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미래, 창조, 과학의 소동

구상낭 2022. 12. 3. 15:41

 

내일신문 

2013-04-04 16:21:25

 


 

며칠 전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한 편의 칼럼이 한국에서 논란을 불렀다. 칼럼의 필자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로 임명되었으나 검증과정에서 자진 사퇴한 전 알카텔루슨트벨연구소의 김종훈 대표다.

이중국적 논란으로 장관 후보직을 사퇴하게 된 사정을 주관적인 입장에서 밝힌 글인데, 자신을 비판하는 매체의 태도를 마녀사냥'에 비유한 것이 화근이 되어 세찬 역풍을 맞은 것 같다.

그가 태어난 한국의 고위 공직에 진출하려다 좌절된 마당에 이번엔 글 한줄이 도화선이 되어 필화를 초래했으니 이래저래 이미지만 훼손된 셈이다.

한때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칭송되던 땅에서 이젠 조국을 비판하는 못난이로 평가절하 됐으니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천정과 바닥을 치는 것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그의 장관직 포기는 본인을 위해서나 한국을 위해서 다행인지도 모른다. 그의 지적대로 현재 한국의 정치 및 기업환경을 고려한다면 아웃사이더인 그가 미래창조과학부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일지라도 한국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자조적 농담처럼 한국사회의 폐쇄성은 쉽게 허물어질 것 같지가 않다.

김씨의 낙마 이후 한달이 거의 되어가지만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임명은 여전히 진통 중이다. 새로 지명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순조롭게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부처가 미래창조과학부다. 최 후보는 아직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 정립도 안 되어 있다는 여론이고 윤리적 문제까지 얽혀 있다.

단순히 행정적 관점에서 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과거의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부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일부 업무를 한데 모아놓은 거대 부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나 언급을 보면 단순한 집합을 뛰어넘어 융합으로 가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과 고용이 한계에 부딪친 한국경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는 비전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초반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중소기업청장을 관료나 학자가 아니라 기술혁신과 경영능력을 발휘할 CEO 출신을 찾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낙마했으니 창조경제를 끌고 갈 추진력에 문제가 생긴 셈이다. 마치 이명박정부가 집권 초 한반도운하 프로젝트를 정권의 비전으로 삼았다가 국민적 반대에 부딪쳐 4대강사업으로 변질되면서 방향감각을 잃었던 상황에 비교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녹색경제로 포장됐던 '4대강사업'과 '창조경제'는 국민적 공감대에서 다르다. 4대강사업이 20세기식 토목사업의 범주에 들어갔다면, 창조경제는 기술혁신에 의한 산업과 IT의 융합을 지향한다.

이런 맥락에서 김종훈씨가 쓴 문제의 칼럼은 귀담아 들을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과학과 ICT(정보통신기술)를 지렛대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을 부양해서 국내 젊은이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창조경제의 틀'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80%에 육박하는 GDP를 생산하는 10대 재벌기업이 고용은 전체 국가 인력의 6% 이하라고 한다. 대기업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무역상대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고용이 늘지 않는다.

김씨는 이런 중소기업육성정책이 수출주도의 대기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과연 이런 기술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한국에서 번창하도록 할 수 있을까. 김종훈 씨는 그 모델 이스라엘의 개방경제에서 벤치마킹하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기업엔 미국인 경영자가 있고, 미국이 투자한 기업에서 이스라엘 경영자가 일한다. 국적을 초월해서 인력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면 토종 벤처기업과 글로벌 벤처 기업이 서로 연합하여 고부가가치 사업을 만들어내게 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21세기의 성공하는 국가는 국적에 대한 옛날식 편견을 넘어설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의 융합은 이미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의 대기업마저 직면한 어려운 숙제가 되었다. 김종훈 에피소드는 신성장 동력이 절실한 한국경제에 던져진 고민의 단초라는 생각이 든다.