된 곳이 미국의 실리콘밸리다.

한국에도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이 투자를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스라엘의 창업지원방식을 벤치마킹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제도(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다. 현재 연간 500여개 스타트업이 TIPS 지원체제 아래 회사를 키우고 있다. 한국 엔젤투자협회가 정부와 협력해 TIPS프로그램을 공동운영하고 있다.

일자리나 지방소멸 해법도 스타트업

엔젤투자회사 '고벤처'의 고영하 대표가 2013년 엔젤투자협회 창립이래 회장을 맡아왔다. 고 회장은 "TIPS 프로그램의 스타트업 생존률(성공률)은 92%"라며 "이렇게 높은 성공률은 민간투자자들이 투자자금 회수가능성을 보며 꼼꼼히 스타트업을 심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회장은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한국경제가 잘 되려면 우수한 청년들이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해 스타트업으로 뛰어들게 해야 한다. 나스닥에 상장하는 유니콘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일자리가 많이 나온다." 그는 지방소멸을 막는 방법도 대기업 유치 노력보다는 민간이 중심이 되고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육성을 강조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세계 10위의 규모를 가진 한국경제, 자동차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이 성장동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그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좋은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뿌리 내리려면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에서 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수종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