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칼럼그룹

맨발로 걸어보세요

구상낭 2022. 11. 7. 12:33

2010-07-13 08:15:08

 

여름이 깊어지면서 시원한 숲이 그리워집니다. 맨발로 숲길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월정사 전나무 고사목 사이로 본 숲길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림욕을 많이 합니다. 한국 일본 대만 사람들이 삼림욕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삼림욕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지칭되는 게 수목이 뿜어내는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물질입니다. 식물이 자신을 곰팡이나 다른 세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방출하는 피톤치드는 침엽수에서 특히 많이 나옵니다.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 나무가 편백나무이고 그 다음이 전나무 삼나무 소나무라고 합니다.

침엽수 숲속에 가면 피톤치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왠지 내 몸이 깨끗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늘이 주는 서늘함, 향긋한 송진 냄새, 귓전을 스치는 솔바람이 몸과 마음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거기다 피톤치드가 내 몸속으로 들어가 병균을 죽인다니 생각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강원도 오대산에 가면 월정사에도 전나무 숲길이 길게 뻗어있습니다. 적멸보궁을 거쳐 비로봉 정상을 향하는 등산로에도 수령이 수백 년이나 된 전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습니다. 변산반도의 내소사, 경기도의 광릉수목원 그리고 오대산이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유명합니다.

월정사 전나무 숲은 가볍게 걷기에 참 좋습니다. 국립공원 소속 해설사가 전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원래 이름이 ‘젖나무’였던 것이 ‘전나무’로 변했다고 합니다. 나무 가지에 상처가 나면 우유 빛 수액, 그러니까 회색 송진이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겁니다.

해설사가 갑자기 신발과 양말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땅을 맨발로 밟으며 걷도록 권했습니다. 그냥 말로만 권했다면 눈치를 살폈을 텐데, 해설사가 솔선수범하니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게 됩니다. 서늘한 감촉이 발바닥에 느껴졌습니다. 맨발로 땅을 밟고 걷는 것,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맨발로 걸으면 감각과 관심이 희한하게 변합니다. 모든 주의가 온통 발에 집중되고 다른 잡다한 생각이나 감각은 멀어지게 됩니다.

전나무 숲을 벗어나 월정사 경내 게시판에 ‘걷기 명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았더니 ‘틱낫한 스님’이 지은 시더군요. 그 베트남의 승려가 여기 월정사까지 왔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맨발로 전나무 숲길을 걸은 후라 매우 실감나게 다가서는 글이었습니다.

내 손을 잡으세요.
함께 걸읍시다.
단지 걷기만 할 것입니다.
어딘가로 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걷는 것을 만끽할 것입니다.
평화롭게 걸으세요.
행복하게 걸으세요.
걷는 매 순간마다 평화의 감촉을 느껴보세요.
걷는 매 순간마다 행복의 감촉을 느껴 보세요.
당신의 발바닥으로 대지에 입 맞추세요.
대지에 사랑과 행복의 자국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