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공공기관 개혁

구상낭 2022. 12. 7. 12:28

내일신문 2014-02-20 19:25:48

 

 

지난 수년 간 방송과 신문 뉴스에 간단없이 오르내렸던 ‘원전비리’는 어떻게 고쳐지고 있을까? 앞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은 믿어도 되는 걸까? 공공기관 개혁 문제가 떠오를 때마다 그게 궁금하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은 원자력 발전 분야를 맡은 공공기관이다. 지난해 원자력 비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 후 한국수력원자력의 1급 이상 간부 179명이 일괄사표를 냈고, 한국전력기술의 1급 이상 간부 69명도 사표를 썼다고 한다. 원전 비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의 발로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올해 초 이 두 기관의 인사이동을 보도한 신문은 사표를 낸 간부 중 1명도 물러난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 두 기관의 개혁 과정에 더욱 관심이 간다. 드러난 비리의 외상을 대충 잘라내는 대증적 처방으로 끝난 것인지, 아니면 병집이 너무 깊어 진단이 길어지고 있는 것인지 일반 시민들은 그 내역을 알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개혁할 일이 수없이 많다. 공공기관 개혁도 그 중 하나다.

 

공공기관이 왜 개혁되어야 하는지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다. 원전비리처럼 조직문화에 녹이 쓸어 본래의 기능을 원활히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공기관의 숫자는 거의 300개에 육박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름을 대면 알만한 공기업들이 적자 폭이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높은 연봉과 과다한 복지비 지출로 빚잔치를 벌이고 있다. 노조와의 이면계약으로 ‘고용세습’을 비롯해서 국민의 상식을 넘는 과잉복지 관행을 만들어냈다.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면서 무사안일주의와 집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는 곳이 바로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은 방만 경영의 상징이다. 

 

지난 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공기관정상화 개혁’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대통령은 방만 경영의 실례로 부채 상위 12개의 공기업을 꼽았다.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LH공사, 한전, 코레일 같은 회사를 염두에 둔 것일 게다. 이들 12개 공기업이 진 부채가 작년 말 40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하루 이자만 200억 원이 들어가는 판이다. 

 

박 대통령은 부실 방만 경영의 원인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4대강 사업처럼 정부의 무리한 정책이 빚어낸 사례가 첫째 원인이고, 공공기관의 노사가 이면합의를 통해 오랫동안 누적시켜온 과잉 복지지출이 두 번째 원인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개혁의 칼을 노사이면 합의가 초래한 방만 경영을 겨냥하고 있다. 그는 “이면합의를 통한 과도한 복지혜택의 관행은 뿌리 뽑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달부터 정부의 공기업 개혁 낌새에 대해 파업 가능성까지 비쳐왔다. 어쩌면 다시 한 번 정부와 노동단체가 충돌할지도 모른다. 이미 박 대통령의 어조로 보면 청와대는 노조와의 한판을 각오한 듯싶다. 감사원이 사상최대의 공기업 감사에 착수했고, 법무장관도 공기업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엄호하고 있다.

 

만약 정부와 노동계가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 다시 한 번 지난번 코레일 파업사태와 같이 사회는 소용돌이칠 것이고, 그 결과는 코레일 파업의 결말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공공기관의 직원들의 연봉, 복지지출 등이 낱낱이 언론에 보도될 테고 국민은 노조의 입장을 옹호해줄 것 같지 않다. 국민은 노조의 개입에 관계없이 공공기관은 개혁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점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다. 공공기관 개혁 이슈에서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면 노조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세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이 공공기관 개혁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개혁 이슈를 책략적인 측면에서 승패를 분석하고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 동안 공기업이 걸어왔던 길을 정부와 노동계가 겸허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반성하고 합리적 관행을 만들어 공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꿔나가야 공공기관이 건강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공기업에 낙하한 인사들이 얼마나 전문성이나 개혁적 임무를 띠고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민주화 전이나 이후나 공기업은 정권의 전리품으로 과도하게 남용되었다. 공공기관을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정무적 감각을 가진 인재를 공기업에 포진시키는 것을 무조건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공기업이 정치 대기실로 전락하거나 고위 공직자들의 단순한 퇴임 후 취직자리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